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현장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여성·시민·노동·사회단체만 총 195곳에 이른다. 참가자 수도 사전 신청 인원 수만 2000여 명이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윤 대통령이 과거에 내놓은 발언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여가부 폐지를 강행할 경우 정권 퇴진 운동까지 벌이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한편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에 반기를 든 건 서 활동가뿐만이 아니다. 이날 단상 위에 오른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많은 여성들이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에게, 사랑을 말하던 남자에게 살해당한다"며 "너무 많이 죽어서 이제는 그 죽음이 특별해 보이지도 않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양 회장은 "사랑해서, 사랑이 변해서, 사랑하지 않아서 혹은 그냥 여자라서 죽는다"며 "여자라면 그 자체로 차별 받고 범죄 대상이 되고 기회를 박탈 당한다. 2022년에도 '신당동 사건'이 벌어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 사회에 여전히 구조적 성차별이 존재하고 국가는 여성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여가부 폐지? 단순히 부처 사라지는 문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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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가족부 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집회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 종각역 네거리에서 전국195개 여성시민노동사회단체 주최로 열렸다.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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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가 단순히 여성에게 주어졌던 혜택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만이 아닌, 나아가 국내 사회적 약자를 향한 복지 축소로 이어지리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남은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 대통령이 '여가부 폐지'를 이야기만 했을 뿐인데 국민의힘쪽이 지자체장을 맡고 있는 지역은 대부분 성평등 정책이 축소되거나 폐지·통합되는 절차를 거쳤다"며 "부산은 여성조직개발원이 축소되고 경남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가부가 폐지되면 그 부처 하나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며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는 지역 성평등 정책은 휴지 조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 상임대표는 "심지어 대구에선 인권위원회의 폐지나 각종 기금회 폐지, 사회 복지의 축소까지 이뤄지고 있다"며 "여가부가 폐지되면 그 다음엔 정부가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 관련 정책까지 축소하고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회 구조 변화에 따라 1인 가구나 미혼모·미혼부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만큼 여가부가 담당할 영역은 오히려 더 넓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가부가)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직격'이다.
오진방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사무국장은 "현 정부는 다양한 가정 형태와 권리를 보장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비혼 출산, 한부모 가족, 1인가구 등 다양한 가족에게 여가부의 성평등 정책과 지원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혼자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각 지역의 '세 모녀 사건'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오 사무국장은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계급 갈등의 다른 이름이 바로 젠더 갈등이다. 여가부는 불평등을 해결할 유일한 부서"라며 "여성을 혐오하고 선동할 목적으로 대통령 한 사람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여가부 폐지하면 정권 퇴진 운동 벌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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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가족부 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집회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 종각역 네거리에서 전국195개 여성시민노동사회단체 주최로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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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활동가는 "윤석열 정부가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 건 국민을 인구 정책의 도구로 다시 활용하겠다는 것과도 같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과거 한국 정부는 국가가 원하는 인구 정책에 따라 국민을 처벌하고 통제하며 관리하는 조건을 만들어왔다"며 "낙태죄를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국가의 가족 계획에 따라 불임 시술에 대한 경제적 혜택 주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가부를 폐지한다는 건 하나의 부처가 사라지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우리의 삶을 통제, 관리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모두 강력하게 규탄해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가부 폐지를 계속 고집한다면 정권 퇴진 운동까지도 벌일 수 있다. 절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참가자들의 규탄 선언은 여가부 폐지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집권 여당만을 향하지 않았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180석이 넘는 의석을 차지하면서도 여론 눈치 보기에 급급해 국민의 분노를 정확히 읽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하루 빨리 '여가부 존치'를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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