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3국 정상회담에서 나온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 강화'는 나토식 기준에 의해 더욱 강화되고 심화될 전망이다. 나토 국가들의 군사협력은 세 차원에서의 '군사적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촉진하는 데 있다.
먼저 정책적 차원으로, 집단 안보를 도모하는 국가들의 공동의 적은 누구인가, 주된 위협은 어디에 있는가를 조율하는 정책적 협력이다. 주지하다시피 일본은 2018년부터 "군사적으로 주된 위협은 중국"이라고 방위백서에서 명기하기 시작했다. 반면 북한을 주적으로 삼는 한국은 이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한일간 정책 협력은 출발점부터가 다르다. 이번 3국 정상회담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중국은 어디서도 등장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3국 정상회담 이전부터 세 정상이 만나면 "중국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해 왔고, 윤 대통령과 동행한 최상목 경제 수석이 정상회담 전부터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시대는 끝났다"며 '탈중국'을 거의 공식화 했다. 게다가 윤 대통령 자신이 자유와 민주주의 메신저가 돼 국제연대를 외치는 마당에 중국 견제는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결국 한미일의 정책공조는 속도의 문제가 있을 뿐이지 종국에는 반중국·탈중국의 기치로 수렴되는 필연적 수준으로 가고 있다.
'미국 대리인' 모색하는 일본... 손짓 보내는 한국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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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
ⓒ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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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차원은 군사 기술적 차원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 발표에서 "북한이 핵 실험을 한다면 한미일 공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일본의 자체 방위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매우 도발적이며 적극적인 발언이다.
이 말에는 3국 공동군사훈련으로 북한 미사일에 대한 공동의 탐지·추적·요격 기술을 공유하고, 장차 미국이 구상하는 대로 3국 간 공동의 지휘체계, 공동의 교전수칙과 군사교리 공유까지 나아가자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해상에서 한미일 3국 해상훈련이 실시될 전망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전제는 중국을 주적으로 한 일본의 강대국 정치에 북한을 주적으로 한 한국의 중간국 정치는 하위개념이다. 차제에 일본은 공격 미사일을 보유하는 적 기지 타격능력(반격능력)으로 치달아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대리인이자 균형자로 도약하겠다는 입장이다.
세 번째 차원은 문화와 인적 교류 차원으로 한일 양국간 친근감 회복이다. 이번 3국 공동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일주일 전부터 윤석열 정부는 강제 징용 노동자 배상에서 일본 기업의 책임을 묻지도 않고, 일본 기업의 한국 자산을 매각 및 현금화하지 않는 해결책을 서둘러 왔다. 강제 징용에 대한 소위 민관위원회를 가동하면서 한국 정부가 먼저 강제 징용자에게 배상하는 "대위 변제"를 하고 일본과는 추후 협의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로써 일본 기업의 책임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발판으로 일본과 관계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을 정상회담 이전에 서둘러 발표해버렸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식민 지배의 불법성, 개인 보상에 대한 책임과 인권의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드리드에서 일본은 '한일 양자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윤석열 정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독도 문제 등을 빌미로 한국 정부를 계속 길들이겠다는 의도를 표출해 왔다. 결국 '역사를 묻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한국에 대해 오히려 일본이 '한국이 역사문제를 먼저 해결하라'면서 버티고 있어 한미일 안보협력이 지체되는 상황이다.
책임있는 답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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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
ⓒ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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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종언을 고하고, 평평한 세계(Flat World)는 다시 '벽이 있는 세계(Walled World)'로 회귀하는 이 시점에 한미일 삼각협력은 중국 견제라는 촉진 요인과 각자도생이라는 국익 관점의 지체 요인이 공존한다.
현재로서는 촉진 요인이 우세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일 간의 첨예한 경쟁과 갈등의 문제도 건너뛸 사안은 아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다. 엄연히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처지에서 균형 있게 국제관계를 관리하지 못하고 '오로지 동맹'을 외치며 국가 정책을 외길 수순으로 몰고 가는 직선운동이 불안해 보인다. 외교부의 신중한 입장까지 압도하며 동맹 외교에 올인하는 윤 대통령의 질주가 또 하나의 국가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이 점에서 현 정권에서 균형 있는 시각으로 신중한 입장을 개진하고, 비판적인 입장을 표력할 인사는 없다고 봐야 한다. 미국식 사고와 미국에서의 교육을 배경으로 오직 동맹을 외쳐온 다수 인사가 하나의 결론에 쉽게 동의하는 '집단 사고(group thinking)', 견제받지 않는 동맹정책이 불안해 보인다.
동행한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를 밀실에서 추진하다가 들통이 나서 경질당한 전력이 있다. 경제에서의 탈중국을 선언한 최형목 경제수석과 함께 이번 윤 대통령의 순방을 구성하는 반중국, 친일본 전위 그룹이다.
최소한 중국에 대한 존중과 배려마저 생략한 비외교적 행보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위기의 길목에 놓인 한국의 국가적 상황에 비춰도 매우 위험한 상황을 자초할 수도 있다. 중국은 정상회담 이전부터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 <글로벌 타임즈>의 지면을 통해 "만일 한국이 나토의 중국 견제에 협력할 경우 한반도 안보에 위기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북한 위협 관리에 중국이 협조하지 않고, 한국 기업에 대한 불이익을 경고한 셈이다.
과거의 사드 보복 때와는 차원이 다른 중국의 한국 견제 의지를 무시하고 과연 우리가 생존과 번영을 도모할 수 있는지, 이 상식적인 질문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이 필요하다.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이런 위험을 경고하는 참모가 없다. 한미일 정상상회담의 여파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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