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총장은 이날 G1(강원민방)에서 열린 강원지역 합동토론회에서 대뜸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전날 밤 손준성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고발사주 의혹은 자신을 흠집 내기 위한 여권의 공작이라는 점을 강변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씨와 국민의힘 김웅 의원 사이 이뤄진 통화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된 시점부터, 송영길 대표가 공개적으로 수사를 압박했고, 공수처는 송 대표의 요구에 따라 움직였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발언 시간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할애하면서 송 대표의 발언과 공수처의 수사 상황을 하나하나 대조해 가며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 전 지사에게 "이 전체적인 과정에 대해서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원 전 지사는 당황한 듯 "구체적으로 무엇을 물어보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왜 저한테 물어보는지 잘 모르겠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다만 원 전 지사는 "송영길 대표는 민주화운동 세력의 대표적 인물 아니냐"라며 "민주화 세력을 자처하는 이들이 검찰 개혁이라고 쓰고 검찰 장악이라고 읽는 위선과 권력의 탐욕 현장을 보는 것 같아서 민주주의의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윤 전 총장이) 말한 각론 부분은 솔직히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은 "(그러면) 총론만"이라고 말했고, 원 전 지사는 "부당한 압박에 대해 당당히 맞서서 잘 이겨내길 바란다"고 답하며 다른 질문을 유도하려 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비슷한 취지의 질문을 계속 이어갔다. 윤 전 총장은 "고발장을 누가 작성했는지 특정하지 못해서 성명불상자가 작성했다고 하고, 이 정도 되면 손준성 검사로 하여금 영장실질심문에 응하게 만든 것 자체가 의무 없는 자에게 직권남용을 하는 게 되는데, 이 정도 되면 구속영장 청구는 거의 직권남용에 준하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의 일방적인 질문에 원 전 지사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원 전 지사는 "잘 모르겠고, 윤 전 총장도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며) 경제적 공동체니 직권남용의 확장 적용이니 해서 우리나라 법치주의에 매우 근본적인 논쟁이 되는 (사안의) 중심이 되는 분이라, 저한테는 (이와 관련된 의견을) 묻지 말아달라"고 잘라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원 전 지사의 이러한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좋습니다", "알겠습니다"라고 수차례 말을 끊으려고 했지만, 원 전 지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답변을 마쳤다.
윤 전 총장은 홍준표 의원에게도 "계속 여당 당 대표가 공수처를 압박하는데 소위 말하는 '영장사주' 아니냐.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홍 의원은 "전 딱하다 생각되는데, 여긴 대선 토론장"이라며 오히려 윤 전 총장을 훈계했다.
윤 전 총장은 "대선 토론장이니까, 남의 당 대표가 우리 당 경선 일정을 감안해서 국민의힘 후보 결정전에 빨리 강제 수사하라는 게, 우리가 대선 토론에서 못 다룰 주제냐"라고 발끈했다.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이 정책 토론하자고 할 때가 언제인데"라고 맞받아치자, 윤 전 총장은 "이건 중요한 정치 현안이고 정책 토론이지, 인신공격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우리가 묻지도 않았는데, (윤 전 총장 스스로) 그걸 쟁점화해서 대선 토론장에 (들고) 나온 것"이라며 "본인이 수사할 땐 정당한 수사고, 본인이 수사당할 땐 정치 공작이냐"라고 쏘아붙였다.
홍준표에 집중 공격했지만 여유 있게 웃어넘긴 홍준표 "인신공격하는 거 보니 답답한 모양"
그동안 토론회에서는 주로 수비에 집중했던 윤 전 총장은 이번 토론회에서 공격적인 질의를 이어갔다. 각종 논란으로 지지율에 경고등이 켜지자 토론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공격 대상은 윤 전 총장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홍 의원에게 집중됐다. 윤 전 총장은 상대적으로 홍준표 캠프에 세 결집이 안 되는 점을 언급하며, 홍 의원의 리더십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저는 정치 초심자인데 많은 분이 온다. (그런데) 홍 의원 쪽에는 상대적으로 그게 적다"며 "복당하는 때에도 동료 의원들이 참 많이 반대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정치하면서 한 가지 분명한 건, 저는 계파를 만들지 않고 (계파에) 속해본 적도 없다"며 "(정치에 입문한) 26년 동안 단 한 번도 계파의 졸개가 되어 본 일이 없다. 그래서 난 계파도 없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본인이 동료나 후배에게 말씀을 함부로 한다거나 독선적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느냐"며 공세를 펼쳤다.
홍 의원은 "지금 윤 전 총장 진영에 가 계신 분들은 구태 기득권 정치인의 전형이다.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분이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앉아서 사람들 우르르 끌어모아서 10년 전 하듯, 그건 구태 정치인들이 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윤 전 총장이 홍 의원 측 인사를 언급하면서 "인신공격 같으니 (이건) 질문하지 말기로 하고"라고 말하자, 홍 의원은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홍 의원은 "(이미) 인신공격을 다 했다"며 "(윤 전 총장이) 인신공격까지 하시는 거 보니, 이제는 답답한 모양"이라고 뼈 있는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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