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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09
    나는 난민이다
    평발

나는 난민이다

1.

 

근 일주일동안 블로깅을 하지 않았다. 광우병파동때문이다. 체질상 하나의 문제에 정신을 쏟으면 다른 데엔 신경을 쓰지 못한다. 특히 쓸 말이 '광우병' 밖에 없는데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면 더욱 그렇다.

 

어제 <100분토론>을 보고 결론을 내렸다.

 

미국 시스템에 대해, 미국에 대해 '신뢰'를 강조하는 농림부의 관료를 보면서,

향후 통상마찰이 발생할 시 '자동차 수출 금지'에 대한 피해는 우리 국민이 져야 한다고 말하는 인하대 정인교 교수의 말을 들으면서,

검역중단 조치에 대한 명시를 '당연한 것인데 굳이 적시할 필요하가 있느냐'고 되묻는 외교부 관료와

'미래를 위한 발전적 논의'를 강조하는 이상한 사람까지.

 

그들은 나의 국가가 아니었고, 내 나라의 인민이 아니었다. 나와 그들은 다른 사람이었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그래서, 미국과의 신뢰보다 정부와 국민간의 신뢰가 더 중요하며 수출국의 잘못으로 수입국이 덤터기쓰는 것은 제대로된 협상이 아니라는 것과, 당연하기때문에 반드시 명시되어야 하고 광우병에 대한 정부태도가 오히려 후진적 태도라는 걸 목이 쉬도록 말해도, 그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공직자가 국민의 머슴이라고? 이런 개소리.

지식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어디 개가 풀뜯어먹나?

 

 

2.

 

다만 아쉬웠던 것은, 광우병 문제를 지나치게 검역과정 등 과학적 논쟁의 대상으로 몰고 간다는 점이다.

내가 정리한 것은 이렇다.

 

광우병 문제는 민주주의의 문제다. 정확하게 보면, 광우병 문제는 공화국의 시민과 이의 수임권력을 가지고 있는 공화국 정부와의 관계 문제다. 공화국의 정부가 권위의 수탁자인 시민을 배신할 경우, 공화국의 존립이유는 없다.

 

이 정부는 나의 정부가 아니다. 이 공화국은 나를 정당한 시민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 공화국의 시민이 아니다.

 

이 정부는 나와 같은 생각의 사람들, 보통 국민의 70%라고 말해지는 미쇠고기 수입반대 국민들을 '비국민화' 해버렸다. 나는 심리적으로 이 나라에서 추방되었다. 그리고 곧 밝혀지겠지만, 정치적으로 혹은 정책적으로 난 국외자가 되어 버렸다.

 

 

3.

 

권리는 없고 의무만이 있는 사회를 노예사회라고 한다.

 

좋게보더라도, 난 합법적인 제도를 통해 권력을 잡은 파시스트와 그 주구인 정부관료가 만들어 놓은 왕조국가의 신민일 뿐이다.

 

민주국가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구하지 않은 것을 넘어서, 신뢰를 강요하는 사태는 너무 불안하다.

 

 

4.

 

나는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이라는 근대 국가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나의 존재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난 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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