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대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인터넷 캡쳐 지난 11일이었다. 미국과 이란 간의 대화가 비엔나에서 막 시작되려할 때,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이 사이버공격을 받았다. 이란이 새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가동시킨 지 딱 하루 만에,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유대인들의 국가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이고 확고한” 지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때 이스라엘의 정보특수공작 담당기관인 모사드가 이란을 공격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미국-이란 대화를 막고 중단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지난 여름에는 나탄즈 핵시설의 화재를 포함해 이란 전역에 폭발이 일어났다. 이스라엘이 그 배후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대선이 한창이었고 바이든은 트럼프가 2018년에 탈퇴한 2015년의 미-이란 핵협정에 복귀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작년 11월에는 이스라엘 요원들이 출근하는 이란의 최고 핵물리학자인 모센 파크리자데 테헤란대 교수를 암살했다. 이란이 보복 조치를 취하도록 해 미국과 이란의 재협상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였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협정의 백지화를 위해 이미 미국 의회에 직접 로비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직접 워싱턴 D.C.를 방문해 양원 연설을 하며 오바마 대통령의 협상을 좌초시키려 했다.
2020년 1월 5일, 이라크 방문 중에 미국의 손에 암살된 '중동 최고의 전략가'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르드군 사령관의 장례식이다. 미국의 미사일 공격으로 솔레이마니의 시신이 산산조각 나 손가락에 있던 반지로 신원이 확인됐다. 이란 국민은 이 사건으로 크게 슬퍼하고 분노하며 전국의 모든 주요 도시에서 수백만 명이 솔레이마니 장례식날 거리에 쏟아져 나와 미국을 규탄했다. 사진은 테헤란의 모습이다. ⓒ사진=인터넷 캡쳐
이번에는 모사드를 이끄는 요시 코엔이 미국으로 와서 백악관과 정보 당국의 최고위직들을 만나 이란이 자국의 핵프로그램에 대해 숨기는 사항들이 있어 이란을 신뢰할 수 없다고 설득하려 할 것이다. 그가 바이든을 직접 만날 가능성도 있다. 이란과는 달리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이에 대해 어떤 정보도 공개한 적이 없는 국가가 이런 말을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 그룹 중 하나인 ‘미국 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도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바이든에게 이란 핵협정에 복귀하지 말라고 설득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하원과 상원이 각각 백악관에 보내는 초당적인 서한을 보내 이란 핵협정이 이란의 미사일과 인권, 중동지역에서의 활동까지 다루도록 확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다 AIPAC이 조직한 일이었다. 이란이 핵협정의 확장이나 개정은 논외라고 분명하게 못박았기 때문에 이는 양국의 협상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시도였다.
트럼프가 이란 핵협정에서 미국을 탈퇴시킬 때 백악관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이를 함께 준비한 신보수주의 싱크탱크 ‘민주주의 방어 재단(FDD)’는 이란과의 전쟁을 끈질기게 추진해 왔다. 미국이 이란 장군으로 현대 중동에서 가장 영향력 있었던 전략가로 평가받는 가셈 솔레이마니를 미사일 공습으로 무모하게 암살했을 때, FDD의 마크 두보위치 대표는 트위터에 솔레이마니의 죽음이 “오사마 빈라덴을 죽인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며 흐뭇해했다. 그리고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이 공격받은 날, CIA 관리였던 FDD 연구원 루엘 게레크트는 CNN에 출연해 트럼프가 이란과의 전면전을 치르지 않아 실망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국의 대표적인 강경 우파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이란의 2인자라 불렸던 솔레이마니의 암살 성공 소식에 기뻐하고 있다. 솔레이마니의 사망 이후 수많은 미국 의원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그의 죽음을 자축했다. ⓒ사진=인터넷 캡쳐
미국의 이란 핵협정 재가입을 반대하는 세력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유대인 단체 중 하나인 ‘이스라엘을 위해 연합하는 기독교인(CUFI)’이다. 2021년 3월, CUFI는 미 상원에게 “콜린 칼은 늘 이란에게 양보하는 사람으로서 치명적인 이란 핵협정 타결에 큰 몫을 했다”며 그를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으로 임명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또 나탄즈 핵시설 공격 이후에는 트위터에 네타냐후를 응원하기도 했다.
한편 이란내에서도 미국과 이란의 관계 개선을 극렬히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 과거 테러리스트 단체로 분류되고 암살과 폭탄테러로 알려진 정치군사조직 ‘이란 인민무자헤딘기구(MEK)’다. 바로 지난달에 MEK를 지지하는 ‘이란계 미국인 커뮤니티의 조직(OAIC)이 온라인 행사를 준비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의 지속과 ’체제 전복‘을 논의하는 자리에 미국 민주당 의원들도 상당 수 참여했는데, 이중에는 강력한 상원 외교위원장을 맡고 있는 밥 메넨데즈도 있었다.
이란 핵협정 반대파는 미국의 이란 핵협정 재가입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이란에게 가해진 가혹한 제재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이 제재로 인해 이란 국민이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 크다. 물가상승이 폭주하고 식료품과 의약품의 가격은 급증하는 건 그 일부에 불과하다. 유엔에 따르면 미국의 제재가 이란을 강타한 코로나에 대한 정부의 “부적절하고 불투명한” 대응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이란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데에만 ‘성공적’이었지 핵협정과 양국대화의 폭을 넓히지 못했고,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증가시켰으며, 이란의 인권 상황을 악화하고, 미국과 이란을 전면전 직전까지 여러 번 몰고 갔다.
이스라엘과 AIPAC, CUFI, FDD, MEK, 메넨데즈 미 상원 외교위원장과 그 부류가 나탄즈 핵시설 공격에 대한 이란의 복수가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교를 사보타지하려는 세력이 격한 긴장 고조를 바라고 있는 바, 우리는 이란의 가장 훌륭한 복수가 이란 핵협정의 부활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그리고 이란도 이에 동의하기를 바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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