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찌된 일인지 올 겨울엔 참 눈이 자주, 많이 내립니다. 여기가 강원도, 춘천이라 그런가 싶지만. 전부터 살았던 이들도 꽤나 오랜만에 눈 구경 한다고 하는 걸 보니. 좀 오긴 오는 가 봅니다.

 

옛날이야 눈이 많으면 그해 풍년이라며 눈 오는 걸 반겨했지만. 언제부터인지 어쩌다 한 번, 것도 함박눈은 통 구경하기 힘들만큼 눈 보기가 쉽지 않아졌을 뿐만 아니라. 길을 가득 메운 차들이 오도 가도 못하고 서 있는 게 싫어서인지. 요즘은 눈 내리는 걸 그닥 좋아하진 않는 것 같구요.

 

강남 길과 강북 길에 차별이 생기고. 달동네 고갯길은 차 다니는 길이 치워지고 나서야 손이 가고. 먹고 살기 바빠 아빠, 엄마 모두 일 나가야 하는데 눈 안 치운다고 100만원씩 벌금까지 내라고 하니. 며칠 전부터 풀리기 시작한 날씨에 아직까지도 녹지 않았던 뒷산 눈도 조금씩 지워지는 눈이 지저분하게 보이는 만큼 썩 좋지는 않네요. 그리고.

 

어떤 스키장은 오지 않는 눈을 일부러 만들어내다 지역주민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하고. 거의 모든 스키장엔 인공제설기가 갖춰져 있다는 데. 지금이야 눈이 꽤 오긴 하지만. 올 겨울 초만 하더라도 따뜻한 날씨 탓에 인공눈조차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소식도 있었고.

 

2.

막강한 재력과 인맥을 활용하면 삼수 도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도지사에서부터 유치위원회까지 앞장서며 ‘사면’ 운운하더니만. 결국엔 천문학적인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경영권 편법 승계과정에서 각종 불법행위를 자행한 자가 ‘사면’ 받은 게 엊그제였지요. 변호권도 없이 재판을 받다 지 애비를 죽였다는 억지 선고 받고, 차디찬 감방에 내던져진 이도 있는데 말이죠.

 

하여튼 이 ‘사면’ 받은 사람.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에 복귀했다고 여기저기서 난리도 아닙니다. ‘견인차’니 ‘청신호’니 ‘천군만마’니 ‘올인’이니 하며 마치 삼수에 성공한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는 이 범법자, 참 잘 풀어줬다, 경영에도 복귀해라, 아우성입니다. 게다가 이 작자, 기고만장했는지. 집안 행사에서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거짓말 없는 세상이 돼야한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거야 원. 기가 찰 노릇입니다요. 

 

하지만요. 대통령으로부터 ‘단독특별사면’까지 받은 이 범법자가 말이죠. 그 IOC 위원으로 복귀하건 맞긴 한데요. IOC윤리위원회가 지난달에 이미 IOC집행위원회에 ‘견책’과 ‘IOC 산하위원회에 참가할 권리를 5년간 중지할 것’을 권고했다고 하지요 아마. 그리고 IOC집행위원회는 이 권고를 따랐구요. 이유는 모라 더라. 별 관심도 없는 헌장과 강령이긴 하지만. 올림픽 헌장과 IOC 윤리강령에서 정한 윤리 원칙을 저버렸다나 어쨌다나요.

 

3.

몇 년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밤새 내린 함박눈에 발목까지 빠지고. 사람도 차도 엉금엉금. 서울 가는 기차는 세 시간을 연착하고. 아이들은 연신 눈싸움에, 비닐포대로 썰매를 타고.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하얗습니다. 

 

하지만 이런 풍경이 좋게만 보이지는 않는 이유가. 마음 한켠 눈도 오지 않는 나라에서 뭔 동계올림픽이더냐, 기계로 눈 만들어 스키타는 나라에서 뭔 국제행사더냐, 하는 생각 때문이었을까요. 억지말로 온 강을 헤쳐 놓고 있는 2MB이 말로 안 되는 이유를 들어가며 범죄자를 또 풀어주는 데 화가 나서 일까요. 아님 스포츠로 국민을 현혹하고 되도 않는 ‘통합’ 운운하는 게 영 마땅찮아서일까요.

 

가만 보니 돌아가는 꼴이 이래저래 또 이OO만 좋은 일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두 번이나 더 올림픽을 하고서야 열리게 되는 올림픽이 대체 뭔지 말이죠. 그나저나 올 겨울만치나 눈이 내리기나 하면 좋긴 하겠지만. 정부가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도 그렇고. 도대체 경각심이라고는 찾아볼래야 볼 수 없는 에너지 과소비의 향연을 보고 있자면. 괜한 걱정일까요. 벤쿠버도 눈이 안 와 전전긍긍한다는 뉴스가 있던데. 18년 후, 강원도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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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2 16:40 2010/02/1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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