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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나이든 여성노동자를 왜 '어머니'라고 부르는 거야?

 

나이 든 여성노동자를 '어머니'라고 의제화시켜 표현하는 일이 노조의 집회현장에서 종종 있는가봅니다.    뭐, 이것은 그 발언자가 , 힘겹게 싸우고 있는 '중년여성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고, 정말 자신과 가까운 '어머니', '이모,'고모' 들의 모습이 연상되었거나, 아니면 어떤 친밀한 연대감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렇게 칭했으리라고 (좋게 )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이 것이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어느 노동자들의 투쟁현장에서 장년의 남성 노동자나  활동가를 '아버님',  '아저씨', '삼촌(엉클)' 라고 부르지 않잖아요. 

어쨋든 '어머니'란 이름은 사회적 지위, 혹은 '가족내에서의 관계'를 표현 하는 말이고요,  

 

국어사전을 들춰보니 

 '자녀를 둔 여자를 자식에 대한 관계로 이르는 말.'  이 이 단어의 가장 일반적인 의미로 적혀있군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여러 가족 관계 속에 있는 중년 여성이 상당히 많을거라고 생각해봅니다. 자녀를 낳지 않는 분, 낳을 수 없는 분,  자녀와 떨어져 살 수밖에 없는 분,  다른 사람이 낳은 아이를 돌보는 분, 아니면,  한국의 현재의  제도나 현재까지의 관습이 포괄하지 못한 다른 가족적 공동채 생활을 하는 분,  혼자 지내시는 분,  또는 그 내용을 제 3자가 잘 알 수 없는 삶을 살고계신 분 등등...   

 

그런데, 보통 낯선 성인 여자에 대해서는 보통 뭐라고 부르지요?   

...

저도,  '아주머니!'라는 말이 떠오르는군요.  그 외에 막상 떠오르는 단어가 없는 것을 보면..., 뭐, 음...   어쨋든 복잡한 지하철에서 많은 짐 때문에 물건을 떨어뜨린 사람을 보면,  '아주머니! 장갑을 떨어뜨리셨네요!'  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참,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만... 뭐 그래도, 영미식의 '유 (You) ' 따위 보다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각설하고,

그런데,  '어머니'란  말에는 다른 뜻도 있군요.   

' 사랑으로써 뒷바라지하여 주고 걱정하여 주는 존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이랍니다.

 

 '뒷바라지'와 '걱정' 은  공동체에서 필수적인 것일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어머니 만큼은 그것을 의무로 해야하는 존재'  처럼 여겨지는 현재의 상황을 묵인 용인하는 효과가 있다고  느껴지는군요. 

 

따지고 보면,  '돌보기', '걱정하기(배려하기)' 는 '어머니'들만이 해야하는 것이 절대 아니지요.   또 이것은 모든 공동체의 대다수의 많은 구성원들이 서로 나누어야하는  일일겁니다. ( 이 것은 전통적 가족관계가 강했던 10여년전 전까지는  '돌보는 일이 뭐가 힘들어. 그것은  다 큰 여자들이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것 아니야? ' 라는 식이었다가,  지금으로서는  점점 더 '상품'처럼 되어가고 있지요. - '돈이 없냐? 돈을 벌어서, 그 돈을 들여서 노동력을 사서 돌보는 일을 남한테 맡겨라.  돈이 많으면 (물질적으로 폼나는) 돌봄이 가능하다.  네 집 아이들이 외로와서 상처받냐? 그러니 투잡, 쓰리잡 마구 뛰어 돈을 벌어야지 !' 가 신자유주의가  강요하는 삶의 방식이 되었으니까요.)  

  

저는,  일전에, 제 딸의 일로,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 간 적이 있었는데,  교사가 저를 '아버님'이라 부르더군요.  다른 분들은 '대표님' 혹은 '어머님'  등으로 불리고...

그 자리는 그래도, 제가 '자녀의 아버지' 지위란  명확한 지위로 참여한 것이었는데도,  '대표'를 제외만, 많은 학부형들이 '어머이, 아버지'로 불리는 것이 어색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대기업의 처분과 탄압에 저항하여, 집회현장에서 싸우는 많은 '아주머니'들(이거 말고 더 나은 일반지칭이 있엇으면 정말 좋겠군요.)은 위의 두 가지의 정의에 따를 때,  '어머니(성격)'  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렇게 불리는 것이 매우 껄끄러운 분들도 계실거구요. 

 

또 이분들이 '어머니'라고 불리는 순간,  또하나의 낡은  족쇄 하나가 무심코 그들에게 채워진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 단어에 붙어있는 '(다른 지위의 사람들보다 더욱 더) 돌보아야 하는 자, 더 남을 배려해야하는 자'  라는 함의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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