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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1
    [책]그들의 시나리오를 보다
    평발

[책]그들의 시나리오를 보다

1. 이 책은 뒤늦게 찾아왔다.

 

 

비판의 전제는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이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신자유주의'라는 명칭은, 내내 불만스러운 것이었다. 공공부문의 민영화, 국제투기금융의 착취, 국가를 뛰어넘는 다국적 기업의 전횡, 그리고 문화와 예술의 산업 종속... 이 모든 것이 '신자유주의' 때문이다라고 말하기엔 헐거워 보였다.

 

 

솔직히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왜냐하면 아무리 공병호 등등을 '멍청한 ..'라고 욕해도 그들은 그들 자체의 합리성을 꾸준히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보수주의자들은 감정의 열정보다는 이성의 냉정을 추구하는 이들이 아닌가.

 

 

그래서 찾아 읽기 시작한 것이 각종의 경제서들이다. 교양으로 '멘큐'를 왔다 갔다가, 경제사를 들여다 보고...

 

 

그러다 눈에 띄인 게 바로 이 책이다. 수전 조지는 TNI라는 연구소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던 이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칭찬은 벌써 듣고는 있었으나, 저자의 내력을 짐작해버린 나는 '신자유주의 비판서'겠구나며 치워 두었다.

 

 

2. 이 책은 '그들의 시나리오'이다

 

 

맞다. 신자유주의 비판서다. 하지만 방법은 차이가 난다. 이 책의 묘미는 책의 전략에 있다.

 

 

세계의 경제를 좌지 우지 하는 세력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들은 현재의 자본주의 체계로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지만, 이 체제가 과연 지속될 것인가라는 점에서 의심스럽다.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특별연구팀을 구성하여 현재의 세계 자본주의를 점검하고 오랫동안 이 체제를 유지시킬 방안들을 마련하도록 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루가노 리포트'다.

 

 

물론 이런 전제는 가상이다. 하지만, 지금껏,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시나리오대로 세계 경제가 움직이고,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엔 부정하기 힘들다.

 

루가노 리포트 - 10점
수전 조지 지음, 이대훈 옮김/당대

 

 

 

 

* 클릭하면, <알리딘>으로 옮겨감

 

3. 이 책은 '현실주의'를 말하고 있다.

 

그들의 시나리오는 한번 정독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전제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전략들이 어떻게 수미일관한 합리성으로 나타나는지 직접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정부의 보고서 대부분은 보고서로서의 합리적 구조를 가지고 짜여진다. 문제는 전제와 결론이 이미 마련된 상태에서 보고서가 작성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용역 지시서'가 그렇다. 보고서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결론에 대한 근거를 찾는 과정이다.

 

루가노 리포트의 전제는 단순명료하다. 시장이 가장 효율적이다. 자본주의가 가장 많은 부를 가져다 준다. 이 두 가지다. 그리고 결론은 이렇다. 자본주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초국적인 경제권력-세계은행, IMF, MAI-을 만들어야 하며, 국가의 기능은 자국 노동력의 통제로 국한되어야 한다.

 

사실 정치적으로 좌파에 가까운 저자가 이 책을 쓰게된 동기는 꽤나 명확하다.

 

"지금의 좌파로는 이런 주류의 흐름과 제대로된 이데올로기 투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자들도 빈곤을 문제시한다. 그들도 세계의 난치병과 전염병에 대해 공포를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자본주의 체제를 흔드는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본주의적 경로를 통해 빈곤과 질병이 좀 더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파들을 상대로,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말로 대응하는 것은 얼마나 손쉬운 일인가. 그리고 그 만큼 무책임하고 무의미한 발언이 어디 있을까.

 

4. 이 책의 말들

 

"당신은 당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아동노동과 하루 12시간이라는 장시간 노동, 비참할 정도로 낮은 임금, 위험한 작업환경, 노동조합 금지가 일반화되어 있다면, 이를 받아들이겠는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당신 나라의 시민들이 이 모든 관행이 '합법화'되어 있는 나라의 불행하고 억압받는 사람들과 경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신에게는 '자유무역 반대론자', '보호주의자'라는 저주의 꼬리표가 붙게 될 것이다." (248)

 

"만약 보다 공평한 소득분배, 기아근절 등등이 실질적인 목표라면, 누구나 무엇이 수행'되어야 하고' 수행'되지 않으면 안 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과제들의 실현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향해 당신네들의 정책이 잘못되었으니 고치라고 설득할 것이 아니라, 힘을 기르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것이 실행'되어야 하고' 실행'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어리석게 되뇔 것이 아니라, 다음 두 가지 간단한 물음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현재 위기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257)

 

"미국에서는 좌파와 우파의 연합세력이 대통령의 '무수정 일괄승인' 권한(자유무역협정에 서명하여 의회의 수정을 거치지 않고 법률로서 발효시키는 권한)을 무효화시켰다. 언젠가 한 친구는 프랑스의 농민연합단체 두 개가 비교적 사소한 문제를 놓고 티격대격하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우파농민인들, 좌파농민인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어? 우파든 좌파든 농민은 살아남지 못할 텐데!" 그렇다, 이 두단체는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힘을 모으는 게 훨씬 바람직했겠지만, 이들 단체나 혹은 역사를 자랑하는 케케묵은 노선들에 따라 사분오열되곤 하는 집단들이 자연스럽게 힘을 규합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256)

 

"사회를 지배하게 될 기본 원칙들을 선택하기에 앞서, 그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나 자신의 천부적인 능력과 기회를 전혀 인식하지도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사회를 바라보도록 하자. 그렇게 되면 당신은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해소되고 그리하여 가장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혜택을 받게 되는" 세계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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