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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구속한 ‘건설노조 빙자’ 조폭, 양대노총 소속은 없었다

경찰이 대대적으로 홍보한 ‘건폭 단속’ 중간 결과, 그 속에 숨어 있는 ‘교묘한 프레임’

윤승영 경찰청 수사국장이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 중간성과 발표를 위해 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동안 '건설폭력' 특별단속을 시행한 결과, 총 581건에 대해 2863명을 단속해 29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 남소연 기자 n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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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2023-03-09 18: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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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3-09 19:25:25
    • 2023.3.9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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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9일 '건설현장 폭력행위' 특별단속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실제 조폭이 노동조합을 빙자해 건설사로부터 돈을 갈취한 사례도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2월 8일부터 3월 7일까지의 특별단속 현황을 발표하며 이 같은 '조폭 가담 사례'를 공개했다.

    경찰이 제시한 조폭 관련 주요 단속 사례를 보면,  인천 지역 폭력조직 J파 조직원들은 건설사를 상대로 협박해 1천100만원을 갈취했다. 이들 단체는 과거에 한국노총 소속이었다가 제명됐지만, 제명된 이후에도 한국노총이라고 속인 채 이러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충북에서는 P파, S파 조직원 단 2명이 '가짜 노조'를 만들어 8개 건설현장에서 8천100만원을 갈취했다. 이들은 모두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된 조폭 중 양대노총 소속이 있나'라는 질문에 "없다"라고 답했다.

    물론, 이날 발표된 경찰의 단속 결과에는 위 사례와 같은 '가짜 노조'만 포함된 게 아니었다. 경찰은 지난 3개월간 2천863명(581건)이 적발됐고, 이 중 102명이 검찰로 송치됐으며, 29명이 구속됐다고 밝혔다. 윤승영 경찰청 국수본 수사국장은 "2016년에도 경찰청 주관으로 유사한 특별단속이 있었는데, 같은 기간 단속 인원은 17배, 구속 인원은 14배 정도 이번에 성과를 더 많이 냈다"고 자평했다.

    경찰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 소속 건설노조가 단속 대상 중 2천214명(77%)이며, 나머지 23%는 군소 노조 또는 환경단체, 지역 협의 단체 등이라고 설명했다. 송치된 102명 중 양대노총은 63명(61.8%), 기타 노조 및 단체는 39명(38.2%)이다. 구속된 29명 중에서는 양대노총 소속이 12명(41.4%), 기타 노조·단체가 17명(58.6%)이다. 단속, 송치 대상은 양대노총 소속이 많았지만, 정작 구속된 이들은 양대노총이 아닌 자들의 비율이 더 높다는 점이 눈에 띈다. 
     
    경찰이 9일 공개한 '건설현장 폭력행위(건폭) 특별단속 중간 성과' 자료.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찰이 제시한 통계만 보면 마치 건설현장 폭력행위의 대부분은 양대노총 소속 건설노조가 저지르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이는 '교묘한 프레임'에 불과했다.

    우선 경찰이 밝힌 단속 대상은 ▲채용 및 장비사용 강요 ▲전임비, 월례비, 발전기금 등 명목의 금품 갈취 ▲출근방해, 공사 장비 출입 방해 등 업무 방해 ▲건설현장 폭행, 협박, 손괴 등 폭력행위 ▲건설현장 떼쓰기식 불법 집회시위 등이다. 건설노조의 채용 요구나 건설사와 체결한 단협으로 보장된 전임비, 노동3권을 행사하기 위한 쟁의행위 등 건설노조가 정당한 노조 활동이라고 주장하는 활동까지 단속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최근 법원에서도 임금의 성격이 있다고 판단한 타워크레인 월례비의 경우도 '갈취'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월례비 등 금품 갈취' 사례는 경찰이 단속한 대상 중 2천153명(75.2%)으로 가장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월례비의 구조적인 부분은 어차피 국토부나 노동부, 노사 간에 판단할 문제"라며 "저희들은 불법적 금품 갈취가 있다면 계속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건설사의 불법 재하도급, 외국인 노동자 불법 고용 문제 등은 단속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이름만 '건설현장 폭력행위 특별단속'일 뿐, 사실상 건설현장 노조를 겨냥한 수사만 하겠다는 의도였다.

    이번 중간 수사 결과를 설명하는 브리핑에서도 '건설사의 불법 행위는 수사하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 대상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불법 고용이나 불법 하도급은 경찰에 각자 맡은 수사 분야가 있으니 신고가 들어오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측의 불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흠집"이라고 표현하며 불법성을 축소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수사 대상을 넓혀, 건설사 불법도 수사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도 "현재까지는 없다"며 "오늘 말한 건 건설현장 폭력행위 중간 성과에 대한 부분이라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예정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단속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굳이 양대노총의 단속 결과를 합산한 수치만 공개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민주노총에는 건설노조가 하나뿐이지만, 한국노총에는 건설노동자들이 속한 노동조합이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었고 제명된 노조도 나왔다. 대표적으로 한국노총 소속이었던 전국건설산업노조는 진병준 전 위원장이 조합비 횡령 등으로 구속된 뒤, 노조 내부의 조합비 횡령 묵인·방조 및 비민주적 노조 운영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7월 22일 한국노총에서 제명됐다.

    경찰이 공개한 16가지 주요 단속 사례에서도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관련된 사례는 극소수였다. 사례와 관련된 사진과 영상을 보더라도 한국노총과 관련된 자료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이를 '양대노총' 또는 '건설노조'라고 뭉뚱그려 설명하면서 일부 언론 보도에는 왜곡된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무관한 범죄 행위도 마치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벌인 일인 양 자료화면을 내보낸 보도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서 각각 단속된 인원과 건수를 알려달라'는 질문에 "특정 단체를 지칭해 인원이나 통계를 알려주는 게 오해의 소지도 있다"며 "양대노총을 합산한 숫자만 확인해드리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거듭된 확인 요청에는 "저희들이 양대노총이라고 하는 부분만 확인해드릴 수 있다. 비율이나 인원이 나가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돼서 그런 것"이라며 "특정 단체나 특정 노조에 대해서 대상을 정한 게 아니고 건설현장 전체로 대상을 정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단속된 77% 중에 양대노총이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비슷하다는 말씀만 드리겠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경찰의 특별단속은 오는 6월 2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경찰은 남은 기간 수사역량을 집중해 특별단속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투입된 경찰 인원에 대해서는 "경찰력이 다 투입됐다고 보면 된다"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진 규모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경찰은 건설현장 폭력행위 단속 수사와 관련해 50명의 특진 인원을 내걸었는데, 이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향후 수사 계획과 관련해 "일선 수사관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특진 인원을 대폭 확대해 추진력을 확보하겠다"고 예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성과에 따라 특진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며 "남은 수사 기간이 있어서 각 시도청마다 사건의 난이도와 중요성에 따라 특진 규모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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