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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07
    참 많은 걸 배웠다
    평발

참 많은 걸 배웠다

이른바 '심상정 단일화'를 둘러싼 논란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이를테면, 진보정당의 원칙과 정체성이라는 것. 그리고 제도화의 의미에 대한 것. 그리고 소위 변한다는 것.

 

수차례 밝혀왔듯이 나는 심상정 단일화를 찬성하는 입장이었고, 진보신당의 당면과제는 '살아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의 부분에 대해선 예외없는 융단폭격을 맞은 셈이다.

 

전혀 억울하지 않다. 당연하다. 내가 지금의 내가 아니라, 불과 4년전의 나만 되었어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아니, 내가 민주노동당이니 진보신당이니, 제도정치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뭐 이제 내일 모레면 어떻게든 결판이 날 것이다. 진보신당도 그 결과에 따라 존폐의 기로에 설 것이다. 나는 진보정치의 미래를 낙관하지만, 살아가는 동안은 힘들 거라고 본다. 결국 나의 역할은 진보정치의 완성이 아니라 흔적을 만드는데 있다고 생각해왔다.

 

주변 사람에게 이런 감정을 설득력있게 말하기 참 힘들다.

 

내가 왜 작년 연말부터 올해초까지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는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동지는 몇개월의 불면증을 호소했는지. 그런 개인적인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았으며, 그런 '불안이 나의 영혼을 잠식하고' 있는지를.

 

원칙과 정체성, 부르주아 정치의 속성, 합의와 대의의 과정, 당활동가의 성장을 전제로 한 진보정당. 이런 고민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나에겐 질식할 것 같은 문제들로 다가왔다.

 

내게 절망인 것은, 헌신이라는 말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진보신당의 활동가들이다. 소위 민중진영내에선 당활동가만큼 씹기에 좋은 대상도 없다. 아니 이제까지 민주노동당도 그런 처지였다고 생각한다.

 

2004년에 이런 일이 있었다. 함께 해왔던 연대사업이었는데, 소위 민중단체인 어느 곳에서 난데없이 '정당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이유로 회의에서 당을 배제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자신들의 활동이 '정치적 이유'로 해석되는 것이 싫다는 것이다. 난, 이를 순결주의라 부른다.

 

2006년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바다이야기가 한참 논란일 때, 의정부에선 화상경륜장 싸움으로 정신이 없었다. 결국 경륜을 운영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과 갈등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때 공단 노조위원장이 찾아왔다. 경륜에 딸린 노동자들의 생계는 어쩔려고 그런 주장을 하냐고. 나는 이를 자기중심주의라고 불러왔다.

 

그리고 FTA투쟁이 한참일때, 골프장 싸움을 하는 곳에 연대를 하고 있었다. FTA집회와 골프장 대책회의가 겹쳤을 때 주저없이 골프장 대책회의에 결합했다. 이에 대해 단체활동가들은 나에게 '몰정세적'이라며 조소했다. 나는, 역으로 이를 정세주의라고 생각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애정도 없는 날선 비판을 가지고 진보신당을 요리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들은 대부분 맞다. 타당한 주장을 통해 당을 발기발기 찢어놓고 있다. 그렇게 해서 모든 책임은 논란의 주역이 지게되고 위대한 역사적 논평가들은 스스로의 승리에 도취된다. 나는 이를 '좌파 나르시시즘'이라고 여긴다.

 

내가 옳다고 우길려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경험들은 오로지 개인사에 속하는 경험들이며, 나의 주장이 그런 방향으로 흐르게 된 정신의 배경에 가깝다. 한 방향으로 가지고 못하고 끊임없이 틴들현상을 보이는 나의 입장과 주장이, 너무 위태로우면서도 지나치게 당연하다고 느껴진다.

 

갱신되지 않는 이론에 대해 절망했다. 20세기 초의 소련 역사는 꿰고 있으면서, 같은 시기 조선제국의 끝자락에 대해선 무지한 '외국인'들이 싫었다. 체게바라의 편지글에 열광하면서 일제시대 박치우와 같은 사회주의 운동가의 존재자체를 무시하는 것이 짜증났다. 왜, 영국 노동당에 대해선 잘 알면서, 우리의 진보당에 대해선 무지한가? 우리의 교훈은 어느쪽으로부터 오는 것이 타당한가?

 

결국 넋두리에 지나지 않지만 이 기억을 잊지 않을 것이다. 다들 어떻게들 살아가는지, 얼마나 원칙과 정체성에 치열하게 살아갈지를 볼 것이다. 과연 옳은 주장들이 옳은 삶을 결정지을지도 분명하게 지켜볼 것이다.

 

나 역시 악랄하게 버틸 예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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