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여가부 폐지 논란에 여가부 지원받는 소외계층 목소리 담은 경향
정용진 ‘멸공’ 논란에 윤석열 이마트서 ‘멸치’ ‘콩’ 장봐, 야권 인사들 ‘멸공’ 논란 확대
연일 안철수에 주목하는 언론, 서울신문 ‘DJP 공동정부’ 소개에 안철수 공약 찬성 사설까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7일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7글자를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여가부 존폐론이 떠올랐다. 10일 조간들은 윤 후보의 ‘2030 남성 표심잡기’, 젠더갈등으로 보도한 가운데 경향신문은 여가부에서 지원을 받는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담았다. 정치공방을 넘어 실제 여가부가 폐지될 만한 부처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세기에 ‘멸공’이란 구시대 단어가 대선판 중심에 들어왔다. 윤석열 후보가 지난 8일 인스타그램에 신세계 이마트 이수점에서 장보는 사진을 올리며 #달걀 #파 #멸치 #콩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SNS상 발언으로 시작한 ‘멸공’ 논란에 올라탔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부 야권 인사들이 멸치와 콩 등을 SNS에 올리며 ‘멸공’을 언급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최근 지지율이 15%를 넘었다며 여러 매체에서 ‘마의 15%’를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안 후보의 존재감이 커지며 그의 정책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안 후보 공약인 촉법소년 연령 하향 공약을 찬성했다. 

▲ 10일 조간 1면 모음
▲ 10일 조간 1면 모음

 

여가부 폐지? 경향 “우리 같은 사람은…”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주장을 전하는 다수 신문은 젠더 갈등으로 보도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와 인터뷰한 소식을 함께 전했다. 동아일보 1면 “‘2030 젠더 갈등’ 속 뛰어든 이재명-윤석열” 기사가 대표적이다. 이 후보가 출연한 ‘닷페이스’는 페미니즘 채널이며 2030 여성 표심을 얻기 위한 노력이고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주장은 2030 남성 표심을 얻기 위한 주장이라며 단순 대결구도로 다룬 것이다. 

동아일보 4면에도 왼쪽에는 “李, 페미니즘 유튜브 채널 출연 ‘이대녀 공략’vs‘젠더 논란 자초’”, 오른쪽에는 “尹,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 ‘이대남 지지’vs‘젠더 갈라치기’”란 제목의 기사를 나란히 배치했다. 윤 후보는 지난 9일 “병사봉급 월 200만원”이란 한줄짜리 공약을 다시 페이스북에 올렸다. 언론에선 2030 남성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이라고 해석했다. ‘닷페이스’ 인터뷰에 응하는 것과 설립한지 20년이 지난 정부부처인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주장을 단순 젠더갈등 차원에서 비교하는 보도다. 

조선일보는 여가부 폐지 논란을 자초한 게 여가부라고 비판했다. 사설 “정권 위해 여성 배신한 여성가족부가 자초한 폐지론”에서 윤 후보 페이스북에 “(폐지 찬성 댓글) 상당수가 2030세대 남성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여성이지만 찬성한다’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며 “여가부 폐지론이 대선 쟁점으로 힘을 받고 있는 것은 문재인 정권 5년간 여성보다 정권 보호에 앞장섰던 여가부 행태에 대한 환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원순·오거돈 두 전직 시장의 성폭력 사건에서 여가부가 제대로 비판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조선일보는 “여성운동을 여당 국회의원이나 여가부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디딤돌로 이용해 온 일부 인사의 여성 배신 행위가 여가부 폐지 논란을 자초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1면 “여 아니면 남…‘분열’ 키우는 대선”에서 “여성학자들은 여가부 폐지를 시기상조라고 지적한다”며 “2020년 기준 여성 노동자는 남성 노동자보다 평균 31.5% 적게 번다. 한국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5.2%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25.6%에 한참 못미친다”고 지적했다. 

▲ 10일 경향신문 3면
▲ 10일 경향신문 3면

 

경향신문은 한부모가정, 저소득층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 등 여가부에서 지원을 받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여가부 지원받는 우리 그럼 어디서 챙겨주나요?”란 기사에서 비혼모자 시설에서 아이를 낳은 이지혜씨(가명)가 “폐지를 할 거면 그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누구도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고 있다”며 “다른 부처로 업무가 편입되면 한부모가정 정책이 뒷전으로 밀려나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여성만을 위한 부처’란 오해와 달리 여가부 예산 대부분은 가족 돌봄과 청소년 보호에 쓰인다”며 “정부 전체 예산의 0.2% 수준인 2021년 여가부 예산 1조2325억원 가운데 7375억원(59.8%)이 한부모가족 아동양육 지원·아이 돌봄서비스 등 가족 돌봄 사업에 쓰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2422억원(19.6%)은 청소년 사회안전망 강화 등 청소년보호 사업에 투입됐다”며 “이외에도 디지털성범죄·가정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 사업에 1234억원(10%), 경력단절여성 취업지원 등 여성 관련 사업에 982억원(7.9%)의 예산이 쓰였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한국 사회를 옥죄어온 지역갈등의 폐해가 심화되고 있는데 정치가 이번엔 20대 남녀의 반목·분열을 조장하려는 것인가”라며 “여가부는 실사구시적 자세로 그 역할을 짚고, 성평등·돌봄과 약자 보호를 강화하는 쪽으로 조직과 기능을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젠더를 불쏘시개 삼아 선거를 치르려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여가부 폐지에 이어 ‘멸공 챌린지’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6일 인스타그램에 숙취 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라며 멸공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은 폭력·선동 등을 이유로 인스타그램 측이 삭제했는데 정 부회장이 항의하면서 복구됐다. 다음날인 7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SNS에 “21세기 대한민국에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회장이 있다”며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고 비판하자 정 부회장은 “리스펙(리스펙트)”라며 조 전 장관을 비꼬았다. 

▲ 10일 경향신문 정치면
▲ 10일 경향신문 정치면

 

윤 후보와 야권 인사들이 올라탔다. 지난 8일 이마트에서 장을 본 뒤 ‘달걀’과 ‘파’, 이른바 친문세력을 연상시키는 ‘달파’와 함께 ‘멸치’와 ‘콩’, 즉 ‘멸공’을 올리며 논란을 키웠다. 그러자 나경원 전 의원이 이마트에서 멸치와 약콩, 자유시간을 사며 “멸공! 자유!”라고 적었고, 김연주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도 이마트에서 장보는 사진을 올리며 “달파멸콩”이라고 썼다. 김진태 전 의원은 SNS에 “다 같이 멸공 캠페인 어떨까요”라며 부추겼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멸치와 콩 반찬을 놓은 식사사진을 올렸다. 

한겨레는 사설 “‘여가부 폐지’에 ‘멸공 챌린지’, 윤석열 퇴행 어디까진가”에서 “아무리 급락한 20~30대 지지율을 회복하는 게 시급한 처지라고 하나, 상황 타개를 위한 시도가 무책임하고 졸렬하기 짝이 없다”며 “전통 지지층인 강성보수의 재결집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북한과 주변국에 대한 증오를 불어넣고 집권세력에 색깔론을 덧씌우는 시대착오적 캠페인으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행여라도 그것이 재기 있고 발랄한 캠페인이라 착각하는 건 아니길 바란다”며 “문화선진국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남부끄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경향신문도 ‘여적’ 칼럼에서 “철 지난 ‘멸공’을 띄우고 그것을 또 정치인들이 챌린지로 퍼뜨리다니, 재미는커녕 씁쓸하다”며 “색깔론을 부추겨 표를 얻으려는 심산이라면 시대착오적이다. 상상력의 빈곤이 더 슬프다”고 평가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김광일 논설위원의 ‘만물상’ 칼럼에서 “여당 쪽에선 ‘중국을 자극 말라’며 발끈했지만, 정 부회장은 ‘오로지 위(북한)에 있는 애들을 향한 멸공’이라고 했다”며 “정권이 5년 내내 북한 김정은에게 저자세로 끌려다닌 데 대한 국민적 반감이 만만치 않다는 뜻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 10일 국민일보 만평
▲ 10일 국민일보 만평

 

‘마의 15%’ 돌파한 안철수, 공약도 주목

경향신문 “‘마의 15%’ 잇단 돌파…존재감 커지는 안철수”, 세계일보 “한주새 5.9%P 껑충…安 지지율 ‘마의 15%’ 넘었다” 등 안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 15%에 관심이 모였다. 세계일보는 “15%는 대선후보 기탁금과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는 기준이라 ‘대선 완주’를 위해 충족해야 하는 최소한의 발판으로 여겨진다”며 15%의 의미를 설명했다. 

주말사이 그의 행보도 주목을 받았다. 안 후보는 지난 9일 2박3일의 충청일정을 마무리했는데 이날 배우자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충북 옥천의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해 “육영수 여사의 사랑과 봉사의 상징으로 지금도 많은 국민으로부터 추앙받고 계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보수 표심을 노리겠다는 행보로 해석됐다. 

서울신문은 사진기사로 충북 청주에 방문한 안 후보에 대해 “중원 공략한 安”이라고 소개했고, “安風 견제 나선 박영선 ‘대한민국 맡길 리더십 안 보여’”란 기사에서 박영선 민주당 선대위 디지털대전환위원장의 안 후보 비판발언을 보도했다. 또한 서울신문은 “‘DJP 연합’처럼 공동정부?…상승세 탄 안철수 ‘단일화 없다’”란 기사에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식 권력분점’ 모델을 거론하며 아직 단일화에 선을 긋는 안 후보의 입장을 전했다. 안 후보의 행보를 적극 보도하는 모양새다. 

▲ 10일 서울신문 사설
▲ 10일 서울신문 사설

 

서울신문은 사설 “촉법소년 연령 하향, 이젠 검토할 때 됐다”에서 안 후보의 공약을 찬성했다. 법 위반 행위를 해도 형사책임 능력이 없는 촉법소년 연령의 상한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낮추자는 공약이다. 서울신문은 “청소년 범죄는 과거에 비해 과격하고 흉포스럽게 변하고 있다”며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만 13세로 하든, 12세로 하든 하향 조정을 검토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