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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댄 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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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verway
  • 등록일
    2007/05/15 10:18
  • 수정일
    2007/05/1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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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초면 평택의 너른 평야에 있는

논에는 물이 흥건히 고여 있다.

이전까지 바싹 말라 있었는데, 화창한 오월에 들어서면

흔히 말하는 물댄(?) 논의 모습이 보인다.

 

직업상,

오늘은 물댄 논을 보면서

학생들을 연상했다.

농사지으시는 분들이 앞으로 열심히 모를 심고

피를 뽑아주고,

벌레를 잡아주면서

벼를 키워

가을에 쌀을 소출하듯이

내게 맡겨진

학생들도 물댄 논 같이

앞으로 많은 수확을 걷기를 소망하는 이들이다.

농사꾼의 심정으로 모를 심어주고

피도 뽑아주고

벌레도 잡아주어야 하겠지.

농사꾼의 성실함과 부지런함을 배우고

또 배워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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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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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verway
  • 등록일
    2007/04/28 11:31
  • 수정일
    2007/04/2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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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둘째언니의 큰 아들이 결혼을 하는 날이다.

꽃단장하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여섯 형제중 유일하게 고등학교까지 밖에 교육을 안 받았고,

결혼 후 이날까지 까다로운 시어머니 모시고 시집살이 하며 사느라

다른 형제들에게 큰 관심이나 정성을 보일 수 없었던 언니라서

늘 집안 행사에서는 뒷전(?)에 있었다. 못 오는 경우도 가끔 있었고.

 

형부 동생이 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내어 부모님 모시고 언니부부가 함께 살던 집이

은행에 넘어가서 이사를 해야 했을 때도 우리 형제들은 십시일반 도움을 주어야 했다.

그래서인지, 큰언니는 오십 넘은 며느리를 아직도 쥐락펴락하는 사돈 할머니에 대해 다소 감정이 쌓여있고, 나도 그리 친밀한 편은 아니다.

 

그랬던 언니가 오늘은 주인공이 되고

다른 형제들이 그 집 행상에 처음으로 초대를 받은 손님이 되는 것이다.

웬지, 내집 행사같은 마음씀보다 대접(?)을 잘 받아야 할 것 같은 심술이 살짝 고개를 든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마음 같으면, 가장 부족하고 약해 보이는 딸이 잘 살아내어

자식을 여의는 장한 모습이 기특하시겠지 싶다.

 

나도 그분들 생각해서 마음을 고쳐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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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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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verway
  • 등록일
    2007/04/27 12:31
  • 수정일
    2007/04/2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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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진단이 나왔다. 피부결핵..

그동안 말을 아끼던 교수는 오늘 새로운 case를 발견하고, 자신의 데이터가 축적됨이 기뻤던지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다리가 붓고, 다리 뒷쪽과 발목 부위에 주로 생기는 ' 공통적인 증상이 있으나

조직검사에서는 잘 안나오고, PPD  test를 하면 물집이 생길정도의 강한 양성반응을 보이는 것이

피부결핵인데, 내 경우가 아주 전형적이란다.

 

치료는 9개월간 아이나, 리팜피신, 에탐부톨이라는 항결핵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30%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며, 아이나만 쓰는 경우, 10%에서 재발이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3가지를 다 써야 한단다.

 

약을 먹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시 증상이 나타나고, 좀 나아졌다가 또 나타나고를 반복하기 때문에

결국 자기를 찾아오게 될 것이란다.

그러나, 약을 먹을지에 대한 결정은 나 보고 하라고..

 

왜 걸렸을까요??? 라고 물으니, 자기도 폐결핵을 앓았는데 내과 의사에게 그렇게 물었더니 웃고

말았다고.

 

다른 것을 의심할 수는 없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신은 아니지만 그동안 많은 Case를 봤고,

다음 달에 일본 가서 피부결핵에 대해 강의를 할꺼라고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일단, 기다려보겠다고 답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천안으로 내려오는 기차에서 생각해보니 아직 환자가 될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 분명 여러가지 불편감이나 체력감소(?), 부작용 등이 나타날지 모를텐데

6월까지는 아무래도 안될 것 같다.

환자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준비를 하고 나서 약을 먹으면서

충실히 환자역할을 하는 쪽이 낫겠다.

 

누울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할 판이다.  이제부터 모든 새로운 일에 대한 요청은 "NO"다,

저 환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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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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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verway
  • 등록일
    2007/04/20 13:33
  • 수정일
    2007/04/2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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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검사, 혈액검사, 가슴사진 모두 꽝!

그러나, 교수는 결핵을 강력히 의심하며

결핵반응검사를 하란다.

양성이었노라고 답했더니

다시 하면, 아주 심한 반응, 물집이 잡힐거라고

그러면 약을 먹어야 할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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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비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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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verway
  • 등록일
    2007/04/19 10:09
  • 수정일
    2007/04/1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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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신문 모두 한국계 대학생의 총격사건에 대해 보도를 하고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카더라' 통신도 뒤섞여 있는데

그 중에서도 유독

그 학생이 우울증이 있었다느니, 정신착란 증세를 보였었다느니 하는 정보에

신경이 쓰인다.

질병에 대한 이분법적 인식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흔히 개인적 관계에서는 누가 병에 걸렸다고 하면 안타까움과 동정의 시선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객관적(?) 또는 사회적(?)으로는 '환자'를 함께 논의해야 할 정상인의 범주에서 제외시키는,

열외로 간주하는 인식이 지배적임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우울증이 심했으니 비정상적인 상태라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하고 나면,

자연히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환자의 위험으로부터 다수를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에 대한

의견들이 제시되기 마련이다.

정신과전문의들이 나서서 그들도 함께 살아야 하고, 그렇게 살도록 도와주어야 함을 외칠뿐 이다.

결핵이나 나병, 에이즈 같은 특정 질병뿐아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진단받은 직장인이

당당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보험도 되고, 병원도 가까이 있음데도 불구하고

약을 잘 안 먹었거나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지 않았다면,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건만,

새삼스럽게 질병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에 마음이 쓰이는 것은

다리에 생긴 혈관염(?) 때문에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병으로 인한 고통이나 부담 그 자체보다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대열에서 내가 낙오하는 것은 아닌지,

배제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두려움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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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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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verway
  • 등록일
    2007/04/17 10:50
  • 수정일
    2007/04/1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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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지하철에서 가만히 돌아보니 다들 신문을 들고 있는데

거의 모두 스포츠신문이거나 무료신문이다.

스포츠선수의 승패 소식이나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뉴스로

아침을 시작한다.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초인적인 기록과 승리를 얻어내고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한껏 아름답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키고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꿈같은 사랑을 살아가고....

이런 바램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에게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겠지 싶다.

 

아주 오래 전 유별나게 화장을 짙게 하고 머리에 노란 물을 들인 학생이 있었다.

실습 시작을 앞두고 면담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조심스럽게 외부에 실습을 갔을 때 학생으로서의 처신에 대해 이야기를 건넬 때

그 친구가 먼저 자신의 외모가 적절치 않음을 안다고, 언제쯤 지적하실까 기다렸노라고

응수를 한다. 혹시 동료들의 시선이 따갑지는 않느냐 물으니, 정 반대란다. 친구들은

스스로는 용기가 없어 못하지만 자기를 통해 만족하기 때문에 오히려 격려를 받았단다.

당시, 나로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답변이었다.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많은 지식을 쌓아 진실을 알려주고,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정의로운 의사결정을 하고,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돈을 많이 벌어 골고루 나눠주고,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꽃을 가꾸고, 나무를 심고, 숲을 지켜주고,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자비를 베풀어 주고...

 

사람들에겐 이런 바램 또한 있을 것이다. 다만, 이 바램을 일상에서 지속적인 관심으로 드러낼 수 있는

계기가 없다. 아니, 이런 바램이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배울만큼 배우고, 가질만큼 가지고, 누릴 만큼 누리고 있는 사람들의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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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학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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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7/04/16 15:14
  • 수정일
    2007/04/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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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있는 후배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어머니 모시고 왔다.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싶어,

뭔가 많이 해주고 싶은데, 시간은 없으니

우선

고향 땅 두루 보여주자 싶어 강권하여 천년학을 보러갔다.

정작 그 후배는 졸고...

 

매화꽃 휘날리는데, 여주인공인 송화의 이 노래가사가 마음을 건드렸다.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
나도 나도 꿈속이요 이것 저것이 꿈이로다
꿈깨이니 또 꿈이요 깨인 꿈도 꿈이로다
꿈에 나서 꿈에 살고 꿈에 죽어가는 인생
부질없다 깨려는 꿈 꿈은 꾸어서 무엇을 할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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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 씨를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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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verway
  • 등록일
    2007/04/16 09:49
  • 수정일
    2007/04/1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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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만전 장날에 가서 사다 놓았던 시금치 씨를 뿌렸다.

주인 할아버지에게 말씀드렸더니

삽으로 흙을 뒤집고

손가락 모양의 기구로 흙을 고른 후

호미로 고랑을 파고

씨를 뿌리도록 해주셨다.

마침 어제 밤부터 비가 오니,

잘 자라겠지..

2주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의료생협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한 가정의학과 의사는 자신의 꿈이 꽃집을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요즘도 혼자 화초에 물을 주고 가꾸는 시간이 유일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란다.

아내의 꿈은 빵집을 하는 것이라고 하여

이야기를 듣던 이들이  꽃을 파는 빵집으로 시작하라고 격려해주었다.

 

너무 많이 배워서,

그 댓가로

그 만큼 삶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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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검사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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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verway
  • 등록일
    2007/04/13 18:24
  • 수정일
    2007/04/1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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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러서 외래진료를 받았더니, 왕창 검사를 하라고 해서..

생전 처음 조직검사도 했다.

결과를 봐야 이야기해줄 수 있다고 하니

다음 주까지 이런 저런 걱정을 해야 할 것 같다.

건강하다는 것, 평소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당연한 것으로 여겼는데

기본이 흔들리는 것에 대한 생각을 잘 안해보고 살았던 것 만큼은 분명하다.

 

몇 년전, 남편이 갑자기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수술을 받고 입원했을 때

들었던 생각이 기억난다.

다들 앞을 보고 달리기를 바라는데

부주의해서 주저 앉은 선수 취급을 받는 것 같았다. 할 일은 많은 데 드러누워 있을 틈이 어디있냐는 듯한 주변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나조차도 진심으로 위로하지 못하고,

갑자기 날라온 돌에 맞은 듯한,  '앗, 망했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하기로 했던 일들을 취소하면서... 

 

오늘 여러 곳을 다니며 검사를 하는 동안,

제법 마음은 편안했다. 내 건강도 중요하지, 확인할 것은 확인해야지..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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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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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verway
  • 등록일
    2007/04/11 11:27
  • 수정일
    2007/04/1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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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들어 이틀째 천안에 가지 않고

집에서 일을 하다가 서울 볼 일을 보고 있다.

개근상을 받아야 했던 훈육 후유증인지

남들 다 출근할 때

집에서 일하고 있으면 웬지 "범죄"를 행하는 듯..

 

어제밤부터 갈등 하다가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주저 앉았다.

 

매일 정해진 시간 꼬박꼬박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들,

얼마나 답답할까나..

 

하지만 매일 서울-천안 출퇴근이 힘든 것은 사실인가보다.

다리에 혈관염 (혹은 결절홍반??)이 한 두개씩 생겼다가 사라지더니

지난달부터 생겨서 더 커지고, 갯수도 늘고

코끼리 다리가 더욱 흉해져서

더 이상 못 버티고

금요일엔 피부과를 가려고 예약을 해두었다. 겁이 나서 인터넷을 찾았더니 이런저런

정보가 더 염려스럽게 만들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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