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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재보선과 조간신문

'6:0'

지난 주말 치러진 4.30 재보선 결과는 여.야 모두에 충격적이었다.

 

'설마' 하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새삼 정치는 정말 그 향방을 한치도 예측하기 힘든 '생물'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이같은 선거 결과는 당연 5월2일 조간신문 1면 톱을 장식했다. 또 각 신문 사설에서도 이번 선거의 의미를 분석했다. 조간신문들은 이번 재보선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집권 여당에 대한 심판이라는 인식은 공유했지만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열린우리당이 어떻게 거듭나야 하는가에 대한 '훈수' 내용은 각기 달랐다.

 

경향신문, 한겨레, 서울신문 등은 이번 재선거 결과가 과반의석을 갖고도 제대로된 개혁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라고 보았고, 동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세계일보, 국민일보 등은 오히려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의 '개혁노선'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개혁 실종'을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분석한 신문들은 열린우리당이 본연의 노선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고, 정반대의 분석을 한 신문들은 열린우리당이 실용주의 노선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적 정치적 견해에 비춰보건데, 이날 사설 중 가장 훌륭한 것은 경향신문이었다.  

 

특히 "선거가 패배자와 승리자에게 각각 다른 의미의 교훈을 주고, 자기 교정의 계기가 된다면 선거는 제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정치는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치는 희망이어야 한다"는 마지막 구절은 압권이다.

 

<왜 집권당은 패배했는가>


그제는 열린우리당과 노무현정부에게 슬픈 날이었다. 열린우리당은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단 한석도 얻지 못했다. 그들은 집권 이래 나름대로 노력했는데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답답하고 서운한 감정을 억누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선거 결과는 과반의석을 갖고도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지도 못하고, 개혁도 하지 못한 무능한 집권세력에 대한 정당하고도 냉정한 평가이다. 시민들은 열린우리당이 실력 이상으로 많은 의석을 갖고 있다고 믿었던 게 틀림없다. 사실, 열린우리당은 과반의석을 부담스러워한다고 느껴질 정도로 그 힘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어쩔 줄 몰라했고, 우왕좌왕했다. 야당과는 소모적인 싸움을 하며 귀중한 첫 1년을 다 허비했다.


이런 집권당이 계속 의석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너무나 비정치적이며, 너무나 비상식적인 일이다. 열린우리당이 이번 선거에서 만에 하나 승리를 기대했다면 그것은 욕심이었다고 말해 주고 싶다.


열린우리당이 1년 내내 표 깎아 먹을 일만 하다 재선거가 다급하다고 벌인 행태만 보아도 패배는 너무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새 정치’ ‘다른 정치’를 자신의 존재이유로 자처했던 정당이다. 그런데 가장 낡고 더러운 선거수법을 다 동원했다. 그 정당은 선거승리에 정신을 빼앗겨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몰랐겠지만, 시민들은 다 알고 있었다. 다른 정당 인물을 빼내오는 철새정치, 후보와 당정체성의 불일치, 유권자 매수 시비에서 그 정당은 선두에 있었다. 이런 자기 부정이 없다. 그들이 부풀려 놓은 기대와 실제 행동 사이의 괴리가 시민을 더 큰 절망 속에 빠뜨렸음을 아는지 모르겠다. 열린우리당은 왜 이겨야 하는지,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 성찰하지 않았다. ‘선거니까 이겨야 한다’고 했다면, 굳이 열린우리당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열린우리당의 대안으로 선택받았는가. 한나라당은 감히 그렇다고 내놓고 말하지는 못한다. 이 선거 결과의 의미를 천하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무슨 비전을 제시해서, 그 무슨 국가개혁 프로그램을 내놓아서 지지를 받은 것은 아니다. 집권당의 잘못으로부터 얻은 반사이익일 뿐이다. 이번 선거가 열린우리당의 실패일지언정 한나라당의 성공은 아니다. “한나라당이 더 빨리 달리라는 국민 여러분의 매서운 채찍”이라는 말이 빈말이 되어서는 안된다. 만일 한나라당이 자만에 빠져 자기개혁에 나태해진다면, 이번 승리는 큰 패배를 향한 음울한 전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그렇지 않아도 재·보선이라는 작은 선거에서는 이기고, 대통령 선거라는 큰 선거에서는 연속해서 졌다. 큰 선거는 지역주의, 반사이익, 선거전략만으로는 안된다. 시대 흐름을 읽을 줄 알고 자기의 전망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 이번 승리가 다음 승리의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한나라당의 선택에 달려 있다.


선거가 패배자와 승리자에게 각각 다른 의미의 교훈을 주고, 자기 교정의 계기가 된다면 선거는 제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정치는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치는 희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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