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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줬다 뺏는 기초연금 - 엔드 게임' 이제는 정말 끝내자!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기초연금 올랐다지만,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지난달부터 하위 20% 노인들은 2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오른 기초연금을 받았다. 기초연금 수급자인 어머니는 이달 초 나더러 얼른 은행에 가서 돈을 좀 찾아오라고 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여동생 네 어린 두 손녀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다. 돈을 찾아드리자 어머니는 가까운 시장에 가서 한참 고른 예쁜 옷 두 벌을 사 왔다. 다시 나더러 빨리 부쳐 주라며 흐뭇해했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어머니에게 기초연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 달 30만 원. 큰돈은 아니지만, 기초연금은 어머니에게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 가까운 병원에 갈 때 쓰거나 두부나 콩나물 같은 밑반찬을 사기도 한다. 가끔은 아껴 두었다가 손녀들 선물이나 심지어 내 신발까지 사 주기도 하니 말이다. 이처럼 기초연금은 어머니뿐만 아니라 둘 중 한 명이 빈곤하다는 우리나라 다른 많은 어르신들에게도 작지 않은 삶의 변화를 가져왔다.  

기초연금, 정작 가장 어려운 기초생활수급 노인에게 아무런 혜택 없어 

그런데 정작 우리 어머니보다 더 어려운 40만 명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기초연금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하기 때문인데 이달에 기초연금을 받았다가 다음 달 생계급여에서 고스란히 삭감당하고 있다. 기초연금을 소득으로 간주해 딱 그만큼을 생계급여에서 공제해 버린다. 그래서 생겨나 말이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다. 지난 2014년 7월 기초연금이 20만 원으로 오른 후 이 문제가 사회에 알려졌음에도 벌써 5년째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나라로부터 기초연금을 우롱당하는 40만 명 어르신들 심정이 오죽할까.  

지난 5년 동안 이 부당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를 포함해 노인단체, 복지단체들은 어르신들과 안 해 본 일이 없다. 연속 1인 시위부터 각종 기자회견과 토론회, 신문광고, 노인대회, 도끼상소, 헌법소원, 폐지수레 청와대 행진, 그리고 기초연금 장례식까지. 더 이상 색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이 시간 동안 줬다 뺏는 기초연금 당사자인 기초생활수급 노인부터 공감하는 다른 어르신들과 사회복지사, 많은 시민들이 함께 했다. 

십시일반 '엔드게임' 신문광고비 모아 

이달에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 엔드(end) 게임'이란 제목의 신문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 얼마 전 개봉해 인기를 모았던 외국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착안했다. 이 영화를 끝으로 어벤저스 시리즈가 막을 내린 것처럼,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도 '이제는 제발 끝내자!' 는 심정으로 기획한 것이다. 광고비는 복지 현장의 사회복지사와 공감하는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아 마련한다.  

우리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이 문제를 아직도 방치하고 있다. 지난 3월,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전액이 아니더라도 기초연금의 일정 부분을 소득인정액에서 삭감해 빼줌으로써, 실질적으로 기초연금과 생계급여가 같이 (기초생활수급) 노인빈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생계급여를 지급할 때 소득인정액을 차감한 후 부족한 금액만 지원한다는 '보충성의 원리'에 따라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입장에서 상당히 진전된 발언이다. 

하지만 결국 말로만 그치고 말았다. 지난 4월 기초연금이 2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5만 원 올랐지만, 이번 달 생계급여에서 25만 원에서 5만 원을 더한 30만 원이 삭감돼 입금되었다. 혹시나 기대했던 40만 명의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의 실망감은 오히려 더욱 깊어졌다. 실망을 넘어 절망에 이르고 있다. 기초연금이 올라도 이들이 전혀 반갑지가 않은 이유다. 

이렇게 한 해 두 해 미루는 사이 가난한 노인들은 더 가난해졌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관련 통계를 모으기 시작한 지난 2003년 이래, 소득양극화는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또 누구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포용국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 들어 기초생활수급자수는 오히려 더 줄어들고 있다. 기초연금을 전액 소득으로 간주하다 보니 기초생활수급자격을 잃거나 아예 기초연금 수급을 신청하지 않는 예가 적지 않다고 한다. 바로 '줬다 뺏는 기초연금'에서 시작된 문제들이다. 계속 방치한다면 가난한 노인들의 시름은 더욱더 깊어갈 수밖에 없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 이제는 정말 끝내자 

기초연금은 노인연금이다. 만 65세 이상 우리나라 노인이라면 누구라도 드려야 한다. 한편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노인이건 청년이건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지원하는 제도다. 두 제도를 만든 목적이 서로 다르고 예산 주머니도 각각 다르다. 따라서 생활이 어려운 노인이라면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라 생계급여를 드리고, 여기에 더해 기초연금도 드리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 - 엔드 게임', 이제는 정말 끝을 보고 싶다.
 

▲ '줬다 뺏는 기초연금 어벤져스 - 엔드게임' 신문광고 참여자를 모으는 포스터. ⓒ내가만드는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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