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25일 이틀 동안 내년도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을 결정하기 위한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 특별협정(Special Measure Agreement, SMA) 1차 협상이 진행됐다. 그런데 내년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을 둘러싸고 미국의 패악질이 도를 넘고 있다.
첫째, 1조 원에서 6조 원으로 늘려라?
미국은 내년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으로 50억 달러(약 6조 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조 389억 원인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을 5배가량 인상하라는 것이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미국이 6조 원을 요구한 근거는 미 국방부가 지난 3월 발간한 자료에서 주한미군 총 주둔비용을 5조 2,352억 원으로 추산했기 때문이다. 이 돈을 다 우리더러 부담하라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대한민국 군대 혹은 우리가 고용한 용병이라도 된단 말인가?
6조 원이면 한국인 60만 명에게 해마다 1천만 원씩 나눠줄 수 있는 돈이다. 같은 값이면 주한미군에게 연간 6조 원을 주느니 1년에 국민 60만 명을 지원해 주는 게 우리나라에 이익이 되지 않을까?
둘째, 지원금 뜯어내기 위해 자료 조작?
미국이 2020년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으로 6조 원을 요구한 근거인 미국이 추산한 주한미군 총 주둔비용은 우리에게서 지원금을 더 뜯어내기 위한 조작일 가능성이 높다.
3월 미 국방부 자료에는 주한미군 주둔비 중 인건비가 약 2조 4천억 원, 운영유지비가 2조 6천억 원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주한미군의 운영유지비는 평균 8.2억 달러였고, 최대 11억 달러를 넘지 않는다.
미국이 2018년에 발간한 자료를 봐도 2019년 주한미군 운영유지비는 11억 6천 달러(약 1조 3천억 원)였다. 그런데 미국은 올해 갑자기 운영유지비를 2배로 늘려 2조 6천억으로 추산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더 많은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을 뜯어내기 위해 자료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거짓말해서 돈 뜯어내는 사람을 사기꾼이라 부른다. 한때 세계초강대국이라던 미국이 이제는 돈 좀 뜯어보겠다고 사기나 치는 시정잡배가 다 되었다.
셋째, 국민 생계 볼모로 협박하는 주한미군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을 요구하며 우리를 협박하고 있다. 10월 2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최응식 주한미군 노조위원장의 증언에 따르면 주한미군 사령부가 주둔비 지원금 협상이 연내에 타결되지 않으면 9,000명에 달하는 한국인 직원을 강제로 무급 휴가를 보내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우리 국민의 생계를 볼모 삼아 협박하는 게, 강도가 따로 없다.
넷째, 우리 세금이 미국 국경 장벽 건설에 들어간다?
미국의 행보도 가관이다. 지난 9월 미국은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을 건설하는 데 주한미군에 배정된 예산 845억 원을 전용하기로 했다. 미 의회가 국경 장벽 건설 예산을 승인해 주지 않자 주한미군에 배정된 돈을 빼 쓴 것이다.
이 돈은 경기도 성남에 있는 전시지휘통제소 ‘CP탱고’와 전북 군산 기지의 무인기 격납고에 배정된 예산이다. 그럼 미국은 이곳에 들어가야 할 돈을 어떻게 메꿀까? 각종 언론에서 미국은 이 돈을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분으로 충당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말로는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이지만 사실상 우리 세금으로 미국의 국경장벽을 건설하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을 줄여 민생 발전에 써야 좀 형평성이 맞지 않을까?
다섯째, 주한미군, 지금 지원금도 다 못 쓴다
미국의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 인상 요구는 주한미군이 현재 지원금을 다 쓰지 못하는 것만 봐도 부당하다. 평통사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으로 집행되지 않은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은 다 합쳐 2조 원가량이다. 2019년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의 2배에 달하는 돈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돈이 남아도는 데 왜 지원금을 늘려야 하나? 예산 편성을 올바르게 하자면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은 삭감해야 한다.
여섯째, 지원금을 남겨 이자놀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주한미군은 남는 돈으로 이자놀이까지 하고 있다. 뉴스타파 2014년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신한은행에 모아둔 주둔비 지원금을 예치해 이자를 받았다. 국민이 세금으로 준 돈으로 은행에 맡겨 이자를 뜯어먹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가계대출 이자를 내면, 그 돈이 다시 주한미군 손에 쥐어지는 것이다.
평통사는 주한미군이 이자놀이로 착복한 소득은 최소 3,000억 원 이상이라고 지적한다. 주한미군이 주둔비 지원금으로 이자놀이를 하는 것은 한미 SOFA 7조, 영리활동 금지 규정 위반이다. 주한미군은 우리가 준 지원금을 토해내야 한다.
일곱째, 지원금 인상분, 이란 공격에 쓴다?
미국이 추가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을 요구하는 항목 중 하나는 작전지원비다. 미국은 작년 협상에서도 작전지원비를 우리나라에 떠넘기려 했으나 무산된 바 있는데, 이번에 다시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자산이란 항공모함, 핵잠수함, 전략폭격기 같이 상대방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무기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이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비용을 우리가 대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한반도에 전략자산이 전개되면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반발로 군사긴장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주한미군의 작전지원비를 부담하게 되면 우리 돈을 들여 동북아 군사 갈등을 조장하게 된다.
또한, 이 작전지원비에는 미국이 중국과 대결하기 위해 남중국해에서 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 비용과 미국이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하는 호르무즈협의체 비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란·중국과 싸우는 데 우리더러 물주가 되어달라는 것이다.
우리가 미국과 이란, 미국과 중국의 분쟁에 끼어들어서 좋을 게 없으리란 건 명백하다. 미국을 위해 전 세계에 돈을 뿌려가며 적국을 양산하는 꼴이다.
여덟째,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 요구는 불법·무법
사실, 미국의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 요구는 그 자체로 불법이다.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에는 한국은 미국에 시설과 토지 등을 제공하고 주한미군 유지 경비 등 주둔비는 미국이 부담하기로 되어 있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인건비나 작전전개비를 한국에 요구하는 건 한미 SOFA 위반이다. 한국과 미국이 맺은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 특별협정에도 주한미군의 ‘비인적 주둔비’의 ‘일부’를 부담하기로 되어 있다. 미국이 우리에게 인건비를 떠넘길 어떤 근거도 없다.
작전지원비 부담도 마찬가지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국 방어’로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우리가 남중국해나 호르무즈협의체 같은 작전지원비를 지원하는 것 자체가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이다.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을 인상하라고 요구하는 자체가 한미 합의 위반이다. 심각한 외교 전횡이다. 이럴 거면 협상은 왜 하고 합의는 왜 맺나?
아홉째, 한반도 정세를 파국으로 이끌 수 있다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 인상은 단지 미군에 돈을 얼마나 더 주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다.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 인상의 본질은 미국이 북한을 비롯해 중국 등을 상대로 군사 대결을 펴는 데 한국이 지원하고 동참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다.
예를 들자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대북적대정책인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할 상황에 우리가 도리어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지원해주며 독려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남북관계 발전은커녕 북미대화까지 산산조각 낼 수 있다.
한반도에 다시 군사 갈등이 촉발되면 정세는 위험천만한 지경으로 내몰리게 된다.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 통일을 실현하려면 미국의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 인상 요구는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가당치도 않은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 인상
지금껏 살펴봤듯 미국은 한미 합의를 몽땅 어기고, 국민 생계를 볼모로 협박을 해 천문학적인 돈을 갈취하려 한다. 미국의 행태가 악덕 사채업자와 다를 게 없다.
리얼미터가 10월 12일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75.1%가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금 인상을 반대한다. 인상 찬성 의견은 11.5%에 불과하다. 민심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은 돈은 돈대로 뜯어가고 안보는 안보대로 해친다. 동맹이란 허울을 내세운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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