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우스갯말로 담배 끊은 사람이랑은 친구하지 말라고들 합니다. 마약보다 중독성이 더 강한 담배를 끊을 정도라면 그 독기가 어련하겠냐는 말이지요. 그래 그런 사람하고는 친구 관계를 끊으란 얘긴데.
 
그래도 담배는 건강하게 살겠단 마음이 있으면 끊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일단 손에 잡으면 끊기 힘든 것이 같다는 점에서, 이렇게 말을 바꾼다면 어떨까요. “운전하다 안 하는 사람과는 부모, 자식 간이라도 돌아서야 한다.”
 
스기타 사토시는 자동차에 대해 매우 도발적인 문제 제기를 합니다. ‘문명의 이기인가, 파괴자인가.’ 물론 사토시는 주저하지 않고 자동차가 가진 폐해를 줄줄이 늘어놓습니다. 통계 자료와 피해자 진술들이 보여주는 자동차 사고에서부터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타인을 무시하게 만드는 ‘자동차의 도덕’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그러니 ‘파괴자’까진 아니더라도 ‘문명의 이기’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답니다.
 
하지만 자동차로 인한 폐해는 이 책이 나왔을 때 보다 훨씬 더 늘어났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보다도 더 많은 운전자들이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저 사토시가 책 말미에 제시했던 7가지 방법들, 즉 아직까지 자동차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자동차의 해악에 대한 철학적인 측면의 교육이 체계화 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물론 사토시가 지적했던 대로 자동차 문제를 문제로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혁이 어려운 건 분명합니다. 가령 눈이나 비와 같은 외부 환경과 상관없이 목적하는 곳까지 신속하고 쾌적하게 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말이지요. 거기에 차 바깥 환경과는 단절된 상황에서 걷는 사람에 대해 갖게 되는 ‘무관심’과 ‘우쭐함’을 감안한다면 말입니다.
 
맞습니다. 운전대를 놓는 일, 자동차를 버리는 일이 그리 쉬울 리가 없습니다. 더구나 그 맛을 한 번 본 사람이라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니 이 중독성 강한 물건을 내팽긴 자, 운전 하다 안 한 사람과는 어째야할까요. 처음에 했던 말처럼, ‘부모 자식 간이라도 돌아서야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건 좀 심한 말이라구요? 정말 그럴까요?
 
* 다달이 나오는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 <작은책> 2014년 9월 호에 특집으로 자동차를 다루고 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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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4 17:01 2014/10/04 17:01

해파리, 10만 차

from 말을 걸다 2009/06/19 13:16

1.

제주도에 때 이른 해파리가 극성이라 한다. 개장을 앞두고 있는 해수욕장에도 비상이 걸렸고, 어구가 파괴되거나 잡은 고기의 신선도가 떨어져 어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울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해파리가 예년 보다 일찍 나타났다는 것보다 해가 지날수록 급격하게 늘어나는 숫자에 그것도 주로 동남아에서 서식하는 대형 독성 해파리들이 때지어 출몰한다는 거다. 그리고 곧 남해안, 서해안까지도 진출할 거라고 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피해액이 연간 최소 350여억 원, 최대 1,500여억 원에 달한다고 하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

한낮에 밭에 나가 30분만 있어도 금세 땀으로 범벅이 되니 곧 여름일터인데 6월 초부터 이러니 올 여름 더위 만만치 않겠다. 게다가 여기 춘천이란 곳이 지형적 특성 때문인지 일교차도 크고 여름엔 불볕더위로 유명하니 이만저만 걱정이 크다. 그래도 어찌 작년엔 새로 이사한 아파트가 겨울 동장군을 막기엔 다소 힘이 부치는 것 같지만 여름 더위엔 그럭저럭 지낼만해 다행이다. 아니 지낼만한 정도가 아니라 비가 조금만 와도 금세 서늘해질 정도니 집에만 있으면 따로 피서를 가지 않아도 될 정도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여름 내내 집에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오늘이라도 베란다 구석에 모셔둔 선풍기라도 꺼내놔야겠다.

 

3.

춘천의 자동차 수가 1세대 당 1자동차라 한다. 아직 가구당 보유 대수는 0.98대이기는 하지만 1인 독립세대를 감안한다면 사실상 한 세대가 한대의 차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고 보니 춘천의 세대 수가 10만여 세대라 하니 총 자동차 대수가 얼마인지는 자동차등록사업소까지 가지 않더라도 알 수 있겠다. 그래도 굳이 자동차 보유 현황을 알고 싶다면, 올 6월 15일 현재 등록된 자동차 수는 모든 10만 206대이고 차종별로는 승용차가 7만 5,858대, 승합차가 6,130대, 화물차가 1만 7,928대 등이라 한다. 가히 놀라운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인구 25만의 이 작은 도시에 10만 여대의 차가 굴러다니고 있다니. 하긴 작년 우리나라 자동차 수가 1천 6백만 하고도 80만 여대를 넘어 주민등록상 인구 2.95명 당 1대라고 하니 어찌 보면 놀라운 숫자가 아닐 수도 있다. 또 전국적으로 승용차가 12,484천대(74.3%), 승합차가 1,097천대(6.5%), 화물차가 3,160천대(18.8%)라고 하니 누군가는 되려 이제야 평균치를 ‘돌파’했다며 요란을 떨지도 모르겠다.

 

<정말 빼곡히 들어찬 아파트 주차장, 급기야 소방차 전용구역까지 침범했다>  

 

4.

돌이켜 생각해보면 다소 무모할 수도 있을 춘천이란 이 낯선 곳으로 이사할 맘을 먹은 데에는 서울과의 근접성도 무시 못 할 이유였지만 앞으로 농사지을 만한 곳으로 딱 좋게다, 싶어서였다. 물론 지금도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을 사과나무가 쑥쑥 자라고 드물기는 하나 냉해에 약한 복숭아까지도 재배하는 곳이 있을 만큼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작물들을 기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심한 물갈이도 하긴 했지만 그럭저럭 잘 적응을 했고, 아니 어느새 이곳이 쏙 맘에 들고 있으니 삼년 후 다시 정착할 곳을 찾아야만 하는 일이 크게 걱정되지가 않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앞으로 5년 내에 북극 얼음이 여름 동안엔 찾아볼 수 없게 만든 이 온난화가 뜻하지 않게 강원도, 그것도 춘천이란 이 도시에 정착케 했으니 아직은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안타까워해야 하는 건지 구분이 잘 안 간다. 또 추위라면 아직도 두려움에 떨지만 강원도의 매서움을 작년 한 차례 겪으면서 이 정도면 적응할 수도 있겠다, 싶은 맘이 생기는 것도 아직은 고마워해야 할 일인지 안타까워해야 할 일인지 구분이 잘 안 간다. 하지만 더워지면 더워질수록 에어컨 광고가 더 많아지고, 도심 속 자전거도로 확충보다는 도로 건설에 더 열을 올리는 걸 보면 고마워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또 주차장을 빼꼭히 매운 것도 모자라 인도까지 점령하고 있는 자동차들을 보면서도 그저 ‘10만대 돌파’라는 하루치 기사로 써지는 게 아무래도 안타까워해야 하는 게 맞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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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9 13:16 2009/06/19 1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