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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의 이라크 '깜짝 방문' 이모저모

오늘까지 청와대 기자실은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 자이툰 부대 '깜짝 방문'이 화제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8일 이라크 자이툰 부대 방문은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처음으로 외부에 알려질만큼, '철통 보안' 속에 이뤄졌다는 점 때문에 더 많은 후문을 낳고 있다.

 

우선 9일 프레시안 기사에도 썼는데, 방문국인 쿠웨이트와 이라크에 대통령 안전을 위해 거짓 이유를 대고 방문후 '사후양해'를 구하는 등 유례 없는 여러가지 일이 발생했었다. 

 

경유국인 쿠웨이트에는 국제회의 등 다른 이유로 노 대통령 방문 이유를 대고, 실무진을 12월초 현지에 파견해 항로조정과 행사협조, 경호준비 등의 세부절차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유지가 터키가 아닌 쿠웨이트로 결정난 것도 비정상적인 입.출국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거리상으로도 터키를 거쳐가는 게 더 가깝고 쿠웨이트로 들어갈 경우 바그다드를 지나쳐야 한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그러나 쿠웨이트에 무바라크 미 공군기지가 있고 정부와 친분 관계를 고려할 때 쿠웨이트 쪽에 양해를 구하는게 더 손쉬웠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 방문 사실은 노 대통령이 이라크 방문을 마치고 떠난 지 두시간 뒤인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11시40분께 이라크측에, 쿠웨이트에는 낮 12시45분께 노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통보됐다. 

 

이에 따라 민간인인 동행 기자들까지도 비자 없이 쿠웨이트와 이라크를 방문, 출입국 기록이 전혀 남지 않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극비 방문과정에 미국과 긴밀한 사전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행정부에 고위외교채널을 가동해 이같은 계획이 사전통보 됐고, 합참본부장이 현재 다국적군 사령부에 다시 통보했다. 노대통령이 아르빌로 이동할 때 미국 전투기 4대가 초계비행을 하면서 경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 대통령의 자이툰 부대 방문에 대해 숱한 기사가 쏟아졌는데,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경향신문 사설이었다. 경향신문은 이날 노 대통령의 자이툰 부대 방문에 대해 "가지 말아야할 곳에 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노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을 높이 평가하는 사설을 써 대조를 이뤘다.

 

다음은 경향 사설 전문.

 

盧대통령 이라크 방문 잘못됐다  


유럽순방을 마친 노무현대통령이 어제 귀로에 이라크를 전격 방문했다. 놀라운 일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라크가 어떤 곳인가.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정책이 초래한 국제질서의 파괴를 증거해주는 현장이다. 내년 1월 이라크 총선거를 앞둔 이라크인의 저항과 미군의 대대적인 공세로 수 많은 이라크인과 미군이 죽임을 당한 처참한 전장이다.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요구에 굴복해 불의(不義)한 전쟁에 ‘평화·재건부태 파병’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으로 파병함으로써 이제는 부끄러움 없이 떠올릴 수 없는 땅이다.


그 곳에 어떻게 우리의 대통령이 무슨 자랑스러운 정복자나 전시 최고사령관이라도 되는 양 이라크 땅을 찾아 들어갔다는 말인가. 정부는 자이툰부대 파병때 이를 숨기고 파병이후에도 한동안 그 존재가 알려질까봐 철저히 감춰왔다. 파병이 올바른 결정이고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면, 그랬을까. 그런데 이제와서 갑자기 그 모든 것이 자랑거리로 변했다는 말인가. 알 수 없다.


파병국 정상이 이라크를 방문한 경우는 미국, 영국, 폴란드 뿐이다. 미·영침략 동맹에 가입하기로 작정하지 않았다면 이럴 수가 없다. 노대통령은 파병을 하는 대신 미국이 북한핵문제에서 협상의 자세로 나와줄 것을 요청한 적이 있다. 그러나 부시대통령은 미동도 하지 않았고, 그것은 오늘날과 같은 북핵문제 교착상태를 초래한 원인의 하나를 제공했다. 노대통령은 유럽방문중 북핵문제에 관해 제목소리를 당당히 낼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추종자세로는 북핵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올바로 인식한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유럽에서의 ‘자주적’ 발언과 이라크 방문 도무지 연결이 안된다. 부시대통령이 이 방문에 고무돼 북핵문제에서 양보할 것을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은 과거에 확인된 바 있다. 노대통령이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그는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갔다.  

 

이번에 조선일보 사설 전문.

 

대통령 자이툰부대 방문 잘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유럽순방 후 귀국 길에 이라크의 자이툰 부대를 방문했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머나먼 남의 나라 땅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고 있는 장병들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이번 방문은 반가운 소식이다.

노 대통령의 자이툰부대 방문은 밖으로는 우리의 파병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고, 안으로는 이라크 파병에 대한 소모적인 논란을 잠재우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떠나는지 안 떠나는지도 모르게 쉬쉬하며 임지로 떠나 마음이 아팠을 자이툰 부대원들도 마음이 풀리고 힘이 다시 솟아난 표정들이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장병들을 격려하면서 “여러분의 땀과 노력이 한국의 또 다른 힘이고 대한민국의 발언권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말 그대로다. 자이툰부대는 이라크의 평화를 지키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본국(本國)을 지켜주는 일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파병한 것도 한국의 안보를 뒤받쳐주는 한·미(韓美)동맹의 유지와 강화를 위해서였던 것이다.

 

이라크는 총선을 앞두고 내전(內戰)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국 CIA 바그다드 지국이 이라크의 장래가 비관적이라는 비밀보고서를 제출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자이툰부대를 향한 테러 위협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은 파병을 결정했을 때부터 예상했던 일들이다. 노 대통령은 며칠 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군은 이라크에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금은 “이라크전의 타당성 여부를 논란으로 삼기보다는 향후 이라크의 안정, 자유와 민주주의의 구축 등을 위한 효과적인 해법에 보다 치중해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올바른 현실 인식이고 파병국가의 대통령이 취할 당연한 자세라고 본다.

 

국회 국방위는 연말로 끝나는 자이툰부대의 파병기간을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하는 동의안을 통과시키고 본회의로 넘겼다. 파병에 반대하는 84명의 여야 의원들이 전원위원회 소집을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대통령은 전장(戰場)의 자이툰부대를 방문했는데도 집권당 의원들이 더 앞장서서 파병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책임있는 태도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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