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후보단일화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4/03
    다시 '후보 단일화'에 대해(3)
    평발

다시 '후보 단일화'에 대해

야스피스님의 [후보단일화의 딜레마] 에 관련된 글.

어제 심상정 후보 측의 단일화 합의 발표 이후, 불거지는 원칙론에 반론을 취하기 위해 급히 글을 썼었다. 이는 이번 단일화의 움직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진보신당, 혹은 향후 좌파적 정치활동의 모습에 대한 상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트랙백을 한 글에서 간단하지만 수미일관하게 정리한 10가지 명제는 후보단일화와 진보신당의 문제를 단순히 농담거리가 아니라 '숙성'시키는 제안으로 생각한다. 단, 밑의 첨부한 이상한 단체의 농담은, 그저 농담으로만 들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단일화를 둘러싼 논란에서 핵심적인 것이 존재한다.

 

1. 이번 단일화의 구도를 누가 짰으며 누구의 구도로 가고 있는가?

 

심상정후보와 민주당 후보간의 단일화는 후보간 단일화이지 당대 당 단일화가 아니다. 말장난이라고? 천만에. 이를 당대당으로 묶어서 이득을 보고자 하는 것은 맏형 노릇을 하고 싶어 하는 민주당의 구도일뿐이다.

 

이런 거리두기는 심상정 후보가 한평석 후보와 함께 출연한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잘 드러난다. 심상정은 차이를 드러내고자 하고, 한평성은 차이를 무시하고자 한다. 바로 단일화의 효과를 어느 구도로 맞추는가라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1-1. 은평과 노원의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심상정의 단일화는 '심상정'의 성과이다.

 

문제는 심상정과 한평석이라는 후보간 대외적 격차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당 지도부 차원이 아니라 후보의 판단이라고 비껴선것이다. 다시 말해, 민주당의 구도로 집어넣기엔 무리수가 따른다는 계산이다.

 

2. 소위 자주계열의 단일화는 '우리가 가는 것'이었고 이번 단일화는 '우리에게 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야스피스가 인용한 이상한 집단의 논평은 농담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당시의 정치적 맥락을 놓치면 형식논리에 빠지고 만다. 우선 확실한 차이를 알기위해 확실한 사례에서 시작하자. 운동의 역사에서 등장하는 '후보단일화' 문제는 전국연합 류의 운동권에서 자주 애용하던 구호였다.

 

그런데 대부분 이 구호는 2강 구도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쪽에 힘을 실어주자는 논리로 쓰였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후보의 단일화가 아니라 세력의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는 작년 대선때건, 지방선거때건 마찬가지다. 동일한 '반 한나라당'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가는 것과 우리에게 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것을 구분하지 못하면 새로운 정치현상을 읽는데 트래픽이 걸리게 된다.

 

2-1. 오는 것과 가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당연하다. 개인적으로 정치+공학이라는 말을 무지하게 싫어한다. 왜냐하면 삶의 문제를 다루는 정치 영역이 고작 엔지니어에 의해 조작되는 부품들의 조합이라고 연상하기 껄끄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 특히 제도 정치의 영역이 '이미 짜여진 판에 의해 진행된다는 점'에서 공학적 요인들을 따져봐야 한다.

 

오는 것과 가는 것의 차이는, 우리가 서있는 땅바닥에 누가 작대기로 줄을 그을 수 있는가의 문제다.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완전히 우리에게 오는 것으로, 그리고 그것을 진보신당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하는데 있다. 쥐뿔 가진 것도 없으면서 고집만 세면 배를 곪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3. 이번 총선은 살아남기의 문제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총선에 그렇게까지 목숨걸 필요가 있냐, 앞으로 오래가는 운동을 하자고 말한다. 동의한다. 난 오래가는 운동을 위해서도 이번에 살아남아야 한다고 믿는다.

 

개인적으로 난 민주노동당 선도탈당파에 대해 동지적 애정은 쥐뿔만큼도 없을 뿐더러, 그들의 정치적 진정성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하고싶은 말을 다 하고 나감으로서 남아있던 이들에게 모멸감을 안겨주었다.

 

그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한, 진보신당은 도로 민주노동당의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그래서 난, 노회찬 심상정이 평범한 유권자의 지지로 국회의원이 되었으면 한다. 소위 선도 탈당파들이 그렇게 믿고 있던 조직의 힘들이 우스워질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과 강한 정치투쟁을 할 수 있도록 계기가 있었으면 한다.

 

4. 진보정당의 원칙? 난 일차적으로 생존이라고 본다.

 

우리끼리만 아름다운 민중당, 백선본의 추억은 다 가져가라. 지나간 추억만을 떠올리며 사는 것은 임종이 임박한 사람이나 하는 것이지, 아직 10년도 버텨본 역사가 없는 진보정당이 해선 안되는 일이다.

 

역사적 교훈이라고? 시간내서 찾으면, 반대의 사실들도 얼마든지 찾아낼 자신이 있다.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개인적으로 이번 단일화가 한 지역구의 후보 단일화에 불과하며, 오히려 긍정적인 에피소드로 생각한다. 전혀 심각할 것 없다는 말이다. 민주노동당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것은 다수파의 패권주의와 북한 추종주의 아니었나? 그것과 심상정의 단일화는 다른 문제라고 본다.

 

5. 이런다면 후보 단일화에 반대다.

 

만약 심상정 후보가 단일화의 조건으로, 조직간 통합이나 비정규직 문제의 양보, 18대 임기동안의 정책연대 등을 합의했다면 이는 문제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말도 안된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민주당에서 한평석이라는 사람은 그저 한 후보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오죽하면 당내에서도 '제1야당이 창조한국당과 진보신당 꽁무니나 쫒아다니냐'는 불만의 소리가 나올지경이다.

 

난,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에 대해 소설을 쓰지 말자고 말하는 것이다. 사실에 대한 평가보다, 자신이 알고 있는 편견이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다면, 이는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왜곡이 된다.

 

6. 솔직히 말하자. 진보신당은 계급정당이 아니다. 하지만 가장 상식적인 정당이고자 한다고 믿는다.

 

내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계급정당 아니다. 대중적인 민중조직을 바탕으로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그냥 좌파적 활동가들이 모여있는 정도다. 이게 부끄러운가? 아니다. 난 전혀 부끄럽지 않다.

 

계급적인 문제를 도외시하고, 소수자의 문제에 눈을 감고 무시하는 정당인데도 진보정당이라 한다면 난 부끄러울 것이다. 하지만, '계급정당'이 아니다라고 욕을 먹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도대체 계급정당이 뭔지 보여주고 나서 충고할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국노동당 이야길 한다. 맞다. 변했다. 제 3의 길은 오른쪽으로 열 두발 정도는 더 간 정책일 것이다. 하지만!!

 

기든스의 '제3의 길'과 '브라운씨, 이젠 당신 차례요'라는 책을 읽고 다시 한번 고민해보자. 영국의 노동당이 별 존재감도 없는 남한의 활동가에 '변절의 살아있는 화신'으로 명명되어도 되는 건지 따져보자는 말이다.

 

7. 그런데, 왜 국회 앞에서 집회들을 하는 걸까?

 

제도 정치에 대한 투항이라고? 그러면 왜 국회앞에서 그렇게 많은 집회들을 하는데? 이것은 제도 정치에 대한 환상인가? 물론, 집회는 국회를 겁주기 위한 정치적 활동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문제는 효과다. 겁먹겠는가? 정말?

 

제도 정치를 이용하자는 말이 아니다. 대의민주주의. 정당정치. 선거. 이런 것들은 지금-여기에 현존하는 것이다. 있는 것 가지고 어쩌자는 것이 선거에 대한 논의다. 이 구조를 바꾸는 문제는 맥락이 다르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중요하다.

 

찍을 놈없어서 지난 대선에서 기권했다고? 속은 시원하겠다. 그런데, 그런다고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 아래 있지 않나?

 

아무도 맘에 안들어서 총선에서 기권할 것이라고? 뭐, 봄 나들이라도 간다면 좋겠지. 그런데, 그런다고 한나라당이 태반인 국회의원이 만들 법/제도에서 떨어져 나와 살수 있나?

 

있는 것을 냉정하게 판단하자는 것이다. 이번 후보 단일화문제도 '있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해야 한다. 국회의원 한명이 왜 중요한지, 욕을 먹더라도 진보신당의 이름을 단 그들이 왜 필요한지 함 따져보자. (510)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