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행동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카페 매디 캡' 계정을 개설했다. 그리고 필요할 경우 택시를 이용하고 자신에게 비용을 청구하라며 2000달러(약 223만원)을 내놓았다.
"두려움에 떨면서도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는 뉴욕의 아시아계 여성, 노인, 성소수자들은 택시를 타고 비용을 청구하세요. 40달러(약 4만5천원)씩 택시비를 지원하겠습니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동참이 이어졌다. 지난 11일 기준 전국 각지에서 모인 돈은 12만 5435달러(약 1억 3983만원)에 이른다. 그 돈으로 1122명에게 택시비를 지급했다.
지지
큰사진보기 |
▲ 매들린 박씨는, 인스타그램 계정(@cafemaddycab)을 통해 "매디 캡" 시작을 알렸다. |
ⓒ 매디 캡 인스타그램(@cafemaddycab) |
관련사진보기
|
박씨는 자신의 행동에 많은 사람들이 뜻을 함께 한 것에 대해 "정말 놀랐다"고 했다.
"(아시안 증오범죄) 뉴스 영상을 보면서 아무도 우리를 보호하지 않고 눈앞에서 폭행을 당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것 같은 절망감을 느꼈어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지난 몇 달 동안 찾을 수 없었던 '희망'을 이 캠페인을 통해 봤습니다. 기부금이 쉬지 않고 들어오는 걸 보면서 우리가 안전했으면 좋겠는 사람이 참 많구나 느꼈어요. (이 캠페인으로) 모든 사람이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는 방관자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캠페인을 진행하며 박씨가 내 건 기치는 'We've got your back(걱정 마, 우리가 있잖아)'이었다.
"매디 캡은, 우리가 고통 속에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줘요. 사람들은 서로를 지지하기 위해 함께 모일 것입니다. 이것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고 생각해요."
매디 캡 이용자들은 다종다양하다.
"병원에 매일 출퇴근하는 간호사분들도 많고요. 부모님을 병원에 모셔다드리고 싶은 사람, 밤에 나왔다가 안전하지 않은 것 같은 생각에 택시를 부른 사람, 코로나 백신을 맞으러 가는 사람, 지하철을 타려다 수상한 사람을 보고 뛰쳐나와서 택시를 탄 사람... 엄청 많은 거 같아요. 다들 밖에 나가면 불안한 심정이라고 하네요."
균열
15년 전 미국으로 이민 와 뉴욕에서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한국 사람이 많은 뉴저지 뉴욕에서 자라 요즘처럼 심한 인종차별은 겪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코로나는 작년에 시작했는데 왜 이제 와서 갑자기 아시안 증오범죄가 늘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에요. 어떤 사람은 (아시안 증오범죄는) 똑같이 많았는데 보도가 안됐을 뿐이라고 하는데, 몇 주 전 총기사건을 보면 심해지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을 거 같아요. 작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로 흑인 인종차별부터 이제는 아시안 인종차별까지... 너무 안 좋은 일로 이슈가 많이 된 만큼 이제 변화할 차례인데, 변화가 생기는지는 두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매디 캡을 통해 개인적 변화를 일궈낸 그녀의 최종 목표는 "매디 캡이 최대한 빨리 필요 없게 되는 것"에 있다.
"정부는 우리가 더 안전하게 느끼도록 돕기 위해 개입해야 합니다. 관리들과 정치인들은 아시아 증오 범죄와 외국인 혐오증을 정치적으로 비난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뉴욕에서 지하철 승강장과 거리가 더 안전하게 느끼도록 돕기 위한 시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필요할 때까지 계속 매디캡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뉴욕이 안전해져서) 더 이상 매디캡이 필요하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독립편집부 = 이주연·이정환 기자 facebook.com/ohmyeum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