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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26
    이게 사실일까?
    평발

이게 사실일까?

 

<프레시안>을 보다 눈이 번쩍 뜨였다. (아래기사 참조)

먼저 든 생각은, '에이 사실일까?'다.  나도 참 순진한 사람이다. 이제 뭘 기대할게 있다고 이런다.

그래도 이런 문제는 이념하고도, 정권하고도, 정치하고도 상관없는 인간의 문제가 아닌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사실일까?

버럭 홍교수님이, 이명박이 너무 싫다보니까, 고도의 메타포로 가득한 우화를 쓰신 것이 아닐까?

음...

아침부터 정신이 없군.



 

여고생 강간범, 청소년위원회 공무원으로 복직

[홍성태의 '세상 읽기'] 엽기적인 대한민국
등록일자 : 2008년 03 월 26 일 (수) 10 : 12   
 

  어째 이렇게 세상이 뒤숭숭한가? 보수 언론이 이상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데 혈안이 되었기 때문인가? 보수 '찌질이'가 웃기지도 않는 댓글을 달아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기 때문인가? 보수 언론도, 보수 찌질이도 다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 세상 자체도 큰 문제일 것이다. 새우깡을 먹으려고 봉지에 손을 넣었더니 놀랍게도 '생쥐 머리'가 잡히는 세상이 아닌가?
  
  아니, 더 큰 문제는 '생쥐 머리'가 아닐 것이다. 이 정부는 이미 1%부자가 지배하는 '고소영 S라인'(고대-소망교회-영남-서울시 라인) 정부, '강부자'(강남-땅부자) 정부라는 지적을 받았고, 여기서 나아가 심지어 전근대적 '형님 정권'이라는 비판마저 받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 정부는 스스로 '실용 정부'를 자처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부는 경운기보다 느린 운하를 강행함으로써 스스로 사상 최악의 '비실용 정부'로 전락하려 하고 있다. 경운기보다 느린 운하를 강행하면서 '실용' 운운하는 것은 그저 '사기'일 뿐이다. 경운기보다 느린 운하를 강행하면서 이 정부는 스스로 '사기정부'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 대다수가 운하에 반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400명이 넘는 교수들이 운하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재오 의원이 원한다고 해서 운하를 강행해서는 안 된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북한강 수계로 수원지를 옮기면 된다고 얘기하는 데 그건 경운기보다 느린 남한강 운하를 위해 북한강 수계를 대대적으로 수몰시키겠다는 것과 같다. 더욱이 북한강 수계에는 수몰시킬 곳조차 없다. 서울을 포함해서 수도권 2400만 명의 물 생활을 박살내지 않고자 한다면 운하는 절대 건설해서는 안 된다. 도대체 왜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지사는 국민의 여론과 교수들의 전문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일까?
  
  서두가 길어졌다.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미 잘잘못이 명확하게 드러난 운하문제가 아니다. 운하는 '생쥐깡'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운하에는 생쥐는 물론이고 수많은 생명체의 주검이 떠다닐 것이다. 운하는 강의 죽음이기 때문이다. 이런 운하를 건설하겠다며 엄청난 국력을 낭비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어리석고 비실용적인 낭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인가? 우리가 정말 힘을 다해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지 않은가? 언제까지 '토건국가의 덫'에 갇혀서 재정의 탕진과 국토의 파괴라는 어리석은 짓을 계속할 것인가?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웃지 못 할 일이 최근 전라북도에서 일어났다. 정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실용적인 운하사업 따위는 즉각 중단하고 이런 일을 해결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용'을 내건 가장 비실용적인 정부로서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형님 정권'이라는 비판도 사실 여기서 비롯되는 것이다. 정말 섬기기를 원한다면, 눈앞의 참상부터 해결하라! 다른 일이 아니다. 여고생을 상습 강간한 혐의로 해임되었던 전북교육청의 한 공무원이 소청심사라는 절차를 거쳐서 '정직 3개월'로 감형되고 복직되었다!
  
  나는 이 사실을 지난 월요일 아침에 알았다. 오랜만에 아침을 먹으며 TV를 봤다. 창 밖으로 노란 산수유가 활짝 핀 모습을 보며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즐겁게 아침을 먹고 있었다. '아침을 먹는다'는 우리말의 이 표현 자체가 얼마나 대담하고 아름다운지. 아무튼 그렇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TV에서 엄청난 소식을 전하는 것이었다. 터지는 가슴을 억누르고 그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홍성태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은 운하 사업 같은 쓸데 없는 일이 힘을 허비하지 말고 진짜 해야 할 일에 힘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는다. ⓒ연합뉴스

  한 공무원이 작년 8월에 인터넷 채팅을 통해 한 여고생을 알게 되었다. 공무원은 여고생을 만나자고 꼬였다. 그리고 이 여고생에게 '원조교제'(정확히는 '미성년 매춘')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그러자 공무원은 여고생에게 자기와 만난 사실을 부모와 학교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해서 상습 강간(경찰의 조서 내용)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이 사실이 드러나서 해임되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미성년자 상습 강간법인 그는 소청심사라는 절차를 거쳐 복직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놀랍게도 '청소년 수련원'에서 다시 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성년자 상습 강간범'을 복직시킨 것도 모자라 '청소년 수련원'이라니. '특기'를 살리라는 것인가?
  
  이에 관한 전북교육청 공무원의 해명은 더욱 황당했다. 그 자는 이런저런 말로 가해자를 적극 옹호했다. 그 자의 말은 피해자가 사실은 가해자이며, 가해자가 사실은 피해자라는 식으로 들리기도 했다. 즐겁게 먹던 밥이 가슴에 콱 막혔다. 국을 훌훌 마셔 급히 삼켰지만, 하마터면 앞으로 내쏟을 뻔했다. 저런 것들이 교육청의 공무원이라니. 너무나 황당하고, 또 황당했다. 노란 산수유도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든 강간이 중범죄이지만 미성년자 강간은 그 중에서도 중범죄이다. 법이 미비해서 이런 자를 엄벌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즉각 법을 고쳐야 할 것이다. 6월의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것은 망국적 운하의 건설을 강행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수많은 강간범들을 즐겁게 하고 있는 허술한 강간 관련 법이다.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은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반드시 욕을 먹고 벌을 받게 마련이다. 여고생 상습 강간으로 해임된 교육청 공무원이 3개월 만에 복직되어 '청소년 수련원'에서 근무하다니, 도대체 이게 정상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
  
  운하건설과 같은 완전히 잘못된 사업에 쏟을 정성을, '형님 정권'과 같은 완전히 잘못된 정치에 쏟을 정성을, 제발 이렇게 끔찍한 문제를 바로잡는 데 기울여라. 미성년자 상습 강간범이라면 공무원에서 파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사실 그 일거수일투족을 영구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이 정부는 엉뚱한 데 힘을 허비하느라 정작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날이 갈수록 국민의 불안은 커지고, 오로지 돈과 줄을 찾는 경쟁이 강화되고 있다. 아무리 '2MB정부'라고는 하지만, 제발 할 일을 제대로 해라.
  
  이 끔찍한 사건을 TV에서 보고는 뉴스에서 크게 다뤄지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어느 뉴스에서도 전혀 다루질 않았다. TV 뉴스에서도 신문에서도 볼 수가 없었다. 이 끔찍한 사건을 뉴스로 다룰 수 없을 정도로 이 사회는 엽기적 사회가 되었는가? 물론 운하문제나 '형님 정권' 문제가 이 뉴스보다 더 큰 뉴스일 것이다. 그러나 여고생을 상습 강간한 교육청 공무원이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고 즐겁게 살 수 있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운하 문제나 '형님 정권' 문제를 해결한다고 한들 이 사회가 살만한 사회이겠는가?

홍성태/상지대 교수ㆍ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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