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저마다 향기가 다르 듯 봄에 나오는 나물들도 각기 독특한 저마다의 향기를 지니고 있다. 참 신기하고 오묘하다. 놀랍기만 하다.
각종 먹거리들이 많아지고 봄이 오기 시작하면 나는 재래시장을 자주 간다. 오늘은 무슨 나물이 나왔을까? 시장에 가면 온통 푸르른 나물 종류가 많다. 그래서 기분마저 좋아진다.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쑥에서부터 쌉싸름한 머위 나물, 향이 독특한 돌나물까지. 새로운 나물이 나오면 반가워서 사가지고 온다.
쑥이 연할 때는 도다리쑥국을 한 번이라도 끓여 먹어야 섭섭하지 않다. 미나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나물이다. 나는 미나리, 머위, 새발 나물을 조금씩 사 가지고 와 매끼 바꾸어 가며 나물들을 살짝 삶아 무쳐서 밥상에 올린다. 봄에 나오는 나물과 밥을 먹으면 마치 봄을 먹는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흐뭇하다.
4월이 지나고 오월이 오면서는 산나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특히 강원도에서 나오는 나물들을 많은 사람들이 즐긴다. 곤드레는 나물밥을 해서 먹고 곰취는 생으로 쌈을 싸 먹기도 한다. 그 향이 너무 좋아 손가락으로 엄지 척을 하면서 먹는다. 친근한 나물 고사리가 나오고 영양이 듬뿍 들어 있는 두릅도 우리 밥상에 빠지지 않는 봄나물이다.
두릅은 먹는 방법이 다양하다. 우리집의 경우, 살짝 데쳐 숙회로도 먹고 찹쌀가루 무쳐 튀김도 해 먹고 장아찌를 담가 저장해 놓고 먹고 있다. 이처럼 나물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리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나물은 따로 있다.
요즘은 그 나물을 만나기가 어렵다. 예전에는 그래도 시장에 가면 더러 나왔는데, 지금은 찾기가 어렵다. 그 나물은 경상도에서는 참죽나물이라고 하고, 전라도에서는 쭉나무 쭉잎이라 부른다.
아는 사람만 아는 이 맛
쭉잎나물은 아는 사람만 안다. 예전에는 시골 마을에 쭉나무가 더러 있었다. 쭉잎은 향이 정말 독특하다. 그런데 쭉잎은 고추장에 넣어 장아찌를 해도 맛이 그만이고 살짝 데쳐 찹쌀 풀에 적셔 말린 뒤 튀겨 먹으면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하는 독특하고 맛있는 음식이 된다.
우리 집은 간단하게 쭉잎을 사다가 끓는 물에 소금 조금 넣고 살짝 데쳐, 된장 고추장에 참기름 듬뿍 넣고 깨소금 마늘에 무쳐 먹는다. 종종 먹었던지라, 지금은 같이 살지 않는 딸들도 쭉잎나물 추억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요리도 있다. 쭉잎을 살짝 데친 후 물기를 꼭 짠 뒤 햇볕에 말린다. 바삭바삭 말린 후 줄기는 떼어 내고 잎만 프라이 팬에 기름을 두르고 바삭하게 볶아내는 것이다. 맛소금 약간 넣고 통깨와 참기름도 조금 넣어 접시에 담아내어 밥을 비며 먹으면, 밥도둑 반찬이 된다.
마지막으로, 쭉잎 장아찌도 빼놓을 수 없다. 쭉잎 장아찌를 만드는 것은 의외로 쉽다.
1. 어린 쭉나무를 사다가 씻어 소금물에 30분쯤 담아 살짝 숨을 죽인다.
2. 다음에는 건져 물기를 뺀다.
3 매실액과 고추장을 동량 넣어 잘 섞는다.
4. 절여 놓은 쭉잎을 그릇에 차곡차곡 담아 고추장 양념 물을 붓는다.
5. 돌이나 무거운 걸로 눌러 놓고 2~3일 후에 먹으면 맛있는 장아찌가 된다.
남편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물이 바로 이 쭉잎나물(참죽나물)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나무가 귀해서 그런지 이맘때 만나기가 어렵다. 쭉잎은 어려서 잠깐 며칠 사이에 나오는 잎이다. 나뭇잎이 크면 질기고 뻣뻣하고 맛이 없다. 올해는 정말 놓치지 않고 쭉잎나물을 해 먹으려 다짐한다.
오랫동안 써왔던 마스크도 실외에서는 벗고 우리의 소중했던 일상이 돌아오고 있는 기쁜 날들이다. 봄 기운 가득한 밥상을 차려, 코로나19로 힘들었던 마음을 멀리 보내고 활기차고 행복한 나날을 채우길 바라본다. 봄은 우리에게 선물 같은 계절이다. 우리도 힘차게 한번 살아보자. 봄은 축복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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