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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 왜 지켜야 하는가: 벼농사와 논의 공익기능> 2010/08/26
- 원자력? 죽음의 기술! - <왕가의 골짜기>, <원자력 제국> (1) 2010/06/13
‘밥심으로 일 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는, 흔히는 농사짓는 사람들이 많이 썼지요. 헌데 큰 힘을 쓰려면 당연 고기를 먹어야 하겠건만. 왜 밥을 앞에 두었을까요. 그야 뭐, 옛날엔 워낙 고기를 먹는 다는 게 워낙 흔한 일이 아니어서. 겨우 명절날이나 제삿날, 생일이었으니. 늘 먹던 것이지만 밥이라도 든든히 먹어 두자, 그런 뜻이 아닐까 합니다만.
재작년쯤인가. 쌀 직불금이 크게 문제가 됐었습니다. 어떤 곳은 절반 이상이, 또 어떤 곳은 거의 모든 논과 밭이 외지인 소유라는 거. 그거 별로 새삼스런 일도 아닐 지경인 상황에서 난데없이 벌어진 일입니다. 처음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결국 또 애꿎게 농사짓는 사람들만 피해를 보겠군,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처음부터 부정수급쪽으로만 초점이 맞춰지더니 끝까지 그 얘기만 하더군요. 문제는 경자유전(耕者有田), 땅 투기였지만요. 결국 소작농부들, 농사지을 땅만 구하기 힘들어지게 된 채로 끝이 났습니다.
요즘 막걸리가 유행입니다. 외국으로 수출도 잘되고 물론 국내 판매량은 놀랄 만치 늘었고요. 이 유행에 편승해 막걸리를 소재로 한 드라마도 나왔으니. 이만하면 열풍인가요. 또 갈수록 높아가는 'well-being' 바람에 쌀을 재료로 한 과자도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누룽지도 인터넷으로 팔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과자, 막걸리, 누룽지. 저 바다 건너에서 가져온 쌀로 만든 게 참 많기도 하네요.
‘여주.이천 쌀’이라면 때깔 좋고 밥맛 좋은 걸로 알아주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 명성은 여전하구요. 하지만 이젠. 뭐라나, 1,500년 만에 찾아온 더 없는 지역 개발 기회라고들 하는데. ‘물은 고이면 썩는다.’는 만고진리도 얼토당토 않는 이유로 간단히 무시하고. 강물이 논물보다 높으면 자연 논은 망가진다는 순리도 들리지 않고. 강 주변 논보다도 높게 물길을 만드는 것이 바로 이 死大江 사업인 걸. 쌀농사보단 땅 파는 게 더 남는 장사란 걸 이제야 깨달았나 봅니다.
우리네 밥상(그러고 보니 이미 ‘밥상’이라는 말에 ‘밥’이 들어가 있네요)에 가장 중심이 된 밥, 정확히는 쌀. 이 쌀이 대체 언제부터 상에 올라왔던 걸까요. 기록으로 살펴보자면 멀리는 삼국사기의 백제본기와 신라본기로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벼농사 관련 책들이 있습니다(pp.33-38). 그리고 남아있는 유물로는 경기도 여주 흠암리 탄회미가 가장 오래 된 것으로 대략 3,000년 전 청동기 시대로 추정되는 것이 있습니다(pp29-31). 이렇듯 벼는 아주 오랜 세월동안 함께 해왔는데요. (물론 밭벼가 있기는 하지만) 이 쌀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논’. 사람에게는 ‘밥심’을 주고 자연에게는 또 다른 ‘심’을 주는 이 ‘논’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이밥에 고깃국’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야 들어본 적이 없겠지만. 나름 쌀집 자식이었다는 비교적 유리한 환경에서도 흰 쌀밥을 먹는 게. 불과 20년 전만해도 역시나 생일이나 제사, 명절이 때였으니. ‘고기’와 ‘이밥’이 한 상에 올라오는 건. 잔치상 말고는 보기 힘들었던 때가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웰빙이란 이름으로 이 ‘이밥’이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남아도는 ‘이밥’ 때문에 애꿎은 갯벌이 통째로 메우는 데 이용만 되고. 먼 이국땅에서 자신의 배를 갈라가면서까지 지키고자 해도 늘 ‘자동차’, ‘반도체’에 밀려 뒷자리로 밀려나고. 이런 걸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고 하는 건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1.
처음 이 책을 헌책방(금호동에 있는 <고구마>) 환경관련 코너에서 발견했을 땐. 제목만 봐선 꼭 ‘인디애나존스’류의 탐험 이야기거나. 고대 이집트 문명 소개서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흘깃 보니.
존 웨인에서 시작해 게리 쿠퍼, 험프리 보가트, 록 허드슨, 율 브린러와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오고. ‘리오 브라보 Rio Bravo’, ‘역마차 Stagecoach’, ‘정복자 The Conqueror’ 등의 영화 제목들이 나오는 게.
당체 뭔 책인지 알 수가 없더라구요.
2.
이 책도 역시 헌책방(외대 앞 <신고서점>) 환경관련 코너에서 발견했습니다. 도서출판 따님에서 환경신서 다섯 번째로 펴낸 책으로 제목만 봐도. 역시 내용을 흘깃 봐도.
“전쟁놀이의 방법과 거기에서 생겨난 계획 기술을 민간부문에 응용하는 것”(이 책 p.88)이 “계획 단계부터 실제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옹호해야 하는 것”(p.96)으로부터 출발해 “기업의 계획에 대한 신뢰를 흔들지도 모르는 약점과 틀린 계산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침묵 의무가 관철”(p.148)되고, 심지어 “필요한 경우에는 말을 너무 안 듣는 시민을 실제로 미치게 만드는 것도 불가능의 영역에 놓여 있지 않은 것처럼”(p.197)되어 마침내 “우리는 수십 년 뒤에 반도 전체를 완전히 봉쇄하고 구제불능이라는 판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p.77)
무슨 얘길 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가 있었습니다.
3.
존 웨인의 ‘정복자’는 1954년에 유타 주의 사막 한가운데서 촬영됐습니다. 하지만 220명이나 되는 스태프와 캐스트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페이유트 족의 한 부족인 인디언과 시비위트 족의 엑스트라 3백 명은 거의 모두가 암, 백혈병으로 사망합니다. 그리고 <왕가(王家)의 골짜기> 149쪽에서 151쪽, 215쪽에서 219쪽에 나열된 영화배우와 스태프, 핵실험에 참가했던 군인들, 서부 3주(네바다, 유타, 애리조나)의 주민들이 똑같은 병으로 고통을 받습니다.
<원자력 제국: 반생명적 기술 핵에너지의 본질>은 ‘네바다에서의 핵실험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과 히로시마 희생자와의 대화를 계기로 파괴적인 기술’인, 원자력이라는 이름을 그럴듯하게 포장된 핵기술의 이면과 정치, 사회적인 의미를 광범위한 조사와 면접, 인터뷰 등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히로세 다카시와 로버트 융커, 그리고 <원자력 제국>과 <왕가의 골짜기>를 잇고 있는 것은 네바다입니다. 정확히는 네바다에서 행해진 대기 중 핵실험이지요. 세상에 밝혀진 것만 모두 97회에 달하는 핵 혹은 수소폭탄 실험 말입니다.
4.
대체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핵 기술을 사용하게 됐는지 자료를 찾다가 참 재미난 기사(http://gonggam.korea.kr/gonggamWeb/branch.do?act=detailView&type=news&dataId=148686981§ionId=gg_sec_21)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고. 내용을 흘깃 봐도 알 수 있듯이. 뭐, 우리나라 원자력 개발 역사를 쓴 건데요. 내용이야 뭐 소개할 것까진 없고. 말미에 이런 말이 쓰여 있던데요.
“한국 원자력발전은 아이러니하게도 독재자로 불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의 리더십 덕분에 발전해오다 이명박 대통령 시대를 맞아 국산 원전 첫 수출이란 엄청난 ‘방점(傍點)’을 찍게 됐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그리고 이명박. 일부러 이렇게 연관 지은 건가요? 아님 꼭 그런 계보를 잇게 해주고 싶어서 그런 건가요? 무슨 얘길 하고 있는지, 알쏭달쏭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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