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구청의 도시관제센터에서 관제요원들이 실시간으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출입국 과정에서 확보한 시민들의 얼굴 사진을 본인 동의 없이 ‘인공지능 식별추적 시스템’ 구축에 활용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국의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업을 우후죽순 벌이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공공이 확보한 데이터로 학습한 인공지능을 치안·방역 등 공적인 목적에 쓴다는 명분을 내건 사업들이다. 민감한 개인정보인 생체정보를 민간에 개방한 데 따른 개인정보 오·남용 문제와 함께 실시간 원격감시 시스템 구축에 따른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된다. 공공 데이터를 확보한 민간 개발 업체가 해당 정보를 빼내갈 위험도 숨어 있다.
민감한 개인정보인 생체정보를 민간에 개방한 데 따른 개인정보 오남용 문제가 곳곳에 잠복해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실시간 ‘원격 감시’ 체제 구축에서 필연적으로 불거지는 사생활 침해 우려도 있다. 공공 데이터를 확보한 민간 개발 업체가 해당 정보를 빼나갈 위험도 숨어 있다.
■지자체들, 너도나도 ‘인공지능 얼굴인식’
15일 <한겨레> 취재 결과, 경기 부천시는 내년 1월 시내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활용한 ‘지능형 역학시스템’을 도입한다. 코로나19 등 감염병 확진자가 나오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CCTV 관제센터에 모인 영상들을 분석해, 확진자의 이동경로·마스크 착용 여부·밀접 접촉자 등을 추적한다. 여기에는 관내의 방범용 CCTV 1만여대가 활용된다. 이 곳은 다른 지자체보다 확보한 CCTV가 많아 수집하거나 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다. 부천시는 올해 초 작성한 자료에서 “2020년 6월 기준 부천시의 1㎢ 당 CCTV 대수는 123대로 국내 어느 도시도 따라올 수 없는 사업 수행조건을 충족한다”고 밝혔다. 부천시 관계자는 <한겨레>에 “데이터셋 구축 전문 (민간) 업체가 최근 학습 영상 촬영을 마치고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업은 진행 중이다. 한 예로 경기 안산시는 관내 어린이집 CCTV를 활용해 아동학대를 실시간 탐지하는 시스템을 내년 시범 도입한다. 학대 신호가 되는 아동의 부정적 감정표현이나 학대 장면 등이 CCTV에 찍히면, 알고리즘이 이를 감지해 시청과 어린이집 원장에 통보한다는 구상이다. 안산시는 지난달 보도자료를 내어 “올 연말까지 관내 시립 어린이집 원장·교사·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진 뒤 내년 초 시스템 개발에 착수할 것”이라며 “내년 시범운영을 거쳐 2023년 하반기(7∼12월)에는 관내 모든 어린이집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제주 경찰은 ‘신변보호용 인공지능 CCTV’를 시범운영 하고 있다. 안면인식·침입감지 기능을 갖춘 CCTV를 신변보호 대상자 집 주변에 설치해 특정 인물이 주변을 배회하면 대상자와 112 상황실에 실시간으로 얼굴 사진을 전송하는 구조다. 경찰청은 내년부터는 이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 사업은 ‘공공데이터’를 민간 업체 등에 공개하는 게 기본 전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유능함은 학습에 쓰인 데이터가 얼마만큼 실제 상황에 가깝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정보주체 허락을 얻어 민간 데이터를 얻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문제는 불특정 다수의 개인정보가 불식 간에 민간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부천시는 사업제안 요청서에서 “다양한 에이아이(AI) 알고리즘이 개발되고 있으나 많은 경우 알고리즘 검증을 위한 데이터 부족으로 현장에서 사용하기에 부적절하다”며 “실제 CCTV 영상 데이터 기반의 AI 알고리즘 고도화를 위해 (학습의 재료가 되는) 데이터셋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상에 등장하는 시민들 동의는 구하지 않은 채 데이터를 민간업체에 넘긴다는 뜻이다. 다만 올해 말까지는 ‘연출 영상’만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한 뒤 내년부터 실제 CCTV 촬영 영상을 통해 알고리즘을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다.
부천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아 추진 중인 ‘지능형 역학시스템’ 구축 사업의 개요. 시내 CCTV 1만여개의 영상을 ‘AI 모델 고도화’에 활용한다. 부천시, 과기부.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부천시는 CCTV 이미지가 개인에 대한 ‘비식별화’를 거쳐 활용되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천시 관계자는 <한겨레>에 “(영상에 포함될 인물이) 불특정 다수이기는 하지만, 영상이 분석존으로 들어올 때는 얼굴 부위가 모자이크된다”며 “인공지능으로 도출된 동선도 철저히 역학조사관만 볼 수 있게끔 할 것”이라고 했다.
얼굴 등 생체정보의 비식별화 조처 가능 여부는 정부 내에서도 논란이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낸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에서 “생체인식정보의 가명처리 가능 여부에 대해 (판단을) 유보한다. (생체인식정보는) 본인 동의 기반으로만 사용 가능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별개로 ‘원격 감시’ 자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원격 신원 식별’ 기능을 탑재한 CCTV들이 개인 사생활 감시·추적 등의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불특정 다수의 접촉자를 추적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 개인 감시 용도로 전용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부천시는 사업계획서에서 이 사업으로 구축된 데이터셋을 방역 뿐 아니라 ‘AI 기술개발 전반’을 위해 활용하려 한다는 목적도 담겨 있다.
“실데이터 기반의 AI 데이터셋 구축·개방 및 AI 학습 알고리즘 고도화, AI 데이터 분석 시스템의 지속적인 고도화 기반을 조성·확산한다.” 촘촘한 방역망 구축을 넘어선 목적이 있다는 얘기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it/1019444.html?_fr=mt1#csidxf9a9f34b0a4f0c589ec55ea66f77f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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