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석간신문 아시아경제는 1면에 <‘한미동맹 균열 심각”… 靑의 실토’>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보도했습니다. 네이버 뉴스에는 ‘단독’을 붙여 보도했습니다.
아시아경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 급증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는 데, 근거는 입수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평가와 전망’ 보고서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보고서가 청와대 문건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아시아경제의 보도는 어떤 근거로 나왔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① 청와대 워터마크가 없는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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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가 보도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문건, 그러나 청와대 문서에 나와 있는 워터마크 등이 없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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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아시아경제의 안보실 문건에 대해 “청와대나 청와대 안보실에서 작성한 것이 아니다, 내용이나 서체가 모두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에서 어떤 형식의 문건을 만들면 ‘이 문서는 무단으로 복사 반출할 수 없습니다’라는 워터마크가 찍히게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김의경 청와대 대변인의 주장처럼 아시아경제가 공개한 문서를 보면 ‘문서를 반출할 수 없다’라는 문구는 없습니다. 특히 복사를 하면 나오는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라는 워터마크도 없습니다.
결국, 아시아경제가 청와대 안보실 내부 문서라고 주장했던 보고서는 청와대에서 작성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② 해킹을 통해 배포된 가짜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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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는 아시아경제가 보도한 문건의 제목이 가짜메일에 첨부된 문서 제목과 동일하다고 보도했다. ⓒJTBC 뉴스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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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안보실 문건이 아니라면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문건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JTBC는 아시아경제의 문건이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연구원 명의로 보내진 이메일에 첨부된 문서 제목과 같다고 보도했습니다. 문서에는 “권희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비서관의 강연 원고”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본인의 계정은 물론 연구소장도 해킹을 당했고, 본인들의 이름으로 메일이 발송됐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소는 권희석 청와대 비서관 명의로 민감한 사안이 포함된 보안메일을 보내니 취급 주의해달라는 메일도 발송됐다고 밝혔습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은 권희석 청와대 비서관에서 메일을 보낸 적이 있느냐고 확인까지 했지만, 권 비서관은 절대 그런 메일을 보내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비서관이 공개적으로 강연을 했다고 해도, 원고가 보안메일로 발송됐다는 자체가 상식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결국 아시아경제가 보도한 같은 제목의 문서는 청와대를 사칭한 가짜메일인 셈입니다.
③ 아시아경제는 문건을 검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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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는 청와대 관계자가 ‘문건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경제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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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는 <[단독]“이상無” 외치던 靑, “한반도 비핵화 주변국 동상이몽” 진단>이라는 제목의 기사 말미에서 “청와대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이 보고서에 대해 “문건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설명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아시아경제가 문건을 토대로 보도하면서 검증을 제대로 했는지는 의구심이 듭니다. 청와대가 문건 자체를 모른다고 했다면, 문건을 전달해준 사람에게 확인을 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시아경제 기사 어디에서도 검증 절차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만약 JTBC의 보도처럼 메일로 문건을 받았다면, 메일 계정주에게 확인을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시아경제는 메일 계정주가 해킹을 당했다는 사실 여부를 취재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청와대 안보실 비서관을 사칭하고, 대학연구소의 메일을 해킹해 문건을 발송했는지 현재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청와대를 사칭해 가짜메일을 보냈다는 사실 만으로 범죄행위에 해당됩니다.
특히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미동맹 균열 심각이라는 내용으로 문건을 배포했는지, 범죄 목적을 밝혀낼 필요가 있습니다.
아시아경제가 가짜메일에 속아 보도했다고 해도, 언론이 취해야 할 검증 절차를 소홀히 하고 오보를 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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