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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1
    기계적 균형에 대해
    평발

기계적 균형에 대해

한창 촛불 정국이 하나일때 하나의 글을 읽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내가 정기적으로 메일로 구독하는 메일링 중에 '다산연구소'라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 고려대학교 김민환교수도 글을 쓰는데, '어떤 신문을 볼 것인가'(391번 글)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100%는 아니어도, 그의 말에 일리가 있겠다싶어 집에서는 경향신문을 구독하고 사무실에 와서는 한국일보를 찾아본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김민환 교수가 말하는 균형이란 그야말로 기계적 균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자(11일자) 한국일보 6면에는 '부동산 정책'에 관한 이야기가 실렸다.

"정부 구닥다리 처방에 거꾸로 가는 시장"

적절한 헤드라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용은 그것이 아니었다. 소위 시장전문가랍시고 등장하는 부동산업자들의 말을 인용해 '중소건설사 무주택자 등 배려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사실상 정부의 경기부양대책에 찬성입장을 보이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에 일정정도 영향력을 발휘해온 -특히 종부세관련해서- 서강대 김경환 교수의 인터뷰가 실렸다.

"현 위기 상황이야말로 왜곡된 규제 없앨 기회"

가 헤드라인이다. 그런가? 촛불집회땐 바로 그런 위기가 집회를 그만둬야할 이유가 되었으나, 지금의 위기는 오히려 정부의 실패하고 있는 정책을 지속할 때라고? 게다가 김경환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종부세 등) 한때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이지만 필요를 다했으니 없애야 한다". 좋다 이 정도는 동의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다시는 바뀌지 않을,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 사람이 교수맞나?

제도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없앨 수 있는 것이라면, 종부세, 분양가 제한 등은 한국의 필요에 의한 제도인 것이고, 따라서 그 필요가 다했다고 생각하면 없앨 수 있다. 하지만 다시는 바뀌지 않을이라니...

나중에 새로운 필요가 발생되어도 바뀌지 않을 제도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이건 뭐, 거의 강마에 톤으로 "똥덩어리" 수준아닌가?

그리고 신문을 넘기는데 10면에 "오바마-부시 정권이양 벌써 파열음"이라는 헤드라인이 보였다.

오바마 인수위 사람들이 부시 대통령의 훈령 200여개를 취임즉시 파기하겠다는 것이었다. 법령이 아니라 훈령 정도면 대통령이 바뀐 마당에 당연한 조치가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이를 '파열음'이란다.

그러면, 이명박이 정권잡고 좌파 10년 법안을 다 뜯어고치겠다고 나서는 것은, 아주 '아싸리 판' 아닌가? 그런데 한국일보는 이명박 정권에 대해선 이렇게 평가하지 않았다. 결국 드는 생각은 당파성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깨달았다. 앞서 내가 존중했던 김민환 교수의 균형감각이라는 것이 결국은 기계적 균형감에 불과했다고 말이다. 그래서 한겨레의 당파성이 조선일보의 그것만큼 거슬리지만 그럼에도 가운데 점인 '한국일보'가 균형일 순 없다고 말이다.

뭐 그렇다는 거다.

스펙트럼을 만든 후 자로 좌, 우를 재고 가운데 점을 균형이라고 칭하기는 싶다. 하지만 그것은 균형이 아니라 가운데 점에 불과하다. 가운데 점은 가운데 있다는 것을 제외하곤 어떤 의미도 없다.

아침에 출근해서 지난 금요일 토론회 결산보고서를 쓰는 참에. 집어든 한국일보 덕분에 아주 기분이 상해버렸다. 균형은 말이다, 김진석 선생이 말한대도, 기우뚱한 것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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