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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12/08
    주식투자를 하는 좌파?(7)
    평발
  2. 2008/05/21
    [책]그들의 시나리오를 보다
    평발

주식투자를 하는 좌파?

이른바 경제위기다. 사실상 맑스주의자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일상적인 국면 조차도 위기로 규정한다. 왜냐하면 자본주의라는 것이 모순에 의해 작동되고 있으며, 본질적으로 착취를 통한 불평등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기 때문이다. 해서,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이른바'가 붙는다.

재미있는 것은, 몇 해전부터 인기였던 펀드니 주식이니 하는 돈벌이가 소위 자파들 사이에서도 심심치 않게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야 그럴 여유가 없는 상황이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지만 주변엔 처지도 안되면서 꽤나 무리를 한 사람도 있다.

나는 스스로 맑스주의자라고 믿는 사람이고, 해서 주식으로 돈을 번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실제로 노동을 통해 생산되지도 않는 가치에 대해 돈이 오간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주식과 펀드는 일종의 사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그런 사기에 발 붙이고 있는 좌파들은? 꽤나 유능한 경제 전문기자인 이정환은 '좌파가 주식투자를 해도 좋은가'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좌파라면 주식투자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주식시장을 통한 부의 이전 또는 약탈에 저항해야 하고 불로소득의 유혹에 넘어가기보다는 노동자로서 당당히 노동의 가치를 찾기 위해 싸워야 한다. 자본의 연대에 맞서기 위한 노동자들의 폭넓은 연대를 모색해야 하고 한계에 부딪힌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기 위해 부단히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이정환의 이런 지적에 동의한다. 실제로 얼마전 기륭전자 투쟁을 위해 방미투쟁단을 보내겠다고 했던 진보신당에는 노조원임을 자처하는 이들의 전화가 걸려왔다. 스스로 기륭전자의 주주라고 밝히면서, 진보신당의 투쟁이 자신과 같은 노동자들의 이익과 반하고 있다는 항의였다. 처음엔 웃었지만, 나중엔 분노했다.

생각해보라. 주식이라는 것은 미실현된 가치에 대해 미리 값을 매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회사가 장기적으로 100만큼 성장할 것인데, 현재 80 정도니 향후 20만큼 추가적인 가치가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집값도 마찬가지 아닌가? 현재 1억 정도여도 장래에 1억 5천까지 뛸 수 있다고 믿음으로서 그 집을 1억 2천에 구입하게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학에서 이런 기대를 '신용'이라고 말한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바로 이런 '신용'에 문제가 생겼기때문이며,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앞으로 이러저러하게 될 것이다'라는 체제의 자기기대가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소위 좌파가 자본주의 체제의 자기 기대에 부응하는 주식과 펀드를 한다니... 몸따로 마음따로라는 말인가? 오히려 말로는 급진적이면서도 사실 집에 돌아가면, 주식현황판에 코박고 있는 것 아닌가?

문제는, 이런 치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땅가지고, 주식가지고 돈을 벌지 못하는 바보들은 여전히 바보로 남고 영약하게 자본주의의 기대치를 실현하면서 돈을 버는 이들이 칭찬을 받는 상황이 운동판에도 만개해 있다는 말이다.

이런 문제를 좀더 확대시키면, 우리가 생각없이 하는 행동들이 자본주의의 자기 기대를 실현시켜 주는데 도움을 주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주식과 펀드도 그렇지만, 솔직히 작금의 경제위기에 대해 '경제위기'라고 칭해주는것 자체도 그런 맥락이 아닌가 생각된다. 위기는 이성을 마비시키기 때문인데, 스스로 위기 담론에 빠져들면 그들의 나쁜 패를 받아들이게 되는것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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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들의 시나리오를 보다

1. 이 책은 뒤늦게 찾아왔다.

 

 

비판의 전제는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이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신자유주의'라는 명칭은, 내내 불만스러운 것이었다. 공공부문의 민영화, 국제투기금융의 착취, 국가를 뛰어넘는 다국적 기업의 전횡, 그리고 문화와 예술의 산업 종속... 이 모든 것이 '신자유주의' 때문이다라고 말하기엔 헐거워 보였다.

 

 

솔직히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왜냐하면 아무리 공병호 등등을 '멍청한 ..'라고 욕해도 그들은 그들 자체의 합리성을 꾸준히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보수주의자들은 감정의 열정보다는 이성의 냉정을 추구하는 이들이 아닌가.

 

 

그래서 찾아 읽기 시작한 것이 각종의 경제서들이다. 교양으로 '멘큐'를 왔다 갔다가, 경제사를 들여다 보고...

 

 

그러다 눈에 띄인 게 바로 이 책이다. 수전 조지는 TNI라는 연구소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던 이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칭찬은 벌써 듣고는 있었으나, 저자의 내력을 짐작해버린 나는 '신자유주의 비판서'겠구나며 치워 두었다.

 

 

2. 이 책은 '그들의 시나리오'이다

 

 

맞다. 신자유주의 비판서다. 하지만 방법은 차이가 난다. 이 책의 묘미는 책의 전략에 있다.

 

 

세계의 경제를 좌지 우지 하는 세력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들은 현재의 자본주의 체계로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지만, 이 체제가 과연 지속될 것인가라는 점에서 의심스럽다.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특별연구팀을 구성하여 현재의 세계 자본주의를 점검하고 오랫동안 이 체제를 유지시킬 방안들을 마련하도록 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루가노 리포트'다.

 

 

물론 이런 전제는 가상이다. 하지만, 지금껏,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시나리오대로 세계 경제가 움직이고,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엔 부정하기 힘들다.

 

루가노 리포트 - 10점
수전 조지 지음, 이대훈 옮김/당대

 

 

 

 

* 클릭하면, <알리딘>으로 옮겨감

 

3. 이 책은 '현실주의'를 말하고 있다.

 

그들의 시나리오는 한번 정독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전제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전략들이 어떻게 수미일관한 합리성으로 나타나는지 직접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정부의 보고서 대부분은 보고서로서의 합리적 구조를 가지고 짜여진다. 문제는 전제와 결론이 이미 마련된 상태에서 보고서가 작성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용역 지시서'가 그렇다. 보고서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결론에 대한 근거를 찾는 과정이다.

 

루가노 리포트의 전제는 단순명료하다. 시장이 가장 효율적이다. 자본주의가 가장 많은 부를 가져다 준다. 이 두 가지다. 그리고 결론은 이렇다. 자본주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초국적인 경제권력-세계은행, IMF, MAI-을 만들어야 하며, 국가의 기능은 자국 노동력의 통제로 국한되어야 한다.

 

사실 정치적으로 좌파에 가까운 저자가 이 책을 쓰게된 동기는 꽤나 명확하다.

 

"지금의 좌파로는 이런 주류의 흐름과 제대로된 이데올로기 투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자들도 빈곤을 문제시한다. 그들도 세계의 난치병과 전염병에 대해 공포를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자본주의 체제를 흔드는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본주의적 경로를 통해 빈곤과 질병이 좀 더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파들을 상대로,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말로 대응하는 것은 얼마나 손쉬운 일인가. 그리고 그 만큼 무책임하고 무의미한 발언이 어디 있을까.

 

4. 이 책의 말들

 

"당신은 당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아동노동과 하루 12시간이라는 장시간 노동, 비참할 정도로 낮은 임금, 위험한 작업환경, 노동조합 금지가 일반화되어 있다면, 이를 받아들이겠는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당신 나라의 시민들이 이 모든 관행이 '합법화'되어 있는 나라의 불행하고 억압받는 사람들과 경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신에게는 '자유무역 반대론자', '보호주의자'라는 저주의 꼬리표가 붙게 될 것이다." (248)

 

"만약 보다 공평한 소득분배, 기아근절 등등이 실질적인 목표라면, 누구나 무엇이 수행'되어야 하고' 수행'되지 않으면 안 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과제들의 실현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향해 당신네들의 정책이 잘못되었으니 고치라고 설득할 것이 아니라, 힘을 기르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것이 실행'되어야 하고' 실행'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어리석게 되뇔 것이 아니라, 다음 두 가지 간단한 물음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현재 위기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257)

 

"미국에서는 좌파와 우파의 연합세력이 대통령의 '무수정 일괄승인' 권한(자유무역협정에 서명하여 의회의 수정을 거치지 않고 법률로서 발효시키는 권한)을 무효화시켰다. 언젠가 한 친구는 프랑스의 농민연합단체 두 개가 비교적 사소한 문제를 놓고 티격대격하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우파농민인들, 좌파농민인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어? 우파든 좌파든 농민은 살아남지 못할 텐데!" 그렇다, 이 두단체는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힘을 모으는 게 훨씬 바람직했겠지만, 이들 단체나 혹은 역사를 자랑하는 케케묵은 노선들에 따라 사분오열되곤 하는 집단들이 자연스럽게 힘을 규합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256)

 

"사회를 지배하게 될 기본 원칙들을 선택하기에 앞서, 그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나 자신의 천부적인 능력과 기회를 전혀 인식하지도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사회를 바라보도록 하자. 그렇게 되면 당신은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해소되고 그리하여 가장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혜택을 받게 되는" 세계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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