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보름 후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꼭 1년이 됩니다. 그동안 우리는 참 많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참 많이 반성도 했고, 많은 다짐들도 했습니다.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 진실을 반드시 밝히자, 말입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그 수많은 눈물, 반성, 다짐들 어느 하나라도 진정 마음이 담겼었는지 의구심이 들게 되는 시간들이었지 싶습니다.
 
전 국민이 보는 가운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던 이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유가족들 면담 요청에 경찰을 내세웠구요. 관피아다 모피아다 요란스레 굴었지만 결국 해경만 해체됐고 ‘박하산’은 여전하니까요. 곡기를 끊어가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유가족들 앞에서는 치킨과 피자를 나눠먹으며 한껏 조롱을 일삼았고,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미국 잠수함을 말하는 것이냐”며 또 ‘종북’ 타령이니 말입니다.
 
처음부터 세월호는 시간과의 싸움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배는 기울어 침몰하고 있지만 선원들만 구조하고 있었던 시간들. 대조기(大潮期)니 정조(停潮)니 하며 때만 기다렸던 시간들. 언제든 만나겠다던 말만 믿고 청와대 앞에서 밤을 지새웠던 시간들. 특별법을 제정하라며 안산에서 팽목항에서 무수히 걸었던 시간들 말입니다.
 
사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어찌됐는지 알 수 없는 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속 시원히 알 수 없는 시간들. 코앞에 닥친 선거를 위해 무슨 말이든 못하랴 싶게 연일 속없는 말들을 내뱉던 시간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며 속절없는 공방만 하는 그 시간들 말입니다.
 
유가족들이 다시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이번엔 416시간 농성이랍니다. 세월호 특위를 무력화시킬 시행령을 즉각 철회하라는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청와대로 가는 길은 경찰에 막혀있습니다. ‘기레기’들은 철지난 철새들 마냥 보이지도 않고, 대통령은 그리 자주 해외에 나가면서도 청와대 밖으론 한 발짝도 벗어나려 하지 않습니다.
 
세월호는 분명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시작된 농성이 비록 416시간이라고는 하지만. 416일이 되더라도 아니 4년 1개월 6일이 되더라도 싸워야 합니다. 그래야만 왜 그들은 그렇게 죽어갈 수밖에 없었는지, 또 왜 우리는 그걸 지켜보기만 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때야만 비로소 수많았던 다짐, 약속, 눈물들이 진심이었음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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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2 16:31 2015/04/02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