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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만족

  • 분류
    riverway
  • 등록일
    2007/04/17 10:50
  • 수정일
    2007/04/17 10:50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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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지하철에서 가만히 돌아보니 다들 신문을 들고 있는데

거의 모두 스포츠신문이거나 무료신문이다.

스포츠선수의 승패 소식이나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뉴스로

아침을 시작한다.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초인적인 기록과 승리를 얻어내고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한껏 아름답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키고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꿈같은 사랑을 살아가고....

이런 바램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에게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겠지 싶다.

 

아주 오래 전 유별나게 화장을 짙게 하고 머리에 노란 물을 들인 학생이 있었다.

실습 시작을 앞두고 면담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조심스럽게 외부에 실습을 갔을 때 학생으로서의 처신에 대해 이야기를 건넬 때

그 친구가 먼저 자신의 외모가 적절치 않음을 안다고, 언제쯤 지적하실까 기다렸노라고

응수를 한다. 혹시 동료들의 시선이 따갑지는 않느냐 물으니, 정 반대란다. 친구들은

스스로는 용기가 없어 못하지만 자기를 통해 만족하기 때문에 오히려 격려를 받았단다.

당시, 나로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답변이었다.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많은 지식을 쌓아 진실을 알려주고,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정의로운 의사결정을 하고,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돈을 많이 벌어 골고루 나눠주고,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꽃을 가꾸고, 나무를 심고, 숲을 지켜주고,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자비를 베풀어 주고...

 

사람들에겐 이런 바램 또한 있을 것이다. 다만, 이 바램을 일상에서 지속적인 관심으로 드러낼 수 있는

계기가 없다. 아니, 이런 바램이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배울만큼 배우고, 가질만큼 가지고, 누릴 만큼 누리고 있는 사람들의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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