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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식, 왜 못 자르나

조선일보는 11일 노무현 대통령이 김우식 비서실장을 자르느냐, 못 자르느냐가 노 대통령이 오른쪽(보수)으로 선회하느냐, 마느냐의 풍향계라고 규정지었다.

 

나도 노 대통령이 김우식 실장을 감싸는 이유가 집권 3년차를 맞이해 시행하려는 '국민통합 프로젝트' 때문이라고 썼다. 김 실장은 청와대 인사 가운데 드물게 재계와 보수언론(김우식 실장과 조선일보와의 돈독한 관계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취임후 줄곧 '상생과 화합'을 강조해온 김 실장은 조.중.동 관계자들과 비공개 회동을 수차례 가져왔다) 등과 두터운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탄핵정국을 무사히 넘기고 지난해 후반기부터 권부 내에서 김 실장의 발언권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이번 '이기준 파문'에서 의혹의 핵심으로 떠올랐듯이 말이다.



하지만 바삐 오른쪽으로 가고자 하는 노 대통령 입장에선 김우식 실장을 어쩔 수 없는 품고 가야하는가에 대해선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진다.

 

보수세력의 가교 역할을 할 사람은 김우식 실장 하나 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이기준 사태에서 김 실장의 도덕성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으며, 앞으로도 김 실장에게 던져진 의혹의 시선은 쉽게 거둬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김 실장을 자르면 이해찬 총리에게까지 겨눠진 칼끝을 돌릴 수 있다. 노 대통령 입장에서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더 절실한 건 '실세 총리'이면서도 충성도가 높은 이해찬 총리다(총리직 수행에 그가 적합한지는 논외로 하자).

 

어쩌면 노 대통령이 김 실장을 자르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이미 권력 내부에 형성된 특정 이너서클 때문이 아닐까 의혹을 품게 된다. 참여정부 초기 노무현 대통령의 양대 측근인 안희정씨와 이광재씨 중에서 안희정씨가 대선자금 수사로 낙마하면서 권력이 이광재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축으로 급속히 재편됐다.(여권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이광재 의원보다 안희정씨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뢰가 더 컸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형성된 게 청와대내 연세대 인맥이다. (이전부터 현 윤태영 국정상황실장, 천호선 비서관, 김만수 부대변인 등 노무현 캠프 쪽에는 연대 출신이 많기도 했다.)

 

연대 총장 출신인 김 실장이 이 인맥을 타고 들어온 것은 언론을 통해 수 차례 보도된 것이다. 청와대 386 핵심 참모들의 학창시절(80년대 초반) 김우식 실장은 학생처장으로 이들 참모들이 데모하다 파출소에 끌려가거나 했을 때, 이런저런 도움을 주면서 나름대로 돈독한 관계를 맺었었다고 들었다.

 

특정 학맥이 '유임'의 결정적 이유는 아니겠지만, 특정 인연을 중심으로 권력 내 이너서클이 형성돼 이들이 대통령의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측근, 대통령 측근의 측근들로 가득 메워지는 건 권력형 비리 뿐 아니라 국민과 상관없는 정치를 하게 되는 지름길이라는 건 과거 정권에서 이미 증명된 일이다. 

 

참여정부는 다를 것이다? 근거없는 자신감이다. 대선자금 수사 때도 노 대통령은 '다르다'고 했지만 받은 액수의 차이지, 질적인 차이는 아니었다.   

 

덧붙이기 : 이글 올리고 보니까 프레시안에 손호철 교수 인터뷰가 실렸는데,

손 교수는 동일한 지적을 했네.

 

손 교수는  청와대의 '김우식 감싸기'와 관련해서도 "김 실장의 보수인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역시 오만과 오기일 수밖에 없는 것은 보수세력과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사람이 김우식 실장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특히 "노 대통령이 연세대 운동권 등 비공식 이너써클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김 실장이 연대 총장 출신이고, 노 대통령의 특정 386에 대한 의존이 이번 결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는가 하는 얘기도 들리더라"며 "만약 그렇다면 위험스런 징후라고 볼 수 있다"는 의혹을 던지기도 했다. 손 교수는 결국 "최소한 김우식 실장까지는 책임을 져야할 것 같다"고 경질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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