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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발생한 핵발전소 사고 여파가 1천 킬로미터 밖에 있는 사람들의 일상생활까지 뒤흔들고 있습니다. 비라도 내릴라치면 비옷과 긴 우산 판매량이 늘어나고, 굳이 황사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마스크에 방독면까지 사가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아이를 가진 엄마들은 며칠 째인가요, 집밖을 나서기가 두렵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도 그 피해 정도와 방사능 유출량을 정확하게 또 신속하게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 정부는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더니 정수장에 천막을 두루는 어처구니없는 일만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진 봐줄만 합니다. 국민들은 불안해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한나라당과 보수언론들은 예의 그 ‘빨강색’ 카드를 또 꺼내들고 있으니. 참 어처구니 없습니다. 

 

2.

물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747이라는 허황된 숫자놀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은 얼마나 다급했는지. ‘기름 값이 묘하다’는 말로 정유사를 압박했습니다. 사실 기름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회에서 석유 값 폭등은 그 파급력이 무시무시하기 때문이지요. 자동차 굴리는 건 세발에 피. 하다못해 농사짓는데도 석유가 없으면 가능하기나 한 건가 싶으니.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영, 감이 없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독과점으로 매년 수천억 원씩 이익을 내고 있는 이 정유사들이 마지못해 찔끔 값을 내리기는 했는데. 2MB 대통령, 그거로는 치솟는 물가 잡기 쉽지 않다, 싶었는지. 아니 자신이라고는 통 없는지, 결국 속내를 드러냅니다. ‘기업소비, 가계소비, 소비를 줄이는 게 극복하는 길’이라고.

 

3.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엔 핵발전소가 없습니다. 다만 원자력발전소가 있을 뿐이지요. 또 원자력 공학 기술자는 텔레비전만 틀면 여기저기서 얼굴을 들이대는 데, 핵 공학 기술자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듭니다. 분명 원자력이라는 게 핵분열을 이용하는 것임이 틀림없는 일인데도 말이지요. 아마도 그들은 핵폭탄과 핵전쟁이라는 끔찍한 이미지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공포를 감추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애써 눈감습니다. 아니 이 파괴적인 기술이 만들어내는 풍요와 소비를 더 누리기 위해 거짓말을 참말로 바꿔 세뇌합니다. “다 괜찮을 거야. 그리고 그런 일은 결코 내게 일어나지 않아”  

 

4.

2MB이 모처럼 정곡을 찔렀습니다. ‘소비를 줄여라.’ 맞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흥청망청 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땅에서 퍼 올리는 석유도, 우라늄도 언젠가는 끝을 볼 수밖에 없으니까요. 뭐,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과학자들은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유전도 많고 또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경제성이 낮은 기름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도 하고. 핵분열 대신 핵융합을 이용하면 방사능도 없는 깨끗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니. 지금 이 잔치를 지속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단언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이 결국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걸 그들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석유도, 우라늄도 자연이 품고 있는 한도 내에서만 인간이 가져다 쓸 수 있을 뿐이고. 핵융합이니 하는 것도 단 0.0001%의 확률에 의한 사고 하나로 상상조차 못할 일들이 생기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지요. 그러니 끝이 보이기 전, 탈출구를 만들기 위한 밑천으로라도 쓰려면 지금부터 아끼고 또 아껴야 합니다. 정말 필요할 때 이마저도 없다면 대체 어찌하겠습니까.   

 

5.

이필렬 교수는 책머리에 다음과 같은 구절로 얘기를 시작합니다. 

 

“석유가격이 또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전세계 주식시장도 깊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페르시아만에 또다시 전운이 돌기 시작한 탓이다”(p.3)  

 

그리고는 이 휘황찬란한 산업문명사회를 떠받치는 석유를 둘러싼 논란들과 석유를 대신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추앙받는 핵기술이 가진 반(反)생명성을 파헤칩니다. 석유시대와 핵시대가 가져다 준 축복을 영원불멸의 것으로 여기고, 그 달콤함을 놓지 않으려는 인간의 탐욕이 지금 무엇을 만들어내고 있는 지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 겁니다.

 

“석유시대는 필연적으로 종말을 맞게 되어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사실을 믿지 않으려 한다. 석유 자동차를 타고, 석유 난방을 하고, 석유 전기를 쓰는 이 생활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p.23)

 

“핵기술은 자연의 아주 미세한 원자핵이라는 부분까지 침투해서 건드리고 조작하고 파괴한다. 이 기술로써 인간은 물질적 자연을 거의 정복한 셈이다. 즉, 물질적 자연에 대해 신적인 존재가 되어 원자핵이라는 물질적 자연의 가장 내열한 곳까지 ‘희롱’할 수 있게 된 것이다”(p.201)

 

이필렬 교수는 대안으로 풀뿌리 에너지 자립운동과 전력구조의 분산적 구조 개편을 얘기합니다. 어찌 보면 너무 뻔한 결론으로 가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 길로 가는 것이야말로 파국을 막는 길임에도 가지 않으려, 잘못된 길이라는 거짓 선동에 내심 찬성하고 있는 건. 또 지금까지 위기다, 라는 말은 많았지만 지금까지 잘 되어 왔기에, 그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해도 그때 가서 어떻게 되겠지, 하는 태도는. 그렇습니다. 말 그대로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일 뿐입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 이 뻔한 결론. 뻔한 길. 뻔하다고 귀 닫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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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7 16:18 2011/04/17 16:18

1. 

처음 이 책을 헌책방(금호동에 있는 <고구마>) 환경관련 코너에서 발견했을 땐. 제목만 봐선 꼭 ‘인디애나존스’류의 탐험 이야기거나. 고대 이집트 문명 소개서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흘깃 보니.

 

존 웨인에서 시작해 게리 쿠퍼, 험프리 보가트, 록 허드슨, 율 브린러와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오고. ‘리오 브라보 Rio Bravo’, ‘역마차 Stagecoach’, ‘정복자 The Conqueror’ 등의 영화 제목들이 나오는 게.  

 

당체 뭔 책인지 알 수가 없더라구요.

 

2.

이 책도 역시 헌책방(외대 앞 <신고서점>) 환경관련 코너에서 발견했습니다. 도서출판 따님에서 환경신서 다섯 번째로 펴낸 책으로 제목만 봐도. 역시 내용을 흘깃 봐도.

 

“전쟁놀이의 방법과 거기에서 생겨난 계획 기술을 민간부문에 응용하는 것”(이 책 p.88)이 “계획 단계부터 실제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옹호해야 하는 것”(p.96)으로부터 출발해 “기업의 계획에 대한 신뢰를 흔들지도 모르는 약점과 틀린 계산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침묵 의무가 관철”(p.148)되고, 심지어 “필요한 경우에는 말을 너무 안 듣는 시민을 실제로 미치게 만드는 것도 불가능의 영역에 놓여 있지 않은 것처럼”(p.197)되어 마침내 “우리는 수십 년 뒤에 반도 전체를 완전히 봉쇄하고 구제불능이라는 판정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p.77)

 

무슨 얘길 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가 있었습니다.

 

3.

존 웨인의 ‘정복자’는 1954년에 유타 주의 사막 한가운데서 촬영됐습니다. 하지만 220명이나 되는 스태프와 캐스트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페이유트 족의 한 부족인 인디언과 시비위트 족의 엑스트라 3백 명은 거의 모두가 암, 백혈병으로 사망합니다. 그리고 <왕가(王家)의 골짜기> 149쪽에서 151쪽, 215쪽에서 219쪽에 나열된 영화배우와 스태프, 핵실험에 참가했던 군인들, 서부 3주(네바다, 유타, 애리조나)의 주민들이 똑같은 병으로 고통을 받습니다.

 

<원자력 제국: 반생명적 기술 핵에너지의 본질>은 ‘네바다에서의 핵실험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과 히로시마 희생자와의 대화를 계기로 파괴적인 기술’인, 원자력이라는 이름을 그럴듯하게 포장된 핵기술의 이면과 정치, 사회적인 의미를 광범위한 조사와 면접, 인터뷰 등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히로세 다카시와 로버트 융커, 그리고 <원자력 제국>과 <왕가의 골짜기>를 잇고 있는 것은 네바다입니다. 정확히는 네바다에서 행해진 대기 중 핵실험이지요. 세상에 밝혀진 것만 모두 97회에 달하는 핵 혹은 수소폭탄 실험 말입니다.

 

4.

대체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핵 기술을 사용하게 됐는지 자료를 찾다가 참 재미난 기사(http://gonggam.korea.kr/gonggamWeb/branch.do?act=detailView&type=news&dataId=148686981&sectionId=gg_sec_21)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고. 내용을 흘깃 봐도 알 수 있듯이. 뭐, 우리나라 원자력 개발 역사를 쓴 건데요. 내용이야 뭐 소개할 것까진 없고. 말미에 이런 말이 쓰여 있던데요.

 

“한국 원자력발전은 아이러니하게도 독재자로 불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의 리더십 덕분에 발전해오다 이명박 대통령 시대를 맞아 국산 원전 첫 수출이란 엄청난 ‘방점(傍點)’을 찍게 됐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그리고 이명박. 일부러 이렇게 연관 지은 건가요? 아님 꼭 그런 계보를 잇게 해주고 싶어서 그런 건가요? 무슨 얘길 하고 있는지, 알쏭달쏭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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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3 20:40 2010/06/13 20:40

죽음을 수출하는 나라. 죽음의 기술을 ‘녹색성장’의 원동력으로 삼는 나라. 어때요. 이만하면 MB식 ‘녹색성장’이란 게 뭘 뜻하는 것인지 확실해지지 않았습니까. 그래요. 자동차 100만대 수출에 맞먹는다며, ‘녹색외교’의 쾌거라며, 호들갑들을 떠는 게 결국 핵발전을 성장 동력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러니요. 

 

굳이 1986년에 발생했던 그 저주의 체르노빌 핵발전소를 들먹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또 핵폐기물 처리를 둘러싸고 지난 20여 년 동안 벌어졌던, 1980년대 말 안면도, 1990년대 중반 굴업도, 2005년의 부안들을 돌아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단지 핵테크놀로지에 대한 경배와 찬양이 MB이 말하는 ‘녹색’이라는 이름아래 행해지고 있다는 게 개탄스러울 뿐입니다. 그리고 2MB이 말하는 ‘녹색성장’이라는 것이 결국 죽음의 기술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 두려울 뿐입니다. 그러니요. 한 가지만은 귀찮더라도, 아니 지금부터라도 꼼꼼히 챙겨봐야 할 것이 있는데요.  

   

지금 국회에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라는 게 제출돼 있습니다. 현재 법안심사소위원회까지 통과됐으니 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머지않아 국회를 통과할 겁니다. 헌데 이 법안 말이지요. 물산업 민영화, 탄소배출권 거래제과 같은 문제들은 둘째치더라도 말이죠. 이 법안에 대한 논의가 오가는 과정에서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규정하는 문구는 삭제됐지만 말이지요. 핵에너지에 대한 위험성과 그로 인한 정치-사회적 갈등들을 무시하면서까지 원자력 산업 육성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핵발전을 녹색성장의 주력산업으로 삼고 있는 것이지요. 쳇. 상황이 이러하니 2MB이 어찌 UAE까지 날아가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원전 수출과 관련해 뒷얘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막판 협상과정에서의 여러 과정들을 소개하면서 이번 ‘쾌거’에 대한 성과를 한껏 부풀리기 위해서지요. 헌데요. 그 호들갑들 속에요. 이번 일이 아니었으면 몰랐을텐데요. 이미 UAE와 군사교류협력 증진과 방산협력에 기여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군사협력협정’을 재작년에 체결한 바 있는데요. 이번 협상과정에서 글쎄. 양국이 기존보다 확대 심화된 군사협력을 맺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합니다. 결국 이번 원전 수출이 ‘죽음’의 기술을 수출하는 것이라는 걸 여지없이 또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이래저래 죽음을 수출하면서 국방장관에 대통령까지 나서는 나라. 어찌해야 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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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8 21:23 2009/12/28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