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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3/10
    언론의 위기(1)
    onscar
  2. 2005/03/04
    현준희와 오정희, 엇갈린 운명
    onscar

언론의 위기

한 일간지 선배로부터 들은 얘기다.

 

그 회사는 지난해 각 부서에서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는

중견기자를 모아 야심차게 '기획취재팀'을 꾸렸다고 한다.

 

다양해지는 독자들의 요구를 총족시키고 신문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말이다.

 

근데 1년이 지나도록 별반 성과물이 없었다는 게 내부 평가다.

 

그 이유를 기획취재팀에 소속된 선배에게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답하더란다.



"기획취재팀에 제대로된 기획을 할줄 아는 기자가 없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뉴스에 쫓겨, 때론 뉴스를 쫓아 허덕이기만 했지

정작 무거운 문제의식과 긴 호흡을 갖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 위한

제대로된 기획기사를 고민하고 쓰는 것은

경력이 십수년인 기자들에게 조차 버거운 일이 돼 버렸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듣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기자질을 시작한지 올해로 5년째인데

이대로 가면 나도 기획기사 하나 못 쓰는 중견기자가 돼 있을 게 분명하다.

 

상투적 표현으로

숲은 못 보고 나무만 보는...

 

하지만

분초를 다투는 속보경쟁이 치열한 인터넷 시대에

그것도 인터넷 신문 기자인 나는

여전히 '나무'에 매달려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언론이라 할 수 없는 포탈 사이트가

인터넷 뉴스 시장에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게 되면서

개별 언론사는 포털 뉴스에 하나라도 더 많은 기사를 내보내려고

자리 싸움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노컷, 땅콩, 쿠키뉴스...

아...과거 언론의 그 근거없는 자신감과 자존심을 다 어디로 갔던가.

초기 인터넷 매체가 등장했을때

기사의 질과 신뢰성을 문제 삼으며

언론 취급도 안 할 때가 불과 2-3년 전이다.

요즘엔 기존 언론사의 인터넷판 뉴스를 보면서

정통(?) 인터넷 신문 기자들이 인터넷 뉴스의 질을 걱정하고 있다.

(우린 적어도 '정보보고'를 뉴스랍시고 노털에 제공하진 않는다.)

 

위성 DMB, 인터넷 방송의 대중화 등 앞으로도 언론 환경을 계속 변할 것이다.

 

기존 매체에 대한 독자들의 냉소가 어디서 비롯된 것으로 인식할 것인가.

 

그래서 각 언론사들은 생존의 활로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나를 비롯한 모든 언론 종사자들 앞에 놓여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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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준희와 오정희, 엇갈린 운명

"난 공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용기라고 본다. 사실 96년 효산 사건 터트리기까지 무척 많은 고민을 했다. 솔직히 터트리면 뻔하거든. '이문옥 꼴 난다'고 생각했었지. 이문옥 감사관도 양심선언으로 감옥가고 파면된 상태였으니까.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했는데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지."

 

지난 96년 4월 "효산종합개발 콘도사업 특혜의혹에 대한 감사를 당시 감사원 남모국장이 뚜렷한 이유없이 중단시켰다"고 내부 고발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현준희씨.  
  
그의 양심선언을 전후해 효산그룹이 장학로 청와대 부속실장에게 떡값으로 6천만원을 줬고, 김영삼 대통령의 중학교 동창 김경배씨가 고문으로 있으며, 김현철씨의 대리인이던 박태중씨가 효산콘도 분양권 24억원 어치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됐고, 일부 언론에선 이 사건의 배후로 김현철씨를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효산이 제일은행으로부터 1천1백50억원을 불법대출한 점을 적발해, 이철수 제일은행장과 장장손 효산그룹 회장을 구속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 했다.

 

현씨는 감사원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그해 6월 파면됐고, 감사원으로부터 고발 당해 감옥에 가기도 했다. 또 1심과 2심에선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났으나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뒤집고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새로운 증거가 포착되지 않는 한 대법원 판결이 뒤집어 지기를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지난 9년간 겪어온 개인적 고초는 말로 다할 수 없다. 

 

당시 감사원, 검찰, 은행, 건교부, 경기도 등을 떡 주무르듯이 해 불법 승인을 받은 배후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던  '효산 사건'은 아직도 감사원을 괴롭히고 있다. 

 

지난해 10월 감사원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효산콘도 비리 문제와 관련된 질의를 통해 이 문제를 다시 쟁점화시키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 의원이 요청한 자료에 허위 답변서를 보냈다가 전윤철 감사원장이 잘못을 시인하는 일도 있었다.

 

또 전국공무원노조도 지난해 11월부터 이 사건을 둘러싼 의혹 제기를 하고 있다.

 

그 의혹의 핵심엔 최근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오정희씨가 있다.

 

오정희 총장이 당시 5국2과로 효산콘도 비리 정보를 은폐.축소하는 것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오 총장은 이 같은 주장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감사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감사가 부절적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을 현준희씨 본인만 사안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라며 "내가 정보보고를 검토했을 땐 이미 감사가 끝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대하는 참여정부의 태도를 보건데, 아마 오 총장 건도 '의혹 제기' 수준에서 끝날 것으로 보인다.

 

'효산콘도 비리 감사 중단 사건'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현준희씨와 오정희 총장의 엇갈린 운명에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오정희 총장이 지난달 25일 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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