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과학적 발견은 늘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것이 양자역학이니 상대성이론이니 하는,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도 말이지요. 그만큼 인간생활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논쟁이 벌여졌다 해도 대게 일반인들이 끼어들 자리는 없습니다.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로인해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거짓되거나 과장된 주장을 해 혼란을 초래할 뿐이라는 것이 과학자들 또는 관련된 사람들이 내세우는 이유인데요. 실은 대중들도 알기 쉽게 풀어내기보다는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말로 이야기하고 결정을 짓는, 쉽게 말해 과학자, 과학자 집단 스스로가 쌓은 성(城)에 일반인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걸어 잠근 것뿐이지요.

 
인간 복제 문제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처음 이 문제를 건드린 과학이나 의학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철학, 사회학자들까지 참여해 열띤 논쟁이 일어난 걸 보면 말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논쟁거리가 되는 영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또 그것이 미칠 영향을 고려해볼 때 분명 이해당사자임이 틀림없는데도 말이지요. 통 일반인들이 끼어들 틈은 보이질 않습니다.
 
물론 종교적인 이유로 인간복제 문제에 대해 거세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거나 난치병 혹은 불치병 환자, 그리고 그 가족,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불임부부가 인간 복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사이버공간이 됐건 어느 토론회장이나 공청회장, 심지어는 법원 앞에서까지 찬.반 행동을 직접 하기도 합니다. 아니 가만 보고 있으면 관련 과학자 집단이나 학자들보다도 더 열성적으로 나설 때가 있으니. 이 문제만큼은 조금은 다른 것 같기도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또 반대하는 사람들이나 찬성하는 이들 모두가 앞서 말했듯이 과학자 집단, 학자들이 주장하듯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거짓되거나 과장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질문을 던진다면. 글쎄요. 쉽게 답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했을 터이지만. 인터넷을 통해서도 관련된 전문지식이나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고, 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해하기 쉬운, 쟁점이 무엇이고 찬, 반 진영이 내세우는 논리와 주장은 무엇인지, 어떤 대안을 만들어 가야 하는 지 등등을 소개하는 책-보건복지 전문기자로 활동 중인 안종주가 쓴 <인간 복제, 그 빛과 그림자>도 대략 그런 종류의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일반인이라고 해서 결코 무시하거나 얕봐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지만 넘쳐나는 정보들 중에는 거짓되거나 과장된 것들도 많을뿐더러 일반인들이 그것을 걸러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모두가 악의적이지는 않겠지만 대게는 찬성, 반대 쪽 정보가 조금씩은 그럴듯한 포장을 하거나 과장을 하기 일쑤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또 찬성,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게 자신이 주장하는 것과 반대되는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일단 의심을 갖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인내를 갖고 듣기보다는 서둘러 반격할 태세를 취합니다. 게다가 상대편이 하는 얘기보다는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뒷받침할 정보나 책에 더 관심이 가는 게 보통입니다.         
 
그리고 좀 전에 소개한 책처럼 말입니다. 책을 쓴 사람이 기자라서 인지 모르겠지만. 기사모음과 거기에 덧붙인 글쓴이의 의견, 이 정도 들어가 있는 정도일 뿐인데다가. ‘빛과 그림자’라는 비교적 균형 잡힌 정보와 주장을 소개할 것처럼 해 놓고는. 어느 한쪽 주장에 대해 편향적인 애기를 하는 책들로 인해. 되레 잘못된 길로 갈 수도 있으니. 얕보거나 무시하지는 말아야겠지만. 그렇다고 또 모든 얘기를 다 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과학이라는 전문영역이라 해서 일반인들이 그 문제에 대해 발언권이 없다거나 어떤 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도 얘기했듯이 과학자들이나 학자들이 대중에게 모순된 지식이나 비과학적 사실들을 진리 또는 과학적 사실로 포장한다고 말하기 전에. 과학자, 학자들 스스로 꽁꽁 숨겨놓은 지식과 과학적 사실들을 대중들 앞에 풀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분과학문으로 세분화된 현대 과학이 인간과 자연, 우주를 연결 지어 사고하기보다는 실험실 속으로 들어가 광학현미경으로만 세상을 보려하고. 좁게는 어떤 삶을 살아 갈 것인가, 라는 철학적 인식 기반에서부터 자신들이 행하는 일이 인간사회, 자연계, 우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 동료들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과학자들과 함께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는 다는 것은. 스스로 찬.반 논쟁에서 목소리를 잃을 수밖에 없음을, 아니 문제해결 능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일 뿐인 것이지요.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 생활은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오래 살고자 하는 욕구도 충분하진 않지만 만족스럽게 됐고, 기대수명도 늘어났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죽어야 했던 사람들도 줄어들었고 암이나 백혈병 같은 난치병 치료도 머지않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문명이라고 하는, 인간 생활수준도 높아졌지요.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나눌 수 있는가하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그와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과학자, 과학자 집단이 이제껏 누려왔던 특권을 계속 지키려고만 한다면. 그들이 해내는 일들로 인해 인간 사회, 자연, 우주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 누구도 예견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릅니다. 가령 인간 복제 문제를 과학자, 과학자 집단에게만 맡겼을 때 벌어질 우리 사회의 혼란을 생각해보면 말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성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성문을 열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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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5 22:24 2012/05/05 2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