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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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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verway
  • 등록일
    2007/03/23 10:17
  • 수정일
    2007/03/2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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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을 위하여 작년에 작은 학술모임을 만들었다.

혼자 일해온 분들이라 쌓인 것이 많고

인정받고 싶으나 늘 기회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과학적 방법론에 근거해서 발표도 하고

공유도 하라고 장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과 거리가 많이 있나보다.

그냥 발표는 하겠는데, 논문으로 쓰기는 어렵고

학회지로 만드는데 돈을 부담하는 것은 더욱 이해가 안가고..

자신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는지는 이야기 하는데

정작

농촌이,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어떠한지는

이야기하지도 않고 이슈가 되지 않는다.

마치, 간호사만 있으면 농촌의 문제는

모두 해결된다고 생각하면서 지내온 듯하다.

 

부담스럽다. 농촌에 대해 나조차도 그리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책을 찾아 보고, 논문을 읽어가며 

그렇게 천천히 가도 되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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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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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verway
  • 등록일
    2007/03/22 10:22
  • 수정일
    2007/03/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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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서 부터 택시타고 역으로 가서

 KTX 갈아타고 용산역에서 내려 다시 택시로 갈아타고

집으로 들어가려던 엇그제 밤.

아파트 입구에 있는 분식집 주인 부부가

하루 장사를 끝내고 셔터내리고

나란히 걸어서 전철 역 쪽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았다.

새벽에 장보러 나왔겠지, 하루 종일 부인은 주방에서 남편은 홀에서 수납과 배달을 하며

밤 아홉시가 되서야 마무리를 하는 것이려니

나름 상상해보니

내가 지낸 하루일상과 너무도 확연히 다르다.

 

지난 겨울 건강보험에 관한 특강을 신청하라는 공문이 모기관에서 왔었다.

마침 강의내용 중에 포함된 주제라 신청을 했더니

어제 그 기관의 간호사가 강사로 왔다.

대전에서 대학을 나와 몇년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그 기관에서 일한지 20년째란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인 두 자녀를 두고 있고

나름 직장생활에 만족하노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면서 우리 학생들에게도 적극 지원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강의를 마치고 직원식당에서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자기가 일하고 있는 기관의 장 부인이 우리 학교에 있다고 들었단다.

어물쩡 넘어가려는 내 표정을 보더니 이 양반  태도가 갑자기 달라졌다.

그 전까지 아주 발랄하게, 격의없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그만, 너무 긴장하는 것이 아닌가?/

식사 마치고 헤어질 때까지 그 긴장을 풀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대학을 나와서 간호사로 근무하다 직장을 바꾸어 나름 살아온 과정은 별반 차이가 없는데

그 양반이 느낀

격차는 너무도 컸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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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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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verway
  • 등록일
    2007/03/21 09:39
  • 수정일
    2007/03/2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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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심사를 의뢰받았다.

읽다보니 짜증이 난다. 창의성이 전혀 없는 연구문제에다가 해석조차 성실하지가 않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업적평가에서 실적 한건 올리려는 의도가 역역한 것 같아 더 괘씸해진다.

10년전 개발된 도구로 기존 연구와 대상자(그것도 근무병동만 달리한 간호사)만 다르게 해서

반복한 연구다. 가차없이 게재불가 판정을 내려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맘이 많이 불편하다. 나 또한, 그 잣대에 비추어 보면 당당할 수 있는가?

얼마나 창의적인 문제의식으로 논문을 쓰고자 했으며

결과의 해석을 위해 얼마나 곱씹었던가???

 줄줄이 이어진 연구업적 중에서

과연 무엇을 내놓고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말할 수 있을까??

 

우선, 심사의견을 친절하게 쓰기로 한다. 감정을 배제하고 나 자신을 반성하는 자세로

 다음엔 이렇게 논문쓰지 말자고 나를 설득하는 내용으로 써 보자. 그래도 '게재불가'를 통보받는

사람은 엄청 기분 나쁠테지.. 운이 나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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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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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7/03/20 10:45
  • 수정일
    2007/03/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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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전화를 드려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전화를 드렸다.

 

3월이라 바쁘겠거니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그래도 궁금하더구나 하시며

못내 섭섭하심을 편하게 드러내신다.

별일 없음을 서로 확인하고

그저 "건강챙겨라, 그것 뿐이다" 하시는데

가슴이 뭉클해진다.

 

배우신 것도 별로 없으신 분인데...

어떻게 그렇게 크신 사랑을 체득하셨을까???

왜 쌓인 감정이 없으실까마는

스스로의 마음을 부단히 들여다보고 닦아서

참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계신 것이리라.

 

내겐 참으로 귀하신 어른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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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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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7/03/19 09:36
  • 수정일
    2007/03/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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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바쁜 사람들의 모습에서

눈비비고 나서는 내 모습에서

'성실성'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하루 하루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기

그 자체가 지니는 결정력은 매우 크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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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버린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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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7/03/06 20:01
  • 수정일
    2007/03/0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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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답지 않게 따뜻한 날씨에 연구실 창밖 목련이 꽃봉오리를 활짝 피우기 시작했는데

때아닌 눈과 영하 7도의 꽃샘 추위로 그만 얼어버렸다.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는 식물의 한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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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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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7/01/16 22:02
  • 수정일
    2007/01/1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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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가 있어 아침에 KTX를 타고 다녀왔다.

서대전을 지나면서 부터 차창밖 풍경은 바뀐다. 철로가 훨씬 논과 집에 가까워지고..

멀리 보이는 집들은 흐린 날씨 탓인지 사람이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울만큼 칙칙했다.

광주에 진입하면서부터 보이기 시작한 집장사들의 집, 70년대 양옥집들이 즐비했다.

역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가면서 내다 본 도심의 풍경,

5,6층이상 높은 건물은 잘 보이지 않는다. 롯데백화점이 어색하게 우뚝 솟아있다.

낮시간이어서인지 인도도 차도도 모두 한산했다.

금남로라는 표지판을 보면서

마음이 뭉클..

그 때 그 사건의 한복판에 있어보지 않은 방관자로서의 입장에서 잠시 그 상황을 그려보았다.

 

기억으론 세번째 방문이었다. 낯선 도시, 그러나 그 낯섬이 매우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간사하게도

회의주최측이 마련한 점심식사는 너무 맛있었다. 그 옛날 양반들이 먹었을 육전, 해물전에, 혈관질환에 좋다는 메생이국, 묵은지, 말린 도토리묵 무침, 토하젓....

고색이 창연한 기와집에서 수십년되 보이는 동백나무가 있었다. 종업원들은 대문까지 나와서 빠져나가는 차에대고 90도로 인사를 한다.

 

토끼님 오시면, 눈꽃기차보다 남도 맛기행을 제안해보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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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세상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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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verway
  • 등록일
    2007/01/12 21:29
  • 수정일
    2007/01/12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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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인 조교 남편은 대기업 산하연구소에 다니는데,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단다. 밤새워 일하기가 일쑤이고, 지난 연말에는 12월31일까지의 납품기한을 맞추기에 며칠을 밤새 작업을 하여 직접 비행기로 런던공항에 가서 물건을 전달하고 바로 되돌아왔다고 한다.

어디 기간제 교사자리라도 없을까 인터넷 돌아다니다가 사립 공고에 서류를 내보겠다고

마누라에게 심부를 시켰단다. 그만큼 힘들지 않은 직장이 어디 있겠냐, 애들 둘 어떻게 키울려고 그런다냐고 물었더니 자기보다 오래된 부장들의 생활을 보면 더이상 버티는 것이 의미가 없노라고 술먹고 새벽에 들어와서 꺼이꺼이 울었단다.

 

오랫만에 만난 타 학교 선생의 동료가 두명이나 암에 걸려 투병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겨우 50대 초반의 여성들인데... 또 한 사람의 교통사고 사망 소식과 함께.

 

남편 직장의 고위간부가 하루아침에 급성백혈병으로 진단을 받고 입원했단다. 검진 받고, 혈액검사 이상이니 재검하라고 해서 결과 들으러 갔는데 당장 입원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단다.

 

정부 부처의 고위간부 중 한 사람도 후두암임을 갑자기 알게 되었단다. 그동안 내내 직장 일 다했는데, 숨이 너무 차서 병원에 갔더니 후두암이라고... 그분의 형님이 이비인후과 의사이시고, 가끔 각혈이 있었지만 도저히 자신의 몸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듯 하다.

 

아무리 암이 흔하다 하더라도, 겉으로 보기에 웬만한 학력과 지위를 가진 사람들도 더이상 버텨내기 어렵고, 어느날 갑자기 일상으로부터 퇴출당하고 마는 이 거대한 조직이 무섭다.

요즘 들어 부쩍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너무 척박하게 느껴진다.

나도 그 쳇바퀴에 끼여서 안간힘을 쓰는 것은 아닌가,  힘껏 그 속도를 밟아대지 못해 우울한 것 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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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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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verway
  • 등록일
    2007/01/04 12:58
  • 수정일
    2007/01/0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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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지막 주말을 잠으로 보내고 나서,

새해 첫 날 아침

들었던 생각은 "자유롭게 살고 싶다"였다.

가족들과의 저녁식탁에서

남편이 새해소망이 뭐냐고 묻길래

즉각적으로 '자유롭게 살자'로 답했더니

모두들 "아니, 니가 더 자유로울 수가 있냐"고 이구동성이었다.

나를 옥죄는 덫은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노라고

속으로만 답하고..

절대, 욕심에 휘둘리지 않고 사는 것이 참 자유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작심 삼일이라고,

어제는 새로운 직장을 찾아 옮겨가는 선배 소식을 듣고

잠시 내가 너무 의기소침한 것은 아닌가 흔들렸다.

그러면서

내면의 가치를 붙들겠다는 결심은

유명 브랜드의 좋은 속옷을 사는 일부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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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제대로 마무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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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verway
  • 등록일
    2006/12/04 09:40
  • 수정일
    2006/12/0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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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있다가는 내년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 같아서..

다가오는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내공을 키어야 하겠다고 굳게 다짐하려고

올 해 잘못한 일들을 뼈속 깊이 후회하려고

대림기간동안 매일미사에 참여하고자

새벽부터 명동성당으로 달려갔다.

황당하게도,

인터넷 정보와 달리, 7시반 미사는 없단다.

그래도 온갖 잡생각 떠오르는 침묵의 시간을 좀 갖고

차가운 겨울아침

스타벅스의 뜨거운 커피로 몸을 녹이며

출근길에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을 창밖으로 바라보았다.

 

2년전 겨울 보스톤에서의 경험이 머리를 스치고,

가슴엔 그 때의 그 여유가 되살아나는 듯.

 

그래, 그 여유를 지키지 못하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

 

다짐. 또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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