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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생환한 둘째 애 이야기

평발님의 [아빠되기란 힘들더군] 에 관련된 글.

 

 이 글은 트랙백한 글에 성원을 보내준 분들에 대한 '보고'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2월 27일 되는 군. 내게 둘째 아이가 생겼다.

 

 바로 이 녀석이다. 성별로도 녀석이 맞다. (사실 성별을 미리 알기 싫었던 나는, 의사에게 '남자에요? 여자에요?'라고 묻는 장모를 피해 진찰실을 빠져나오기도 했다. 내 의견을 존중하시는 의미에서 나에게는 말해주지 않으셨다. 하지만, 그 이후 맨날 사오시는 것들이 파란색이니, 거참.)

 

아빠도 출장간 사이에 태어난 출생 불효자인 주제에 선천적인 기형까지 있다고 하니 기절할 뻔했다.

 

(2008년 2월 28일 '사이언' 휴대폰으로 찍음)

 

결국, 2월 29일 산부인과의 협진병원이었던 세브란스로 향했다. 불안하기 그지 없었다.

 

결국 입원 조치했다. NICU라고 부르는 신생아집중치료실에 자리를 잡았다.

 

하루에 12시, 6시만 면회가 가능했다. 퇴원때까지 매일 다녀야 했다. 아내는 와 봤자 안 좋을 것이 뻔했기 때문에, 산후 조리원에 넣어버렸다. 첫째 아이는 장모님댁에 맡겼다.

 

옆의 사진은 입원 다음날인 3월 1일의 모습이다. 수술때까지 금식을 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입에는 공갈 젖꼭지가 물려졌고, 영양제를 맞기 시작했다.

 

NICU는 미숙아나 선천성 이상이 있는 아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곳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공간 맞은 편엔 '신생아실'이 있다는 것이다. 그 곳은 '모든 태어나는 아이'  (마이너스) 'NICU의 아이'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가운데 면회자 대기실이 있다.

 

보통 신생아실을 찾는 사람들은 웃고 있지만, NICU를 찾는 면회자는 표정이 굳어있다. 이 선명한 천당과 지옥의 구분이라니!!

 

 

 다음날 갔더니, 우리 애가 썬탠을 하고 있었다.(참고로 첫째 아이도 급성 황달이 와서 1주일 넘게 썬탠을 한 적이 있었다^^;)

 

 간호사는 황달 기운도 있어 같이 치료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눈을 보호하기 위해 안대를 썼다. 여전히 금식이었고, 수술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입을 앙 다문 모습이, 젖달라고 투쟁하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

 

(3월 2일 사진)

 

 

 

다음날 병원 갔더니, 갑자기 MRI를 찍자고 한다. 가슴이 덜컹했다. 왜요? 라고 묻자, 다른 장기 기형은 없는지 봐야겠다고 한다. 에구구. 그리곤 내게 '비급여 대상'이나 싸인을 하라고 했다. 당연히, 싸인을 했다. 아니 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다 3월 5일 수술을 했다.  MRI결과 단순한 똥꼬 기형으로 판단했다. 수술실에 들어간지 1시간 30분만에 수술이 시작되어 30분만에 끝났다. 에휴~~~  의사가 말했다. '간단한 수술이었고, 잘 됐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 말에 '네'라는 말보다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평소에 뻣뻣하던 허리가 왜 이렇게 잘 굽혀 지는지... .

 

 

한 눈에 봐도 똥꼬를 수술한 것인지 알 수 있는 포즈로 누워 있는 아이를 다음 날 확인할 수 있었다.

 

여전히 썬탠 중이었다. 이 놈의 황달기운은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똥꼬를 보았더니, '나 수술했어요'라고 소리치듯, 실밥이 보였다. 얼마나 아플까나.. 오른 팔에 꽂혀 있던 영양주사 바늘이 왼 다리를 거쳐, 왼 팔로 와 있었다.

 

밥은 언제부터 먹나요 라는 말에, 한 3~5일은 굶어야 된다고 한다. 그리곤 한 장의 종이를 꺼내든다. 종이에는 '초음파' 촬영 어쩌구라고 써있었다.

 

- 비급여라서요...

- 이거 왜 하는데요?

- 혹시  심장은 잘 뛰는지 보려구요..

- (허걱) 얼만데요?(난, 아직도, 이 얼만데요 라는 질문을 하기위해 얼마나 영웅적인 노력을 했는지 떠올리며 식은 땀을 흘리곤 한다. 미안하다, 미류야!!)

- 20만원 정도요.(나중에 보니 35만원이 나왔다. 이런 ...)

 

 

그리고, 3월 10일 드디어 일반 병동으로 가도 좋다는 담당의사의 진단이 떨어졌다. 대신 아내도 같이 입원해야 한다는 것. 결국 산후조리원에 있던 아내를 모셔다가 아이와 함께 병원에 안치했다.  가보니, 2인실. 하루에 15만원!! 허걱.

 

- 4인실로 가시려면, 신청을 해놓으세요.

- 저, 4인실은 얼마인가요?

- 9만 5천원요.

- 저 지금은 자리가 있나요?

- 없는데요.

 

그리고, 3일이 지나자 퇴원명령이 내려졌다. 그 때까지, 물론, 4인실은 비지 않았다.

 

그래서!! 3월 14일 현재, 둘째 아이는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꼼지락 꼼지락 잘도 움직이고, 모유도 잘 먹고, 잠도 잘자고 그런다. 다행이다.

 

이제 남은 것은 첫째 아이의 상실감을 어떻게 달랠까인데.... 이휴~~ (둘째가 엄마 젖을 물자, 첫째가 자지러졌다. 이해할 수 있는가?)

 

암튼 걱정해주신 분들!! 감솨~~ 그리고 계속 투쟁!!(아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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