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응급전화에 대고 ‘김문수입니다’, ‘도지사 김문수입니다’를 반복했던 김문수는 ‘나’임을 확인받지 못해 화가 났던 걸까요. 아니면, 전화를 받은 사람이 관등‘성명’을 밝히지 않아 열 받았던 걸까요.

 
기억나는 것만 해도. “나 자신이 한때 철거민,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에.....”, “나도 한때 노점상.....”, “나도 학생 때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면서 고통을 겪었던.....”, “내가 배를 만들어봐서 아는데....” 아무튼 잊을만하면.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끊임없이 말하는 2MB은. ‘나’가 누군지, ‘나’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실히 가르쳐주고 싶어서였을까요. 아니면 한 사람이라도 더 ‘나’를 인정해달라는 투정이었을까요. 
 
인터넷 강국이란 나라에서 이메일 하나를 쓰려 해도, 게시판에 글 하나, 댓글 하나를 쓰려 해도. 혹여 길을 걷다 불심검문에라도 걸린다면,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 때 투표하려면. 이도저도 아니고, 은행에서 통장 만들 때, 면허증 취득할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13자리 숫자를 입력하는데. 그게 정말 ‘나’인가요, 아니면 그저 국가가 부여한 ‘고유번호’일뿐인가요.
 
뒷북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엇박자는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구요. 한쪽에선 터진 둑을 막아보겠다며 실명제를 없애고 주민번호 수집․이용을 금지한다고 하는데. 다른 한쪽에선 전자주민증을 만들겠다고 내 놓은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으니 말입니다.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랍니다. 일 년에 무려 499건이나 발생하는 위변조 때문이라는데. 한 회사에서 빠져나간 개인정보 3천 5백만 명은 대체 뭐랍니까. 또 최고 보안설비라고 자랑하는 곳들도 예외가 없는데 말입니다. 이미 ‘나’임을 증명하는 번호가 곧 ‘돈’임을, ‘나’임을 나타내는 숫자를 사고파는 암시장이 버젓이 있는데. 보호하기 위해서라니, 궁색해도 이만저만해야지요.
 
‘나’는 ‘나’일 뿐입니다. ‘나’를 나타내고 ‘나’를 증명하는 건. ‘관등성명’도, ‘나’가 전에 뭐했다고 해서도, 더더구나 국가가 정해준 13자리 숫자는 아니란 말입니다. 그런데도 언제까지 이 ‘고유번호’로 ‘나’임을 밝혀야 하는지, ‘나’는 그저 ‘나’로 다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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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9 14:32 2012/01/0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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