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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01
    [책]쿤/포퍼 논쟁
    평발

[책]쿤/포퍼 논쟁

1. 왜 읽었나

 

- 스티브 풀러, 생각의 나무, 2007.

- 가격은 12000원

- 얇은 편인데 굳이 양장본으로 만들어 어색하다

- 솔직히 표지 디자인도 후지다

이런 책은 문고판으로 나와도 좋을 듯한데.

- 하기사 풀러의 '지식인'도 양장본으로 번역되어 나왔다

- 역시 이런 책은 조금 팔아도 이문이 남아야겠지?

이 책은 쿤과 포퍼를 통해 지식인의 문제를 거론한다. 다시 말해,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이 자신의 저작물과 어떤 연관을 통해 인식되어야 하는가라는 매우 도덕적인 문제다.

 

나는 개인적으로 쿤을 인식론상의 혁명자라는 상으로 기억한다. 그도 그럴것이 내게 과학은 지나치게 거만했으며, 모든 것을 아는 척 했지만 나에게는 문턱이 높아서 도저히 내가 알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쿤의 이야기는 과학자의 세계를 종교집단과 유사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정상과학에서 쌓이는 오류들이 결국은 혁명적 변환을 통해 교체된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왔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오랜 시간동안 지속되어 왔음을 고백해야 겠다.

 

그에 반면, 포퍼의 경우에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으로 기억된다. 개인으로 사회과학방법론에 대한 공부를위해 '역사주의의 빈곤'이라는 책을 읽은 것을 제외하고는 유일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포퍼의 맑스 비판은 과도했다고 여겨졌다. 왜냐하면, N개의 맑스가 있는데 굳이 소비에트 맑시즘을 대상으로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리고나서 이런 생각들은 고정관념이 되어서 오랬동안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이 그런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놀라운 책을 만날때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한 번 읽어보시라'고 권하는 것 말고는 없겠다. 개인적으로 쿤이나 포퍼, 그리고 마흐 등의 과학철학자에 대한 이름이 낯설다면, 뒷부분을 읽어도 괜잖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관념에 책임지는 법'이라는 장에서부터는 과학철학 논쟁과는 별개로 읽을 수 있을 정도다.

 

90년대 후반을 달구었던, '안티조선' 운동과 지식인 문제가 너무나 쉽게 사라져 버렸다. 요즘 총선철을 맞이하여 폴리페서 등과 같은 신조어가 난립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지식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셈이다. 누군가와 이런 문제를 스티브 풀러라는 매개를 통해 이야기 하고 싶다.



2. 건더기들

 

 

"오늘날 비판의 시선이 하이데거와 같이 세계사적인 패배자들과 관련된 지식인에게 단호히 쏠려 있다는 것은 어쨌든 놀라운 일이다. 아롱과 같은 비판자들은 세상에는 어떤 완전한 선도, 결백한 행위자도 없으며 가장 윤리적인 행동 방침조차 나름의 대가와 희생자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적 현실주의자가 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흔히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 이후에 '더러운 손의 이론'이라 불린다."(166)

 

"우리는 공리주의 도덕 철학자들이 소극적 책임, 즉 우리가 하지 ㅇ낳은 것에 대한 책임의 근거로 여긴 후자의 상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만일 어떤 특정한 방식의 행동이 다수를 이롭게 하고 소수에게만 피해가 될 수 있다면, 그때 우리가 그렇게 행동하지 않은 것은 나쁜 행동을 한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비린다. 이런 정신에서 사르트르는, 고의로 정치에 무관심했지만 안전한 위치에 있었던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1871년 파리코뮌의 진압을 막기 위해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은 것을 비난했다."(167)

 

"발생론적 오류는 어떤 관념의 타당성을 평가하는데, 그 기원을 고려하지 못하게 하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좀더 미묘한 기능을 하는데, 즉 입증 책임을 이를테면 아인슈타인의 유대인 혈통이 자동적으로 상대성이론의 평가와 관련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178)

 

"로티의 주장에서 중요한 것은 '존재와 시간'이 너무나 심오하여 그 저자가, 특히 일단 나치가 하이데거를 합법화의 수단으로 이용하기 시작했을 때, 최소한 그들을 막으려 노력하지 않음으로써  초래한 결과의 비열함보다 우선한다는 것이다. 하이데거의 필생의 계획의 고귀함이, 그의 소극적 책임에 대한 대실태의 변명이 된다는 로티의 생각은 옳은가?"(181)

 

"나는 (1968 학생운동 동안) 프린스턴 대학 학부생들의 세미나에 초청된 것을 기억합니다. 그때 나는 계속 이 말만을 되풀이했습니다. "그건 내가 한 말이 아닙니다! 그건 내가 한 말이 아닙니다! 그건 내가 한 말이 아닙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제자 중의 한 사람이 ... 모든 학생들에게 말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견지에서, 이 책이 매우 보수적임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모든 학문 분야 중 가장 엄격하고, 어떤 환경에서는 가장 권위주의적인 것이, 어떻게 가장 새롭고 창조적일 수 있는지 내가 말하고자 했던 핵심입니다."'구조 이후의 길'에 재수록된 쿤의 마지막 공식인터뷰(1995)

 

 

"더구나 쿤은 순수한 연구의 규범들을 지키지 못했다 하여 동시대 과학을 비판하는 것은 자신의 임무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 아니라, 다른 어느 누구도 연구를 그러한 목적으롯 ㅏ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적절한 실례는 쿤의 과학이론에서 비판적인 이론을 전개하는데 가장 체계적으로 시도한 라베츠를 틀 수 있는데, 그는 옥스퍼드 대학출판부에서 1971년 발행된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라베츠는 1970년대 영국 사회의 최전선에서 과학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싸운 미국 출신의 학자로, 처음에는 코페르니쿠스 혁명에 대한 공통의 관심사에서 출발해 30년 동안 쿤과 서신 왕래를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쿤은 라베츠의 정치적 관심과 활동에 불편해하기 시작했고, 그런데도 그는 계속해서 쿤에게 조언과 추천의 편지들을 요청해왔다. ... 그러나 걱정을 표시한 지 5년 후 쿤은 라베츠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 그가 정치학에서 장학금을 포기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과학사 및 과학사회학 교수로 임명하려는 펜실베니아 대학에 반대하는 편지를 보냈다."(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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