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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갯죽지에 힘붙는 새들-명박산성 깃발의 내맘대로 해석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0&articleId=491827

 

어제,  명박산성의 깃발들을 보면서 느꼈어요.

 

명박산성 - 둥지의 울타리에 올라선 청년 새들...

 

100만 시민들의 촛불시위가 있었던 다음날, 11일 새벽, 명박산성 앞에서, 밤새도록 죽어라고 토론하고 나서는 기어이 명박산성에 올라서 자신들의 의지를 깃발들에 모아 천명한 사람들을 보았어요.

이 밤은 ‘공화국’ 혹은 ‘민주 공화국’에 대해, 또 ‘대의 민주주의의 치명적 결함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학교였던 것 같아요. 시민들의 어떤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자율적 반란의 가능성... 그리고, '대안 지도세력'의 탈을 쓴(혹은 그것을 자처하면서 실은 현재의 집권자들과  공화국에 대한 철학이 별로 다르지 않은)또 다른 권력에 쉽게 속지 않을 지혜와 열정들이 폭발적으로 교류하며 소통하는 것 말이지요.

저도 아고라의 많은 사람들처럼,
명박산성에 올라설 계단을 만드는 시민들의 우여곡절을 가슴졸인 마음으로 지켜봤습니다.  

‘명박산성과 같은 높이의 시민의 연단을 별도로 쌓아 명박일당의 유치한 통치철학을 상징적으로 무력화시킬것인가? 아니면, 그것으로 계단을 만들어 명박산성에 올라설 것이냐? 더 나아가 그것을 넘어서 청와대로 갈 것이냐? 아니면, 보수언론에 빌미를 줄 위험한 행동을 하지말고 지금까지와 같은 평화시위를 계속할 것인가?’ 를 논쟁하느라고 벌인 장장 7시간의 치열한 논쟁 말이지요.

그 치열한 논쟁을, 인터넷 생중계로 보며 날을 세웠어요. 
그동안 아고라에는  그것이 매우 휘험한 행동이며,  프락치들, 과격한 시민들의 선동이라며,  여기서 벌어질 돌발적인 사태가,  그간의 수백만 주민들의 비폭력 저항이 만들어낸 성과들을 물거품으로 만들까봐 걱정하면서,  명박산성에 오르려는 사람들을 막으려고 했어요.     
동이틀 무렵, 결국 광장에서의 직접민주주의는 어떤 합의에 도달했나 봐요.
‘명박이 세워놓은 장벽위에 올라서서 깃발을 보여줍시다’  

그리고, 깃발을 가진 몇몇 사람들이 차례로 그의 산성에 올랐어요 그리고 광장에 모인 이들의 염원을 담아 깃발을 흔들었어요.

그곳은 기름칠이 되어 있는, 미끄러울 수도 있는 곳이었어요.
깃발이 된 촛불들은, 그 장벽위에서(넘어서는데 많은 고민과 논쟁의 피로감을 안겨줬던 그 울타리 위에서) 천천히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것을 소중한 날갯짓이라고 느꼈어요.
첫 비상을 위해, 
수천키로미터 밖의 미지의 곳을 향해 날아야 할 어린철새들이, 둥지 안에서 치열한 준비의 시간을 가지고,  드디어 그 둥지의 울타리에 올라서 처녀비행을 시도하는 수만은 철새들 말이지요.   
 
그러면서, 그 직전에 산성밑에서 벌어졌던 어린 새들 간의 지난한 논쟁의 과정들이, 둥지 안에서 벌어진, 털갈이, 깃털 가다듬기, 뒤뚱거리는 날갯짓과 같은, 결국은 ‘대양을 횡단해야만할 운명을 지닌’ 새들의 예행연습과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한동안이나마 어리석은 집권자가 쳐놓은 그 장벽위의 깃발들이 점점 더 활기차게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아...,  날갯죽지에 힘이 붙어버린, 다부지고 여유있는 눈매를 가진 청년새들의 모습을 봐요.

이런 생각이 제게 들었다고 한다면,  너무 오만한걸까요?  한가한 걸까요?  이제 중년을 바라보는 제 어깨도 근질근질한 것 같아요.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어쩌면 시작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공동체에 어떤 희망을 가져봅니다.

대양을 건너는데,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그것은, 함께 날면서 배우면서 해결해 나가야지요.  

 

* 직접민주정치의 실험장에서 수십일 동안 고생하시고, 어느새 스스로에게, 그리고 공동체의 다른이들에게  새로운 사회의 희망을 던지고 계신 거리의 촛불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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