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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231] 무기 경쟁에서 뒤처진 미군 ②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3/03/10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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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2. 러시아, 중국과 첨단 무기 경쟁에서 밀린 미국

 

1) 러시아의 ‘슈퍼 무기’들

 

1991년 소련이 해체된 후 러시아 군사력은 소련 시절에 비해 40% 이상 무너졌다고 한다. 무기는 낡았고 군대는 비참한 수준이었다. 돈이 필요해 다른 나라에 무기를 헐값에 팔아치우기도 했다. 당시 한국도 러시아 무기를 빚 대신 받을 정도였다. 소련이라는 견제 국가가 사라지자 미국은 2002년 군비 경쟁 방지 장치였던 ‘탄도탄 요격미사일 제한 조약(ABM 조약)’을 깨버렸다. 이때부터 러시아는 미국의 군비 증강에 대응해 첨단 무기를 개발해야만 하였다. 

 

2018년 3월 1일(현지 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연례 국정연설을 통해 개발 중이거나 실전 배치를 완료한 ‘슈퍼 무기’들을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군비 경쟁이 다시 시작된 것은 미국이 옛 소련과 체결한 ABM 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푸틴 대통령이 소개한 무기가 모두 개발된다면 미국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대륙간 탄도미사일 ‘사르마트’

 

사르마트(RS-28 Sarmat)는 고정 발사대에서 발사하는 세계 최대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사거리 1만 8천 킬로미터에 5톤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750킬로톤 핵탄두 10개부터 전술 핵탄두 24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사르마트 1발로 프랑스 전체를 초토화할 수 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사르마트의 시험 발사에 성공해 본격적인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다고 하였으며 2020년 실전 배치가 끝났다. 

 

▲ 발사대로 이동 중인 사르마트. [출처: 러시아 대통령실]     

 

핵 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

 

군사 전문가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은 핵 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9M730 Burevestnik)다.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무제한이며 예측하기 어려운 비행경로로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한 무기다. 푸틴 대통령은 이 미사일이 “원자로를 장착한 전략 핵미사일”이라고 하였으며 2017년 말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1960년대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은 핵 추진 순항미사일을 경쟁적으로 개발하려다 중단하였다. 이 미사일의 기본 원리는 핵연료봉으로 공기를 뜨겁게 달궈 내뿜어 추진력을 얻는 것으로 제트 엔진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당시 기술력으로는 방사능 오염 문제를 풀 수 없었고 결국 미국과 소련은 핵 추진 순항미사일 개발을 포기하였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은 이 미사일을 설명하면서 미사일 내에 소형 원자로가 있어서 전기를 이용해 날아가는 것처럼 설명하였다. 현재 과학기술에는 미사일처럼 무겁고 빠른 비행체에 적합한 전기 추진 기술은 없다. 푸틴 대통령이 기술적으로 부정확한 표현을 한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미지의 추진 기술을 개발했는지 알 수 없다. 

 

러시아 핵무기 전문가인 파벨 포드비히는 “그동안 의구심을 가져왔지만, 유튜브를 통해 연설과 동영상을 보면서 푸틴의 말이 맞는다고 판단한다”라고 하였으며 미 랜드연구소의 에드워드 가이스트 연구원도 “큰 충격을 받았다. 러시아가 과장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이르렀다”라고 말했다. (「푸틴이 공개한 러시아의 차세대 ‘슈퍼 무기’ 5종」, 연합뉴스, 2018.3.2.)

 

▲ 부레베스트니크 발사 장면. [출처: 러시아 대통령실]     

 

인류 역사상 가장 폭발력이 강한 무기 ‘포세이돈’

 

대륙간 핵 추진 수중 드론 포세이돈은 핵탄두를 탑재한 채 심해에서 잠수함이나 어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사실상 무제한의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무기다. 주로 해안 도시나 군항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전문가 잭 캐러벌은 “핵탄두를 탑재한 이 수중 드론은 미국 등 서방에 맞선 러시아의 공격적이면서도 혁신적인 군사 능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서방의 해군 시설물들이나 해안 도시들에 가공할만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메가톤급 핵탄두의 위력은 더욱 위협적”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앞의 기사)

 

포세이돈은 개발 과정에서 정보가 노출되기도 했는데 그 위력에 많은 전문가가 충격에 빠질 정도였다. 2015년 11월 러시아 방송에 노출된 ‘해양 다목적 시스템 스타투스 6’이라는 개발명의 어뢰 정보를 보면 사거리는 1만 킬로미터, 위력은 100메가톤이었다. 100메가톤이면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탄이었던 차르 봄바의 2배 가까이 된다. 충격을 받은 미국은 이 어뢰가 해안 도시인 뉴욕시에서 폭발할 경우를 모의 시험해보았는데 무려 80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왔다. (「푸틴이 전격 공개한 수퍼무기 6종의 실체」, 주간조선, 2018.3.16.)

 

2018년 공개할 때는 폭발력이 수십 메가톤으로 줄었다. 하지만 미국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수소폭탄의 폭발력이 1.2메가톤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너무 큰 폭발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올해 1월 16일(현지 시각) 포세이돈의 첫 번째 생산을 마쳤으며 핵잠수함 벨고로드에 공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잠수함에는 8대의 포세이돈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포세이돈(컴퓨터 그래픽). [출처: 러시아 대통령실]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2017년 12월 실전 배치되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제 사용된 킨잘(Kh-47M2 Khinzal)은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개조해 공대지 미사일로 만든 것이다. 사거리가 3천 킬로미터가 넘고 속도는 마하 10 이상이다. 푸틴 대통령은 “세계에 유사한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 고정밀 극초음속 항공-로켓 복합체”라며 대함 미사일로 사용될 정도로 정밀하다고 소개하였다. 

 

▲ 목표물에 수직 낙하하는 킨잘. [출처: 러시아 대통령실]     

 

극초음속 활공체 ‘아방가르드’

 

푸틴 대통령은 아방가르드(Avangard)를 “운석이나 불덩이처럼 표적을 향할 수 있는 미사일”이라고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미사일을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라 불렀으나 엄밀히 말하면 다른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탄두에 실려 발사되는 극초음속 활공체라고 해야 한다. 러시아는 여러 다른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아방가르드를 실어 시험 발사하였다. 아방가르드는 최대 마하 27의 속도로 날아가며 여기에는 수백~2천 킬로톤의 핵폭탄이 실린다. 2018년 양산에 들어갔으며 2019년 실전 배치되었다. 

 

▲ 아방가르드. [출처: 러시아 대통령실]     

 

이 밖에도 스크램제트 엔진을 장착해 마하 7~8로 날아가는 세계 최초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치르콘(3M22 Tsircon), 드론을 격추하고 인공위성을 무력화하는 레이저 무기 페레스베트(Peresvet) 등도 모두 실전 배치되었다. 

 

▲ 치르콘. [출처: KATEHON]     

 

▲ 페레스베트. [출처: 러시아 대통령실]     

 

미국과 비교

 

미 의회 연구원(CRS)은 2021년 7월 9일 발간한 연구보고서 「미국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현황: 배경과 의회에 대한 이슈」에서 미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이 200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나 경쟁국인 러시아와 중국에 비교 시 뒤떨어졌다고 평가했다. 극초음속 미사일뿐 아니라 여러 첨단무기 개발에서 뒤처진 상황이다. 앞서 소개한 무기들은 모두 미국이 개발에 실패했거나 개발할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들이다. 

 

같은 기간 미국이 개발한 무기 가운데 러시아보다 더 우수한 무기라고 할 만한 게 거의 없다. 

 

미국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최신 무기는 F-35 스텔스 전투기, 무인기(드론), 사드 정도다. 

 

그런데 F-35는 첨단 무기가 아니다. F-35는 미국이 2015년 처음으로 실전 배치한 신형 전투기이지만 F-22의 저가형 수출용 모델로 개발된 무기로 성능은 더 떨어진다. 러시아는 F-22의 대항마로 Su-57을 개발했으며 F-35의 대항마로 Su-75를 개발 중이다. 이들은 미국 전투기에 비해 성능은 비슷하거나 더 우수한데 가격은 절반도 안 된다. 

 

▲ Su-57(왼쪽)과 Su-75. [출처: the Drive]     

 

미국의 무인기는 정찰과 테러에 주로 쓰이는데 적의 요인 1명을 제거하는 데 100명이 넘는 민간인을 오폭으로 죽이는 학살 무기다. 게다가 미국이 극비리에 운용하던 스텔스 무인기 RQ-170 센티널, 이른바 ‘칸다하르의 괴수’가 이란의 전파 조작으로 나포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도 다양한 무인기를 운용하는데 무인기 분야가 워낙 공개된 정보가 적어 어느 나라 기술이 더 우월한지는 판별하기 어렵다. 

 

사드 같은 요격미사일은 러시아의 기술이 더 우월하다는 주장이 많기에 미국이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 미 해군이 사용하는 150킬로와트급 레이저 무기, 육군이 사용하는 50킬로와트급 레이저 무기도 최신 무기라고 할 수 있지만 러시아가 지상에서 운용하는 페레스베트에 비해 우월한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러시아에 비해 미국이 비교우위에 있다고 보였던 레일건은 16년의 노력 끝에 2021년 개발 중단을 선언하면서 물거품이 되었다. 

 

이처럼 미러 사이의 첨단무기 개발 경쟁은 미국이 ABM 조약을 파기하면서 불을 붙였지만 정작 20여 년이 지난 지금 평가해보면 미국이 아닌 러시아가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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