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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의 '아랫도리 동맹'

지난 한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이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다.

 

기자로서 난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보도에 대해 비교적 보수적 입장이다. 되도록이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쪽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뿐 아니라 혼외자로 알려진 김모씨(35)의 사생활 침해도 충분히 보도 이전에 고려했어야 한다. 김모씨가 인터뷰에 응해줬다고는 하지만 방송 이후 김모씨, 혹은 주변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고 그는 잠적했다.

 

기자라는 계급장을 떼고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평생 야당 지도자였던 DJ의 혼외자 문제가 다른 정적들에게 전혀 이용되지 않았던 이유였다.

 

SBS 보도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의 사생활 관련 보고에 대해 '야, 남자 아랫도리 부분은 보고하지마'라며 일축했다. 이후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각종 폭로와 의혹 제기가 난무한, 일종의 '정글'인 한국 정치판에서 DJ가 이 문제로 상처받지 않았다는 점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한국에서 권력을 가진 남성들 중 '여자 문제'에 있어 자유로운 인간이 거의 없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프라이버시'라는 개념이 거의 전무한 한국 사회에서 남성들의 '여자 문제'만큼은 철저히 개인적 문제였다. 그리고 서로서로 비밀을 지켜주고 감싸줬다.  '여자 문제'를 거론할 경우 오히려 치졸한 사람으로 치부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아...얼마나 무서운 남성들간의 '아랫도리 동맹' 인가.

 

덧붙이는 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SBS가 왜 이 사실을, 이 시점에 보도했냐는 점이었다.

 

대략 세 가지 정도 분석이 나오는데

 

첫째는 '진승현 게이트'를 취재하다가 진승현씨 쪽에서 찔러서 DJ의 혼외자 문제를 알게 됐고 상업방송인 SBS 답게 과감히 '질렀다'. 뭔가 많이 부족한 설명인 듯하다.

 

두번째는 목포시장 선거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4.30 재보선 목포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 사분오열할 가능성이 높고 이때를 노려 열린우리당이 통합을 한다는 시나리오다. 이것도 좀 약하다.

 

세번째는 퇴임후 오히려 업적을 인정받고 있고 정치적 입지를 여전히 확보하고 있는 DJ 자체를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DJ는 올해 회고록을 출간한 계획이었는데, 이것을 앞두고 완전히 재를 뿌린 격이 됐다. DJ 회고록은 역사적 의미 뿐 아니라 정치적 파장 또한 엄청날 것이라고 정치권에서 엄청 긴장하고 있었다.  여권에서 철저히 정략적인 목적에서 배후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일 그럴듯하긴 하다. 

 

근데 왜 숨겨둔 자식들은 왜 다 딸인가?

 

(아들일 경우, 호적에 올리지 않을까 싶다. 왜냐...나중에 그 아들이 자라 자신보다 더 큰 권력을 갖고 복수할 게 두렵지 않을까. 대개 딸들은 그런 권력을 갖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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