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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예산 투입해 천혜의 자연자원 망쳐... "하천 순찰·산책로" 주장
18.02.19 10:23l최종 업데이트 18.02.19 10:23l
천혜의 자연자원이 망가지고 국민혈세가 탕진되는 공사의 대표적인 예가 4대강사업이었다. 4대강사업으로 국토의 혈맥과도 같은 4대강이 인공의 수로로 전락하고 수많은 생명이 사라져갔으며 천문학적인 국민혈세마저 날아가버렸다.
4대강사업은 국민적 공분을 산 대표적인 환경파괴 사업으로 지금 감사원의 집중 감사를 받고 있으며, 4대강을 재자연화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의해서 그 첫 조치로서 4대강 수문개방이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런 형국에 또다시 낙동강에서 4대강사업식 하천공사가 대구 달성군과 국토부에 의해 진행되고 있어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인공시설물에 대한 국토부의 옹색한 해명
바로 국토부(대구지방국토관리청)과 대구 달성군이 낙동강변 천혜의 자연자원인 화원유원지 화원동산 하식애 앞으로 '국가하천 유지관리용 낙동강변 다목적도로건설사업'이란 명목으로 탐방로 조성사업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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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달성군이 화원동산 하식애 앞 낙동강 안쪽으로 강철 파일을 박아 탐방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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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을 통해 대구에서 원시적 자연식생이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하식애의 생태와 경관을 망치고 있다. 더구나 생태적으로 뿐 아니라 경관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업에 100억원이라는 거액의 국민혈세(대구지방국토청 30억원, 대구 달성군 70억원을 투입하는 매칭 사업)까지 투입되고 있다.
특히 국가하천 관리의 책임을 맡고 있는 국토부가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수십억원의 예산까지 투입했다. 국토부가 이 사업을 허용하면서 내세운 목적은 '순찰'. 그러나 이 설명은 옹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이 사업의 진짜 목적이 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국토부 산하 대구지방국토청 담당자는 "하천 순찰용"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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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원동산 전경. 강변으로 강철파일을 박은 흔적들이 보인다. 그 라인으로 탐방로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식애의 생태계와 경관을 망치는 공사가 아닐 수 없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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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곳은 화원동산의 하식애 부분 즉 절벽 구간으로 길이 없는 곳이다. 낙동강과 하식애가 맞닿아 있는 부분이자 물길이 들이치는 수충부에 해당하는 구간이다. 이런 곳에 없는 길을 만들어내면서 '유지관리'라는 명분까지 붙여 고작 이유를 단 것이 순찰용이란 해명이다. 원래 길이 없어 사람도 다니지 못하던 곳에 순찰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홍수방어라는 하천관리 기본도 어긴 국토부
더구나 이곳은 수충부로서 홍수 등의 큰물이 지면 거센 물길이 부딪혀 어떠한 구조물도 견디지 못하는 곳이다. 이런 곳에 탐방로 공사를 허용하고 예산까지 투입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홍수방어라는 기본적인 하천관리 매뉴얼과도 배치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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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만 보더라도 탐방로 공사 현장이 얼마나 엉터리 공사인지 잘 알 수 있다. 이런 사업을 허가하고 예산까지 보탠 국토부는 어느 나라 국토부인가? 4대강사업으로 국토파괴부란 비아냥을 듣고 있는 국토부가 국토하천 관리에서 손을 떼야 하는 이유다. |
ⓒ 다음지도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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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인제대 토목공학과 박재현 교수는 다음과 같이 크게 우려했다.
"정말 위험하다. 이런 시설물은 홍수 나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곳에 어떻게 탐방로를 만들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 또한 탐방로의 미래에 낙제점을 주었다.
"강물의 흐름상 그 탐방로 안전하지 못하다. 집중호우시 낙동강의 불어난 강물이 탐방로를 치고, 휩쓸려온 덤불들이 저 탐방로 교각에 엉키면서 결국 무너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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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2년 8월 말 태풍 루사가 침공한 화원동산의 모습. 탐방로가 예정된 구간이 강한 강물에 휩쓸리고 있다. |
ⓒ 김종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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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가 도대체 국가하천을 관리할 역량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식으로 국가하천을 관리할 것이면 국토부는 국가하천 관리에서 손을 떼는 것이 옳다. 가뜩이나 국토부는 4대강사업을 강행한 주무부서로서 국민들로부터 '국토파괴부'란 비아냥까지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4대강사업 후 똑같은 행보를 보인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천혜의 자연자원을 망치고 있는 대구 달성군
이 문제투성이 사업에 있어 대구 달성군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화원동산 하식애는 천혜의 자연자원으로 대구 달성군이 '개발'이 아니라 '보호'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식물사회학자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는 하원동산 하식애의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화원동산 하식애는 대구에서 원시적 자연식생이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곳으로, 대구광역권에서 가장 자연성이 높은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곳은 희귀 야생식물자원 보존 창고로 모감주나무, 쉬나무, 팽나무, 참느릅나무, 참산부추 등 인공으로 식재하지 않는 잠재자연식생 자원의 보고다. 특히 모감주나무군락이 유명한데 산림청은 모감주나무를 취약종으로 분류 지정보호 대상 115호로 보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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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원동산의 모감주나무군락이 열을 지어 늘어서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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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원동산의 모감주나무에 앉아 쉬고 있는 개똥지빠귀의 모습. 화원동산과 그 인근에는 텃새와 철새를 비롯한 다양한 새들이 찾아온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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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곳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서 야생동물의 중요한 은신처이기도 하다. 김종원 교수는 다음과 같이 하식애의 생태적 기능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곳은 달성습지를 오가는 야생동물의 피난처나 휴식처로 기능을 하는 중요한 거점이다. 조류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서식처이다. 특히 지형적 특성상 이동철새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거점이 아닐 수 없다."
공사를 즉시 중단하고, 책임자 처벌해야
뿐만 아니다. 이곳은 경관적으로도 중요한 곳이 아닐 수 없다. 이곳은 예로부터 '배성10경'의 하나로 꼽히면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던 곳이다. 오죽하면 신라 경덕왕이 이곳의 풍광에 빠져 이 일대를 '화원'이라는 칭했을까. 석양이 질 무렵 이곳의 경관은 낙동강의 그 어떤 곳의 낙조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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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새 파일이 박힌 낙동강변에 천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와 물닭 같은 다양한 철새들이 놀고 있다. 이곳에 탐방로가 놓이고 사람이 드나들면 이들은 더이상 이곳을 찾을 수가 없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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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방로 조성 현장 위로 철새들이 무리지어 날고 있다. 이처럼 달성습지에는 다양한 철새들과 텃새들이 살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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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생태적 경관적으로 중요하고 아름다운 곳에 강물 위로 쇠말뚝까지 박아서 흉측한 인공의 구조물을 만든다는 것은 이곳의 생태와 경관을 깡그리 망치는 행위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이 사업을 전해들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게다가 "이런 기막힌 사업에 국민혈세 100억원까지 투입해서 공사를 벌인다는 것은 심각한 범죄행위에 다름 아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우려와 주장은 국토부와 달성군이 지금 즉시 이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명백한 이유이기도 하다.
천연 자연자원을 보호할 것인가, 4대강사업식 하천공사를 강행해 비난을 자초할 것인가? 국토부와 대구 달성군의 행보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한편, 대구 달성군은 이 사업의 목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주민 편의를 위한 산책로 및 자전거도로 조성 그리고 친수공간을 활용한 인간과 환경, 문화의 조화 및 녹색성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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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4대강사업은 우리 국토에 참으로 몹쓸 짓을 한 대표적인 사업입니다. 천문학적인 국민혈세까지 탕진을 했지요.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4대강사업식 하천공사가 끊임없이 복제된다는 것입니다. 국토부와 대구 달성군이 함께 벌이는 낙동강변 탐방로 공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국민혈세만 탕진하면서 천혜의 자연자원을 망치고 말 이 사업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합니다. 이 기사는 <평화뉴스>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낙동강, #탐방로 공사, #대구 달성군, #화원동산,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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