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6.21. ⓒ뉴시스
최근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을 향해 "파티는 끝났다"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이 결국 민영화를 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철 사회공공성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았던 박근혜 정부의 철도 민영화 또한 "파티는 끝났다"는 공공기관들을 향한 경고로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티가 끝났다'는 말은 박근혜 정부 때 현오석 기재부 장관이 했던 말"이라며 "그때도 민영화라고 직접 말하지 않았다. 민영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생각해서 경쟁체제 도입, 공공기관 기능조정, 자회사 설립 등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이어 "그 자회사 설립이 이를테면 SR이다. 철도에 굳이 자회사를 설립할 필요 없는데 분리한 거다. 그런 방식으로 민영화가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의 부채를 지적하며 방만경영을 구조조정의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 또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민영화에 앞서 나왔던 키워드다.
김 연구원은 "이전 정부의 민영화 시도와 양태는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방만경영을 비판하면서 구조조정의 발판 삼고, 시장과 경쟁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민영화의 '민'자도 꺼내지 않았며 선을 긋고 있지만, 현재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공공기관 구조조정, 앞서 발표했던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나온 정책들이 민영화를 향하고 있다고 김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공공분야를 민간주도로 확장하겠다는 건 공공이 할 수 있는 일도 민간에 넘긴다는 것"이라며 "공공기관을 구조조정하고 공공서비스를 사기업에 넘긴다는 건 민영화가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에 녹아있는 작은 정부, 시장주의의의 결과는 결국 민영화"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철 수석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윤석열 정부가 최근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다. 민간주도, 기능조정 등 민영화를 암시하는 키워드가 보인다.
공기업의 소유를 민간으로 넘기는 전통적인 민영화 보다는 실제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경제정책방향에 나타나는 내용을 가지고 우리가 생각하는 민영화인지 따져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그랬지만, 윤석열 정부도 그렇고 민영화를 공기업 지분을 매각해 소유권 이전만을 민영화라고 좁은 의미로만 말하고 나머지는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학계 분석에 따르면 공공기관 매각뿐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민영화로 볼 수 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공공기관 지출 구조조정 관련해서 재원 마련 방안이 필요한데, 유력하게 공공기관의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위한 공공기관 정책방향도 제출될 것 같다.
또 보도로 나온 공공기관 혁신방향의 내용을 보면 공공기관이 민간과 기능이 중복되거나 민간이 잘하고 있는 분야를 민간에 넘긴다는 게 들어가 있다. 이런 것들은 외주화, 위탁을 통한 민영화로 볼 수 있다.
공기업을 민간 자본에 넘기는 단순한 방식의 민영화뿐 아니라, 공공서비스의 비용을 사용자에게 전가하는 등 민간기업의 운영을 가져오는 것도 넓은 의미의 민영화로 볼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넓은 관점에서 민영화의 범주에 ① 재화나 서비스의 공급을 위한 재원을 조세에서 사용자부담금으로 전환하는 재원의 민영화, ② 생산활동만을 민간에 이전시키는 생산의 민영화, ③ 공공자산이나 정부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소유권 이전, ④ 경쟁제한적인 각종 법적장치를 제거하거나 완화하는 자유화 등 4가지 요소가 포함돼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는 민영화에 대해 '민'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파티가 끝났다'는 것도 박근혜 정부 당시 현오석 기재부 장관이 했던 말이다. 그때도 민영화라고 하지 않았다. 그때도 민영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어서 경쟁체제 도입, 공공기관 기능조정, 자회사 설립 등으로 표현했다. 자회사 설립이 이를 면 SR의 경우다. 할 필요 없는데 분리한 거다. 그런 방식으로 민영화가 시작됐다.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공공기관에 대해 상시적이고 주기적인 기능점검을 하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와 비슷한 내용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있었다. 그때는 이런 이야기하면서 '시장성 테스트'라고 했다. 민간이 해도 되는지 따져서 공공에서 하지 않고 민간에서 하면 된다고 하면 민영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번에는 이름을 바꿔서 '기능성 테스트'라고 한다. 이를 거쳐서 민영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인사도 추경호 기재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추진했던 기재부 차관 출신이다. 공공기관을 어떻게 민영화할지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김대기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명박 정부 당시 인천공항 지분 매각을 추진했고 최근에 이에 대한 소신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를 한 바 있다. 그런 인적인 연계성도 무시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가 지금까지 밝힌 정책에서 민영화 의지가 드러난 부분은 어디라고 보는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공공이 하고 있는 부문에서 민간 주도로 하겠다는 것. 재정 긴축, 민간 주도는 공공이 할 수 있는 일도 민간에 넘긴다는 거다. 구조조정하고 공공서비스를 사기업에 넘긴다는 건 민영화가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 작은 정부, 시장주의의 결과는 민영화다.
국정과제는 물론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시장원칙을 도입한 경쟁구조 확립'이라는 내용이 있다. 어떻게 보면 가장 대표적인 민영화로 보인다.
민자사업 관련 내용도 주의해야 한다. 민간투자 사업 활성화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 부분은 해외에서는 민영화하고 똑같이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민간 투자 확대는 공공이 해야 할 걸 민간에게 넘긴다는 것으로 민영화로 볼 수 있다.
공공기관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곳이 한국전력공사다. 최근에 내놓은 자구책에서 민영화 의도가 들어가 있는 곳은 없을까?
지분 매각이다. 자산 매각이랑 관련된 사항인데, 한전이 최근 비상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향후 30조원의 적자가 전망되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구책 마련한 거다. 여기에서 드러나는 것 하나가 자산 매각이다.
근데 매각 대상이 우량 자산이다. 한국전력기술이 거론되는데 한전이 현재 65.77%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분만 두고 나머지는 팔려고 한다. 엄청 유망한 회사인데 비싸면 민간에서 안 살 테니까 헐값에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에 괜찮은 공공부문의 토대가 될 수 있는데 헐값 매각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분매각은 민영화가 아니라고 하지만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 사기업이랑 똑같이 행동하게 될 수밖에 없다. 민간지분 매각은 민간 주주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고 민영화될 여지가 높다. 그저 민영화가 아니라고 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한국전력기술은 원자력발전소 설계와 에너지신사업(비원자력) 등을 추진하는 업체다. 한전의 적자난에도 지난해 10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으며 새 정부의 원전 해외 수출 정책에 따라 수익 증대도 예상되는 우량 기업이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강조하면서 배경으로 공공기관 부채를 지적하면서 방만경영을 꼽고 있다. 공공기관의 부채를 꼭 부정적으로만 볼 수 있을까?
정부가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이야기 하면서 그 근거로 부채와 인력과 예산이 늘어났다고 했다.
그런데 기재부가 올해 4월 30일에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공시에는 공공기관의 부채가 그렇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부채 증가는 전력 설비, 코로나19 대응, 성장 동력 투자 등 투자·융자가 늘어난 거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부채 비율은 옛날보다 감소 중이라 재무 건전성이 개선 중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부채도 대부분 불가피한 게 있다. 한전도 원료비가 급등해서 발생한 것이다. 코레일, 인천공항 등은 코로나19 사정도 있고, 시설 관련 부채 등 옛날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무슨 문제가 있어서 갑자기 부채가 늘어났다고 보기 힘든데, 이를 구조조정 드라이브의 근거로 삼는 건 문제가 있어보인다.
그리고 윤 대통령이 말한 호화청사 매각을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원래 그렇게 지으라고 한 사람들이 기재부다. 이명박·박근혜 때 지방이전을 하면서 방 크기, 사무실 크기, 설비 등 이런 걸 기재부가 지침을 줬다. 호화청사라고 지적하는 것도 기재부에 책임이 있다
향후 윤석열 정부의 민영화 시도가 어떻게 진행될지 전망한다면?
가장 우려되는 게 보건의료 분야다. 의료 영리화가 진행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가 활성화 되려고 하고, 올해 초 제주의 영리병원도 소송에서 이겼다. 영리병원이 확산될 가능성 있어서 의료 영리화의 마중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하는데 민간병원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향후 문제가 될 것 같다.
또 하나는 사회서비스 분야다. 지난해 서회서비스원법이 생겼지만 각 시·도에서 아직 자리를 못 잡았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 정책방향이 민간 사업자들을 지원하고 키워주는 방향으로 돼 있어 민영화 우려가 있다.
철도도 박근혜 정부와 비슷하게 될 것 같다. 아직은 국정과제 등에서 내용이 나오진 않지만 흐름을 보면 철도도 민영화의 먹잇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코레일이 낙제점인 E등급을 받았다. 작년 C등급을 받았는데 별다른 일이 없는데도 평가 등급이 떨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철도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배경을 만든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철도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올해 1월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됐던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제주특별자치도의 개설 허가 취소 처분 소송에서 법원은 녹지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제주도의 병원개설 허가 취소처분이 무효가 되면서 영리병원 재추진의 물꼬가 트인 상태다.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한 사회서비스원법(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은 민간에 위탁했던 어린이집이나 요양원 등 시설을 정부가 고용한 인력으로 직접 운영·관리하는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법이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됐으나, 윤석열 정부는 공공서비스를 민간 주도로 발전시키겠다는 정반대의 정책방향을 내놓아 마찰이 예상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발생하는 민영화 시도에서 공공서비스를 지키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어떻게 보면 문재인 정부에서 민영화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선 '민영화 방지법' 등 조치를 했어야 한다. 민영화 추진은 안 했지만 방지할 노력도 안 한 것이다.
법제적인 측면을 보완해야 한다. '공공기관운영법'에 공공서비스의 민영화를 방지하는 규정을 넣어야 한다. 공공기관운영법 14조 따르면 기재부 장관이 공공기관의 기능·통폐합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조항을 수정해서 민영화를 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들어갔으면 좋을 것 같다.
근본적으로는 '공공서비스 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 민영화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게 아직 국회에서 검토되지 않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추진하자고 제안한다.
김 연구위원이 속한 사회공공성연구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사회기반시설공공서비스기본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공공서비스의 공공성을 법적·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무분별한 민영화를 규제하는 것을 주요 내용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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