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무너진 국가 재난대응 조직 내 보고 체계, 컨트롤타워 실종, 일선 파출소에 책임 떠넘긴 서울경찰청·용산경찰서…그럼에도 여전히 ‘제도 타령’하는 정부에 커지는 국가책임론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 6일째다. 정부가 156명의 목숨을 구할 기회를 몇차례나 놓친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나며 국가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 전부터 ‘압사할 것 같다’는 112신고가 다수 접수됐음에도 경찰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아울러, 경찰 수뇌부는 첫 112 신고가 접수된 뒤 5시간이 지나고서야 관련 보고를 받았다. 

2일 경찰은 윤희근 경찰청장이 10월30일 자정을 넘긴 0시14분 경찰청 상황1담당관한테서 휴대전화로 이태원 참사 발생 사실을 처음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소방청이 최초 신고를 받은 밤 10시15분에서 1시간59분, 경찰 112 신고센터가 첫 신고를 받은 저녁 6시34분에서 5시간40분이 지난 시각이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29일 밤 11시36분 이임재 용산경찰서장한테서 휴대전화로 상황을 보고받았다.

심지어 참사 당시 이임재 서울 용산경찰서장은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를 통제하고 있었다. 무너진 국가 재난대응 조직 내 보고 체계와 경찰 수뇌부의 총체적 판단 마비 속에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골든타임은 지나갔다.

▲ 한겨레 5면 사진 갈무리.
▲ 한겨레 5면 사진 갈무리.

한겨레는 2면 기사에서 “문제는 ‘매뉴얼 부재’가 아닌 ‘컨트롤타워 실종’이었다”며 “수년 동안 핼러윈 데이 행사 관리에 관여해온 이들은 이태원 참사의 핵심 원인으로 행정·치안·민간조직들의 사전 대응와 사후 조처를 기획·총괄할 책임 있는 공적 주체의 실종을 한목소리로 지목했다”고 했다. 사설에서는 “이태원 참사의 근본 원인은 사전에도 사후에도 경찰 지휘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데 있음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한겨레 2면 갈무리.
▲ 한겨레 2면 갈무리.

동아일보도 1면에서 “대형 사고에 대처하는 112 신고 대응 시스템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사고 4시간 전부터 위험을 알리는 시민들의 신고가 되풀이됐지만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에서 일선 파출소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신속한 현장 통제나 경찰 기동대 투입 등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고를 전달받은 용산경찰서 112상황실도 파출소에 출동 지령을 내렸을 뿐, 갈수록 늘어나는 신고와 악화되는 신고 내용을 파악하고 대응하지 않았다”며 “결국 참사 당일 약 13만 명이 방문한 이태원 일대 현장 대응은 사고 당시 근무 인원이 20여 명에 불과한 이태원파출소 몫이 됐다. 파출소 직원들은 밀려드는 신고를 처리하느라 바빠 출동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갈수록 신고가 늘고 신고 내용이 심각해졌는데 참사 1시간 전부터는 출동한 기록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 3면 갈무리.
▲ 동아일보 3면 갈무리.

중앙일보는 1면 기사에서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국가 기간조직의 보고 체계가 엉망진창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경찰 내부 보고 체계뿐 아니라 국가 재난대응 조직 내 보고 체계도 완전히 무너진 것”, “대통령실은 경찰이 아닌 소방청 상황실을 통해 사실을 처음으로 파악했다”고 비판했다. 

‘정부, 이태원 참사에 ‘선 수습, 후 책임’ 각오로 임하길‘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재난안전기본법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은 재난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재난 징후 정보를 수집·분석할 의무가 있고,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참사의 징후를 몰랐다면 무능하거나 무심한 것이고, 알고도 조치를 안 취했다면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 중앙일보 3면 갈무리.
▲ 중앙일보 3면 갈무리.

조선일보도 1면 기사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 29일 일선 경찰부터 최고위 간부까지 이르는 경찰의 보고·지휘 체계는 종일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김광호 서울청장이 그(용산서장)에게서 보고를 처음 받은 것은 사고 발생 1시간 21분이 지난 오후 11시 36분이었다. 온라인 뉴스로 “이태원에서 수십 명이 실신했다”는 취지의 첫 언론 보도가 나온 것은 사고 당일 오후 11시 36분이었다. 서울청장이 사실상 언론보다 이 사건에 대해 늦게 알게 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1면 갈무리.
▲ 조선일보 1면 갈무리.

 

이태원 참사 사흘 전 작성된 경찰 ‘종합치안 대책’ 보고서…알고도 대비 안했다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과와 112치안종합상황실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흘 전 핼러윈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이태원 핼러윈데이 치안상황 분석과 종합치안 대책’ 보고서를 작성해 공유했다. 서울경찰청도 핼러윈 기간 치안수요 급증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의 ‘핼러윈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 내부 보고서를 만들었다. 하지만 경찰 기동대 등 경력은 투입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4면에서 “경찰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흘 전 작성해 배포한 내부 보고서에서 핼러윈 기간 중 ‘토요일’과 ‘오후 10시경’을 112 신고가 가장 집중되는 시간대로 특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토요일 오후 8시∼다음 날 오전 3시’가 가장 위험한 시간대라며 주의를 당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경찰 내부에선 위험 징후에 대한 보고가 있었음에도 사전에 대비하지 않아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 동아일보 4면 갈무리.
▲ 동아일보 4면 갈무리.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특히 서울경찰청 경비 등 경찰 지휘부가 112신고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장 인력을 배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경찰 내부에선 참사 당일 112신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원인은 경찰 지휘부가 사전에 인력 투입을 결정하지 않은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휘부가 기동대 투입 결정에 대해 ‘소관이 아니다’라거나 ‘일선 요청이 없었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 1면 갈무리.
▲ 경향신문 1면 갈무리.

 

명백한 ‘행정 참사’에도 정부의 여전한 ‘제도 타령’

정부가 참사 책임을 제도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경찰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31일 “주최 측 요청이 없을 때 경찰이 선제적으로 국민을 통제할 법적·제도적 권한은 없다”며 이 장관을 두둔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주최 측이 없을 경우 경찰이 중앙 통제된 방법으로 군중 관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3면에서 “참사 직전 112에 접수된 11건의 신고 내용을 보면 이 장관과 대통령실 해명은 전부 ‘틀린 말’로 확인됐다”며 “당시 이태원에는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고, ‘경찰을 미리 배치했으면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 ‘극도의 혼잡’ 상태였던 당시 ‘경찰이 선제적으로 국민을 통제할 법적·제도적 권한’이 있었다. 이 장관과 대통령실이 기초적인 사실 확인도 없이 정부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사설에서도 “국민은 위험을 알리며 보호해달라고 외쳤지만, 국가는 외면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 안전시스템의 총체적 실패를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출발점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윤희근 경찰청장의 해임”이라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이번 참사는 법과 제도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부재로 벌어진 명백한 ‘행정 참사’”라며 “윤 대통령은 살릴 수 있던 156명의 목숨이 황망히 스러진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세상에 어떤 정부가 자국민이 압사 위험에 처하는 것을 뻔히 보면서 법과 제도를 이유로 팔짱을 끼고 있다는 말인가”라며 “그런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모색하기보다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다. 정부가 이태원 참사 관련 용어를 ‘참사’ 대신 ‘사고’로, ‘피해자’ 대신 ‘사망자’로 통일하기로 한 것도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희생자들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을 포함해 참사의 후유증만 키우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경찰청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시민단체 동향 정보를 수집해 내부 문건을 정리한 것으로 확인된 ‘정책 참고 자료’(SBS 1일 공개)에 대해서는 경향신문은 “사고를 수습할 생각보다 시민단체들 감시부터 했다니 어이가 없다. 경찰은 시민단체 동향 파악을 중단하고 해당 문건의 작성 경위를 낱낱이 밝히라”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시민사회를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문제지만, 경찰이 참사 직후 정권 안위부터 신경 쓰고 있었으니 기가 막힐 뿐”이라며 “과거 사찰을 일삼던 정보경찰의 부활이란 지적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한·미 대규모 연합공중훈련 정면 겨냥 도발’ 일제히 우려 

북한은 2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영해 근처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북한은 이날 하루동안 20여발의 미사일을 퍼부었다. 

3일 9개 주요 아침신문들은 1면과 사설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다루며 ‘한·미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을 정면 겨냥한 고강도 도발’이라며 우려했다. 

▲ 3일 아침신문 갈무리.
▲ 3일 아침신문 갈무리.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북한의 전례 없는 모험적 군사 행동을 규탄한다”며 “이번 미사일 발사는 공군력에서 절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북한이 남측의 허를 찌르려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자신감 아래 행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실질적 영토 침해 행위’라고 지적하며 엄정한 대응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군은 F-15K와 KF-16 전투기에서 동해 엔엘엘 이북 공해상을 향해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며 “우리 군의 미사일이 엔엘엘을 넘어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이 엔엘엘 이남과 이북으로 미사일을 주고받으면서, 9·19 남북군사합의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것 아니냐 우려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위태로운 상황이 대규모 안보위기로 확대되지 않도록,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조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도발을 멈추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도발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 강도가 갈수록 높아진다고 해서 무력 위협에 굴복할 수는 없다. 어제 우리 군은 공군을 출격시켜 공대지 미사일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도발의 강도에 상응하는 비례적 대응 조치를 취하는 것은 추가 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첫걸음이란 점에서 적절한 조치. 북한이 도발하면 할수록 한·미 간의 공조 대응태세가 더욱 더 강화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그들의 오판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늦어진 상황 안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울릉도 주민들은 정작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사이렌 소리만 요란했을 뿐 어떤 상황인지 안내가 없었던 탓”이라며 “”TV를 보던 일부 주민만 뉴스 자막을 통해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반면 울릉군 공무원들은 군 청사 내 지하공간 등으로 신속하게 대피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그러면서 “울릉군의 재난안전 문자메시지는 경보 발령 20여 분 후인 9시 19분에야 발송됐다. 안내 방송은 9시 40분에야 이뤄졌다”며 “실제 상황이었다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 주민들은 실제 상황임을 파악한 뒤에도 어찌할 줄을 몰랐다. 겨우 대피한 뒤에도 주민들은 4시간 가까이 불안해야 했다. 오후 2시가 돼서야 공습경보가 해제되고 경계경보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미사일이 고장 등으로 통제에서 벗어났다면 울릉도를 덮칠 수도 있었다. 전국에서 TV를 보던 시청자들도 자막으로 뜬 공습 경보와 경계 경보에 어리둥절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