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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곧 분해되어 흙이되는거야.

따따탄님의 [분류에 ‘생명’을 포함시키자] 에 관련된 글.

 

장면 1

 

저는 지지난해 가을, 어떤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한 적 있었어요.  

소리소문없이 도로에서 차에 치어죽는 야생동물에 관한 다큐멘터리였죠. 

[어느날 그 길에서](감독: 황윤) 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어느날 도로에 쓰러져 있는  '삵' (고양이처럼 생겼고 콤집도 그 만한데, 이 것이 지금 한반도 남쪽에서 살아있는, 고양이과 육식동물중  가장 큰 종이라고 하는군요. )  을 발견했어요. 

 

 보통은 완전히 으깨져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애는 잠자고 있는 듯 했어요.  그래서 그 애의 모습을 찍을 필요가 있다고 연출자는 판단했어요.  '도로에서 죽는 동물의 살아있던 당시의 모습을 암시하는 형상'이 필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촬영할 사정이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 애를 일단  촬영차에 싣고 적당한 시기에 찍기로 햇어요. 

 

아마 다음날이었을 거예요.

우리는 촬영에 적당한 도로를 발견하곤, 그 애를 꺼내려고 비닐봉지를 풀었어요.

그랬는데....

 

아!  거기엔  삵이 아닌 다른 생명들이... 수만 마리쯤 되는 구더기들이  삵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두텁게 싸고 있었어요.   

잠시동안 멍하게 있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리곤 촬영을 포기하고 그애를 다시 싸서 이동하는 동안,  4명 정도가 타고 있던 차 안은 조용했어요.

다들 무슨 생각인가를 하고 있었을 거예요.

저도 생각했어요.   

 

' 음,  동물이 죽으니까 다른 생명체가 와서 그의 몸에서 자양을 얻고  자라는구나....'

' 사람도 죽으면 그렇게 되겠지... -  방부제나  강한 화학물질을 잔뜩 바르지 않는한 말이야...'

' 삵은 10여년 내외를 살고 현대인은 70-80년  내외를  살고서는 흙으로 돌아가는거야.'

' 세상은 그렇게 반복되어 온 거야.'

'생명을 받고 태어나, 어떤 시공간에서 주위의 것들과 호흡하면서 살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거지...'

 

야생동물도, 야생식물도, 인간이라는 동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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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작년 가을 이었어요.

한미 FTA 반대영상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여기에 미국의 한 소수자공동체의 문화 활동가가  방문해서 들려준 이야기가 있어요.

 

그녀는 지금  한국의 농축산물 수입물량의  70%  가량(혹은 그 이상)을 독점 유통하고 있다는 카길이란  초국적 곡물회사의 사장을 만난 적이 있대요.  그런데 그 때 그 카길 사장이란 사람이 천연덕스럽게 말했대요.  

'미국인의 90% 는 이미 유전자 조작식품을 먹고있다.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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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조작식품을 먹어야하는 현재의 미국인이나  (아마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겠죠.)  카길이 공급하는 식품을 먹어야하는 한국의 민중들이나,  저나,  노무현 대통령이나 한덕수총리나... 길게 잡아  50년 쯤 후에는 다른 생명체들의 도움을 받아,   흙으로, 물로 혹은 먼지로  분해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수십만년 된  개펄을 콘크리트로 막고,  고기를 먹는 소를 만들어내고, 초파리의 유전자를 가진 감자를 만들어내고,  동물의 유전자를 가진 옥수수를 만들고,  항생제와 방부제로  범벅이 된 농수산물을 만들고  이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으라고 해요.

 

곧 흙이 되고 썩어서,  이후 세대의 다른 생명체들의 자양이 될  사람들이 말이죠...  

어떻게 해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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