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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영 기자 getout@vop.co.kr
발행 2019-10-23 08:09:38
수정 2019-10-23 08: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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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어리다”
“어린 시절 정서적·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재판 도중 결혼해 부양가족이 생겼다”
2세 유아를 대상으로 성인이 성행위 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 등을 공유하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 한국인 손 모(23) 씨가 법원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이유다.
손 씨는 2015년 7월부터 약 2년 8개월 동안 충남 당진 자신의 집에서 아동 포르노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하며, 아동 포르노를 배포하고 이를 통해 4억 원가량을 취득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지난해 9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지난해 5월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르면 아동 포르노를 소지한 것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으며, 영리 목적으로 이를 판매·배포하면 최대 징역 10년까지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원이 손 씨에 대한 관대한 판결로 아동 성 착취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 사이트서 한국인 무더기 적발
“성인 음란물 올리지 말라” 공지하기도
손 씨의 범행은 지난 16일 미국 법무부가 한국과 미국, 영국 등 32개국 수사기관이 공조해 W2V를 이용한 310명을 무더기로 검거했고, 이 가운데 한국인은 223명에 달한다고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미국 법무부 등에 따르면 W2V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 착취 시장이다. 해당 사이트 가입 회원은 128만여 명이며, 압류된 아동 포르노 영상은 성폭행 영상 등을 포함해 8TB(약 17만여 개, 중복 파일명 제외) 용량에 달한다. 미국 아동학대 및 실종 국립센터(NCMEC) 분석에 따르면, 압류 영상 중 절반가량(45%)에 처음 발견된 이미지가 포함됐다. 아울러 미국 법무부는 이용자들에게 학대당한 23명의 아이를 세계 각국에서 구출했다고 밝혔다.
손 씨는 업로드 페이지에 “성인 음란물은 올리지 말라”라고 공지했다. W2V에는 2세 유아와 성행위 하는 성인들의 영상, 8세 아동의 나체 사진 등이 올라왔다. 한국 법원에 따르면, 손 씨는 처음부터 아동 포르노를 취급하는 것이 성인 포르노보다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사이트를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W2V 홈페이지에서 아동 포르노를 요청하는 한국인들ⓒ미국 법무부
W2V는 비트코인을 이용한 최초의 아동 성 착취 사이트기도 하다. 손 씨는 특수한 프로그램을 이용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다크웹’과 비트코인을 이용해 범행을 숨겨왔다. 손 씨가 7천300여 건의 거래를 통해 얻은 비트코인은 한화로 4억 원 이상의 가치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 성착취범 면죄부 주는 법원의 ‘황당’ 사유
손 씨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 착취 사이트를 운영했지만,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3억5천여만 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손 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아동 포르노의 착취적 성격을 제대로 지적하지 않은 결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최미복 판사는 “손 씨의 범행은 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을 성적으로 왜곡하는 것으로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라며 “손 씨가 약 2년 8개월 동안 사이트를 운영했고, 이를 통해 유포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수가 상당하며, 손 씨가 얻은 경제적 이득이 4억 원 상당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최 판사는 “손 씨의 나이가 어리고, 손 씨에게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다. 손 씨는 일정 기간 구금돼 있었고 범행을 시인하며 반성하고 있다”라며 이 부분은 손 씨에게 유리한 정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W2V 영상 중) 회원들이 직접 업로드한 음란물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라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아동에 대한 성폭력·성 착취로 만들어지는 아동 포르노의 유포에 대해, 법원은 손 씨가 운영 총책으로서 이를 방조하고 부추긴 책임은 묻지 않았다. 대신 직접 올린 아동 포르노만 3천여 개인 손 씨가 ‘초범’이고,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
2심은 원심의 형이 가볍다며 손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도 아동 포르노에 숨겨진 성 착취적 성격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성복)는 “장기간 큰 규모로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판매·배포·전시하는 행위는 보호의 대상인 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을 성적으로 왜곡시켰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상적인 성적 가치관을 퍼뜨릴 뿐 아니라 아동·청소년음란물 제작자와 그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매개 혹은 촉진의 역할을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미치는 해악이 매우 크다”라며 손 씨에게 운영자로서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손 씨가 범죄를 모두 자백하고, 어린 시절 정서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고 성장 과정에서도 충분한 보호와 양육을 받지 못했던 점, 달리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은 없는 점, 2019년 4월 혼인신고서를 접수해 부양할 가족이 생긴 점 등은 손 씨에게 유리한 정상”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범행에 이용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중에 W2V에 접속한 회원들이 업로드한 것도 상당수 포함된 점, 범죄수익 대부분이 몰수보전 또는 추징보전처분을 통해 환수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손 씨에게 유리하다고 봤다.
미국, 1건만 소지해도 징역 70개월인데…
아동 성착취 보는 인식에서 비롯된 솜방망이 처벌
반면 미국 등 해외 법원은 아동 성착취범에 매우 엄격한 태도를 보였다. 텍사스 주에 사는 리차드 그래코스키(40)는 W2V에서 아동 포르노를 1회 내려받고, 1회 접속한 혐의로 징역 70개월을 선고받고, 7명의 피해자에게 3만5천 달러(약 4천만 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명령 등을 받았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재판에 넘겨진 W2V 이용자 중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들은 적게는 징역 12개월부터 많게는 징역 5년까지 징역형을 받았다. 한국 법원이 아동 성 착취 범죄자에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법원의 판결은 아동 성 착취를 바라보는 한국 정부의 태도에서 예상할 수 있었다. 한국 경찰은 이 사건 국제공조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W2V를 ‘아동 음란물 사이트’라고 표현했지만, 미국 법무부는 ‘아동 성 착취 시장’이라고 지목했다.
‘음란물’은 단순히 성욕을 자극해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하는 영상 등을 일컫는 개념이다. 하지만 ‘성 착취’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인격권 등을 침해했다는 의미가 포함돼 영상 속 아동들이 피해자로 명확히 규정된다. 단순히 영상에 대한 문제뿐 아니라 촬영 과정에서 성폭행·강요 등 범죄가 수반되는 현실까지 지적한 개념인 것이다.
또 미국 법무부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유죄 판결이 난 이용자뿐 아니라 기소된 이용자까지 모두 실명, 거주지, 나이 등을 공개했다. 한국 경찰은 나이를 특정했을 뿐이다.
한편 손 씨는 미국 컬럼비아 특별구의 연방 대배심에 의해 기소됐다. 미국 당국은 지난해 5월 구속돼 오는 11월 출소 예정인 손 씨를 미국으로 소환할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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