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음 이 책을 헌책방(금호동에 있는 <고구마>) 환경관련 코너에서 발견했을 땐. 제목만 봐선 꼭 ‘인디애나존스’류의 탐험 이야기거나. 고대 이집트 문명 소개서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흘깃 보니.

 

존 웨인에서 시작해 게리 쿠퍼, 험프리 보가트, 록 허드슨, 율 브린러와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오고. ‘리오 브라보 Rio Bravo’, ‘역마차 Stagecoach’, ‘정복자 The Conqueror’ 등의 영화 제목들이 나오는 게.  

 

당체 뭔 책인지 알 수가 없더라구요.

 

2.

이 책도 역시 헌책방(외대 앞 <신고서점>) 환경관련 코너에서 발견했습니다. 도서출판 따님에서 환경신서 다섯 번째로 펴낸 책으로 제목만 봐도. 역시 내용을 흘깃 봐도.

 

“전쟁놀이의 방법과 거기에서 생겨난 계획 기술을 민간부문에 응용하는 것”(이 책 p.88)이 “계획 단계부터 실제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옹호해야 하는 것”(p.96)으로부터 출발해 “기업의 계획에 대한 신뢰를 흔들지도 모르는 약점과 틀린 계산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침묵 의무가 관철”(p.148)되고, 심지어 “필요한 경우에는 말을 너무 안 듣는 시민을 실제로 미치게 만드는 것도 불가능의 영역에 놓여 있지 않은 것처럼”(p.197)되어 마침내 “우리는 수십 년 뒤에 반도 전체를 완전히 봉쇄하고 구제불능이라는 판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p.77)

 

무슨 얘길 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가 있었습니다.

 

3.

존 웨인의 ‘정복자’는 1954년에 유타 주의 사막 한가운데서 촬영됐습니다. 하지만 220명이나 되는 스태프와 캐스트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페이유트 족의 한 부족인 인디언과 시비위트 족의 엑스트라 3백 명은 거의 모두가 암, 백혈병으로 사망합니다. 그리고 <왕가(王家)의 골짜기> 149쪽에서 151쪽, 215쪽에서 219쪽에 나열된 영화배우와 스태프, 핵실험에 참가했던 군인들, 서부 3주(네바다, 유타, 애리조나)의 주민들이 똑같은 병으로 고통을 받습니다.

 

<원자력 제국: 반생명적 기술 핵에너지의 본질>은 ‘네바다에서의 핵실험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과 히로시마 희생자와의 대화를 계기로 파괴적인 기술’인, 원자력이라는 이름을 그럴듯하게 포장된 핵기술의 이면과 정치, 사회적인 의미를 광범위한 조사와 면접, 인터뷰 등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히로세 다카시와 로버트 융커, 그리고 <원자력 제국>과 <왕가의 골짜기>를 잇고 있는 것은 네바다입니다. 정확히는 네바다에서 행해진 대기 중 핵실험이지요. 세상에 밝혀진 것만 모두 97회에 달하는 핵 혹은 수소폭탄 실험 말입니다.

 

4.

대체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핵 기술을 사용하게 됐는지 자료를 찾다가 참 재미난 기사(http://gonggam.korea.kr/gonggamWeb/branch.do?act=detailView&type=news&dataId=148686981&sectionId=gg_sec_21)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고. 내용을 흘깃 봐도 알 수 있듯이. 뭐, 우리나라 원자력 개발 역사를 쓴 건데요. 내용이야 뭐 소개할 것까진 없고. 말미에 이런 말이 쓰여 있던데요.

 

“한국 원자력발전은 아이러니하게도 독재자로 불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의 리더십 덕분에 발전해오다 이명박 대통령 시대를 맞아 국산 원전 첫 수출이란 엄청난 ‘방점(傍點)’을 찍게 됐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그리고 이명박. 일부러 이렇게 연관 지은 건가요? 아님 꼭 그런 계보를 잇게 해주고 싶어서 그런 건가요? 무슨 얘길 하고 있는지, 알쏭달쏭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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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3 20:40 2010/06/13 2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