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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28
    [책]조선일보의 난독증(2)
    평발

[책]조선일보의 난독증

 

1. 기사 하나

 

"부시 실패 재연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경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부시 행정부 6년의 완벽한 재방송이다. 북한에 대한 가정과 레토릭(수사법)이 같다. 그러나 부시 초기 대북정책의 결과는 무엇인가? 북한의 핵 능력 강화다. 이명박 정부는 그 실패를 답습하고 있다."
  
  <실패한 외교>를 공동 번역한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25일 이 책이 시사하는 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부시 행정부 초기를 조명한 이 책을 통해 당시 미국의 대북정책이 왜 실패했는지를 깨닫고 최대한 빨리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잘못된 가정과 레토릭이란 무엇인가? 시간이 흐르면 북한은 머리를 숙이고 나올 것이라는 가정, 그리고 '악행(惡行)에는 보상 없다', '시간은 우리편이다', '대화에 연연하지 않겠다' 등과 같은 레토릭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2. 기사 둘

 

프리처드 소장의 《실패한 외교》는 부시 미 행정부 8년간의 대북 정책에 관한 기록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중심으로 클린턴 행정부의 북핵 협상을 다룬 책은 많이 있지만, 부시 행정부의 8년을 다룬 것은 이 책이 거의 효시에 해당한다.

국내에선
김대중, 노무현 2대에 걸친 진보 좌파 정권의 대북 포용정책이 북핵을 해결하지 못했고, 한미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점에서 실패했다는 진단이 내려져 있다. '실패한 외교'는 태평양 건너편 국내 시각에서 부시 행정부 8년의 북핵외교 역시 북한이 핵무기를 최대 10개까지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했고, 핵 실험을 했고, 미사일 프로그램을 더욱 발전시켰으며, 전통적인 우방인 한국과의 관계를 파국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참담한 실패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지난 두 정권의 대북 정책은 북한 김정일 정권에 무조건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유연 경직성'때문에 실패했다. 프리처드는 부시 미 정부는 정반대로 김정일 정권에 무조건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강경 경직성'에 빠져 예고된 실패의 코스를 밟았다고 설명한다.

 

3. 누가 잘 못 읽고 있는가?

 

같은 책에 대한 서평치고는 평가가 상이하다. 하지만 참고로 해야 할 것은, 위의 글은 <프레시안>에 실린 서평 중 역자 인터뷰의 내용이라는 점이다. <프레시안> 서평보기

 

뒤의 것은 <조선일보>의 토요일자 북섹션에 나왔던 서평의 일부분이다. 이 기사의 제목은 "이 자가 누구야? 이렇게 순진하다니 믿을 수 없군"이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책의 내용을 보자면, 부시 행정부의 이데올로기에 갇힌 대북정책이 동맹국인 한국의 신뢰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그렇게 막고자 했던 북한의 핵개발 프로세스도 저지하지 못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으로, 결국 부시행정부의 '실패한 외교'에 대한 내용이다.

 

따라서 뒤의 <조선일보>가 국내 좌파정권 운운한 것은 '창조적 서평'을 위한 왜곡에 가깝다. (아직까지 '조선일보 제몫 찾아주기라는 운동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있는 나로서는, 버려져있던 <조선일보>에서 '북섹션'만 꺼내든 실책이 더 후회가 된다.)

실패한 외교 - 6점
찰스 프리처드 지음, 김연철.서보혁 옮김/사계절출판사

 

실제로 해당 책에서는 남한의 대북정책에 대한 논평은 찾아보기 어렵다. 책을 쓴 목적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것도 <조선일보>가 끌고가고자 하는 방향 반대편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니 엉뚱한 제목에 엉뚱한 도입부로 논점을 흐려버리는 것이다.

 

4. <조선일보> 독자들은 어찌하나?

 

문제는 <조선일보>의 얼치기 기자나 데스크가 아니라, 꼴에 신문이라고 '신주단지' 모시듯이 <조선일보>를 섬기는 독자들이 문제다. 이 독자들이 <실패한 외교>라는 책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알게 된 것은 누구 책임인가?

 

거참. 이럴때마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버린 '메타비평'이 필요하다. 예전에 '미디어 오늘'이 이런 기사를 자주썼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은 거의 업종지로 전환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도, 남한 좌파세력 척결을 기사의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있는 <조선일보> 기자들! 바보흉내내다간 정말로 바보된다. 바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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