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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언론관은 '한 놈만 패기'... MBC 위험해질 수 있다"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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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3/03/10 08:01
  • 수정일
    2023/03/10 08:0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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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성제 전 MBC 사장"국민 신뢰 회복이 성과, 진실 앞에 중립 없어"

23.03.10 05:09l최종 업데이트 23.03.10 05:09l

사진: 이희훈(lhh)박성제 전 MBC 사장

▲ 박성제 전 MBC 사장 ⓒ 이희훈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사장 연임에 실패하고 MBC를 떠나게 된 소회를 묻자 박성제 MBC 전 사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가 연임 도전에 나섰을 때만해도 MBC 안팎에서는 무난하게 새 임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박 전 사장은 지난 2월 20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MBC 사장 후보 시민평가단 투표에서 선택을 받지 못하면서 연임에 실패했다. 후임 안형준 사장이 2월 23일 MBC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그는 수십 년간 정든 MBC를 떠났다. (관련기사 : 국힘 작전 성공? 박성제 MBC 사장 연임 좌절시킨 시민평가단 뭐길래 https://omn.kr/22sxa) 
 
지난 9일 서울 용산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그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은 한 놈만 패는 것"이라면서 "MBC가 앞으로 위험해질 수 있다.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는 재임기간 중 가장 큰 성과로 MBC가 국민 신뢰를 되찾은 점을 꼽았다. 보수 정부 시절 MBC 보도가 상당히 망가져 있었는데, MBC만의 저널리즘 가치를 되찾으면서 국민 신뢰도 회복할 수 있었다는 진단이었다.
 
박 전 사장은 보수 정권에서 유독 'MBC가 정치적으로 편향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모든 언론이 비판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MBC를 비롯한 일부 언론만 (권력) 감시 역할을 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면서 "오히려 다른 언론들이 제대로 비판 역할을 하지 못하는 부분을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MBC만의 색깔이 있다. MBC는 힘이 센 사람들에게 비판적이고 고통 받는 약자들의 편에 선다"라며 "진실 앞에서 중립이 어디 있나. 가해자와 피해자, 강자와 약자가 있는 이슈에서 양쪽을 똑같이 보도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대통령 비속어 보도' 이후 노골적인 MBC 때리기에 나섰을 당시 그는 "MBC 사장으로 원칙을 지키지 못하면 회사가 굉장히 위험해질 것이라 생각했다"며 "당당하게 행동해야 MBC 저널리즘을 지킬 수 있다고 보고, 후배들에게도 수사기관이 소환을 요구해도 응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MBC와 보수 정권과의 불화에 대해선 "보수 정권은 그런 걸(언론의 비판과 감시) 못 참는다"며 "MBC는 보수 정권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권력을 감시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박 전 사장과의 일문일답.
 
"콘텐츠가 플랫폼 이긴다"
 
박성제 전 MBC 사장
▲ 박성제 전 MBC 사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진실 앞에서 중립이 어디 있나. 가해자와 피해자, 강자와 약자가 있는 이슈에서 양쪽을 똑같이 보도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 이희훈
 
- 사장 연임에 실패하고 오랫동안 몸담아온 MBC를 떠나게 됐는데 감회가 어떤가?

"연임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충격이 컸다. 같이 일한 임원들도 위로를 많이 해줬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홀가분해졌다고 해야 되나, 어깨가 조금 가벼워졌다는 느낌이다. 시원섭섭이란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하지만 MBC가 앞으로 위험해질 수 있다,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
 
- 사장 재임 기간 동안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MBC가 국민 신뢰를 되찾은 것이다. 과거 보도국장으로 처음 시작했을 때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처참했다. 언론 신뢰도 조사도 5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MBC 뉴스가 침몰했기 때문이었다. 보도국장으로 있을 때, 힘 있고 이슈를 주도하는 뉴스를 추구했다. 사장이 될 때쯤 신뢰도 조사에서 2~3위권까지 올라왔다. 최근 지표를 보면 거의 1위가 됐다.

또하나는 MBC 콘텐츠 영역을 넓혔다는 것.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피지컬100' 등의 프로그램이 그렇다. MBC유튜브 채널도 매출이 500억 원에 이른다. 후배들에게는 MBC는 지상파 채널이 아니라 지상파 채널을 소유한 미디어콘텐츠그룹이라고 이야기했다. 콘텐츠는 플랫폼을 이긴다. 그런 점에서 구성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도 성과라고 본다."
 
- 재임 기간동안 MBC 보도를 두고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계속됐다. 동의하나? 
 

"동의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언론에 기대하는 것은 권력에 대한 감시, 비판이다. 언론은 중요한 이슈가 터졌을 때 권력의 잘못된 부분을 비판해야 한다. MBC는 이태원 참사 등에서 그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문재인 정부 때는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들이 굉장히 많았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 문제(입사 지원 자기소개서에 '민정수석 아들'이라고 작성해 물의를 빚었던 사건) 등은 MBC 특종이었고, LH 땅투기 사태도 MBC가 열심히 보도했다.

MBC 기자들은 문재인 정부든 윤석열 정부든 똑같다. 비판할 게 있으면 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MBC를 비롯한 일부 언론들만 (권력) 감시를 하다보니 그렇게 보는 것 같다. 오히려 다른 언론들이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는 부분을 봐야 한다."
 
- 박성제 사장의 일부 발언을 두고도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문제를 삼았다. 과거 서초동 '조국 집회' 당시 "딱봐도 100만" 등의 발언이 대표적인데. 
 

"당시 서초동 집회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모였는지 논란이 되길래, 드론을 띄우라고 지시했다. 집회 인원을 뉴스로 보여줬는데 당시 김어준씨가 방송에 나와 달라고 요청해서 나갔던 적이 있었다. 김어준씨가 '딱보니 100만이었다는 거죠'라고 묻길래 맞장구를 쳐준 것 뿐이다. 실수였다면 실수로 볼 수 있다.

뒤집어보면 MBC 편향성을 지적하기 위해 얼마나 할 말이 없으면 그 말을 5년째 계속한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광화문 집회(태극기 집회)와 서초동 집회(조국 집회)를 동등하게 보도하면 안 된다는 말도 했다. 극우 종교인들이 광화문 집회에서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것과, 검찰 개혁을 얘기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같은 비중으로 다루면 안된다는 취지였다. 가치가 있는 뉴스를 더 다루자는 얘기였다."
 
- MBC의 이른바 '검언유착 보도'에 대해서도 보수 쪽에서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선 완성도 측면에서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기사 완성도가 높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비판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사의 취지와 기본이 무너진 건 아니라고 본다. 검언유착에 대한 MBC 보도가 언론중재위나 법원에서 문제라고 한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다른 방송사가 무리하게 보도해서 제재를 받은 경우는 있었다. 팩트가 제대로 취재돼 있는지가 제일 중요하고, 완성도는 또다른 문제라고 본다."

"보수 정권과 항상 불화? 권력을 감시하는 것 뿐"   
 
박성제 전 MBC 사장
▲ "MBC는 보수 정권이라서 공격하는 게 아니라 그냥 권력을 감시하는거다" ⓒ 이희훈

- 윤석열 정부 언론관을 평가한다면.   

"이 정부는 한 놈만 팬다. '바이든 날리면(대통령 비속어 보도)' 보도는 MBC가 제일 먼저 보도했지만 다른 언론사들도 똑같이 보도했다. 우리 기자들이 세봤다는데, 140개 언론사가 그렇게 보도했다더라. 그런데 MBC를 타깃으로 삼아 MBC만 '악의적'이라고 때리는 거다. 굉장히 위험하다. 게다가 기자와 보도국장까지 고발하고 세무조사하고 감사원 감사하고, 노동부 특별근로감독하고...이게 언론탄압 아닌가?"
 
- 비속어 보도 당시 정부와 여당이 모두 MBC를 찍어서 공격했는데 심경이 어땠나.
 
"MBC 사장으로 당당하게 원칙을 지키지 못하면 회사가 굉장히 위험해지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위기가 왔을 때 적당히 타협했던 MBC 사장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MBC 구성원들이 사장이 당당하게 대처하고 외풍을 막아주길 기대한다고 봤다. 당당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MBC 저널리즘을 지킬 수 있다고 봤다.

후배들이 동요하지 않고 후속 보도를 계속 하도록 하는 것이 사장의 의무였다. '비속어 보도'로 고발 당한 후배들에게도 딱 한마디 했다. '검찰이나 수사기관에서 소환 날아오면 응하지 말라'고. 기자가 자신의 보도로 수사를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은 내 철학이고 지침이었다. 대통령실이 MBC 기자를 전용기에 못타게 한 것도 헌법소원을 냈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 왜 MBC는 보수 정부와 항상 불화하는 걸까?
 

"MBC는 MBC만의 색깔이 있다. 쉽게 말해 힘이 센 사람들에게 비판적이고 고통 받는 약자들의 편에 서고자 한다. 거기에는 중립이 있을 수 없다. 진실 앞에서 중립이 어디 있나. 선거 때 여당과 야당을 똑같은 비중으로 보도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가해자와 피해자, 강자와 약자가 있는 이슈에서도 똑같이 보도하는게 공정한 건가.

(대통령 비속어 보도 역시) '바이든'이라고 들려서 '바이든'이라고 한 것이다. '날리면'이라고 감싸는 게 오히려 불공정한 거 아닌가. 그게 어떻게 악의적인 건가. 보수정권은 그런 걸(언론 비판) 못참는다. MBC는 보수 정권이라서 공격하는 게 아니라 그냥 권력을 감시하는거다."
 
- MBC가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저널리즘의 가치에 충실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공영방송 사장을 뽑는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 국회에 올라와 있는 방송법 개정안(공영방송 이사회 추천권을 언론직능단체에 부여)이 완벽하진 않지만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수단은 될 수 있다고 본다. 정치적 입김이 작용해서 사장을 선임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전문가 집단과 현업단체, 국회가 골고루 참여해서 해보자는 게 이 법안의 취지인데 나쁘지 않다고 본다."
 
- 과거 한 토론회에서 MBC도 KBS처럼 수신료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던 적이 있는데 아직도 유효한 주장인가?
 
"오해를 많이 하시는데 직접적으로 수신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 KBS가 수신료를 받는 상황에서 MBC는 수신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공영방송이라면 공적 지원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이야기였다. MBC가 수신료를 받는다고 오해하시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그 부분을 노렸던 것도 있었다. 국민 정서상 MBC 수신료는 현실성 없다. 다만 공영방송에 대한 광고 판매, 프로그램 규제 등을 풀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초저녁 시간에 피자와 초콜릿, 빵, 콜라 등은 광고를 못 한다. 청소년들 비만을 유발한다는 이유다. 분유 광고도 모유 수유 방해한다고 못한다. 외국은 비아그라 광고도 하는데 우리는 처방약 광고도 못한다. 사실 이런 규제는 방송사들의 광고 독점 시대 때 만들어진 것들이다. 지금은 오히려 유튜브 등 디지털 쪽에 광고 규모가 더 커졌다. 불합리한 제도다.

프로그램 규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MBC가 넷플릭스에 푼 '나는 신이다'가 화제를 모았는데, MBC가 축적해놓고 꺼내지 못했던 취재물들을 활용한 것이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프로그램을 하게 해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규제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MBC 흑자 비결은 콘텐츠 투자"
 
박성제 전 MBC 사장
▲ 박성제 전 MBC 사장 ⓒ 이희훈
 
- 재임기간 과거와 달리 MBC가 흑자를 냈다. 비결이 뭔가.
 
"갑자기 이뤄진 건 아니다. 최승호 전 사장이 콘텐츠 제작 능력을 올리기 위해 투자를 많이 했고, 그 성과를 이어받은 측면도 있다. '놀면 뭐하니'의 경우 처음엔 주목을 못받다가 내가 사장이 됐을 때 폭발적으로 터졌다. 광고매출이 SBS보다 많았던 적도 있었다. 코로나 상황에선 다양한 콘텐츠 판매 경로를 개척해내고 광고주들도 많이 만나서 프로그램들을 알렸다."

- 재임 시절 '뉴스투데이' 방송작가 부당해고 사건도 있었다. 당시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라고 했지만, MBC가 행정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불복했다. 어떻게 MBC가 그럴 수 있느냐는 비판도 있었다. 
 

"기준을 좀 마련하고 싶었다. 그분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한 건 아니다. 처음 사장되자마자 우리 계약직 아나운서 8명을 전환시켰다. 그때도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고 수용한 결정이었다. 이 문제도 법원 판결은 받아보자, 그래야 기준이라는 걸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중앙노동위원회 결정만으로 인정하긴 쉽지 않았다.

지금도 굉장히 많은 분들이 방송사에 프리랜서나 계약직, 파견직 등으로 일하고 있다. 그분들을 다 정규직으로 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1심 판결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1심 판결 이후 정규직이 된 것인데,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 외부에서 볼 때 2012년 MBC 파업 당시 경력 기자들이 대거 채용된 후 갈등이 있었다. 구성원간 불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평가도 있다. 

 
"좀 과장된 측면이 있는 얘기라고 본다. 파업 당시 보도국에 경력 기자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열심히 하는 기자들은 인정 받고, 대우 받는다. 현재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이기주 기자는 김재철 사장 때 들어온 경력기자다. 해외특파원으로 간 경력 기자들도 있다.

갈등이 있다고 하는 쪽은 보수 정부 때 낙하산 사장 체제에서 간부 역할을 했던 분들이 목소리를 내는 경우다. 실제로 구성원간 갈등은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심하지 않다. 열심히 일하는 기자들은 모두 중용되고 일 잘하고 있다." 
 
박성제 전 MBC 사장
ⓒ 이희훈

태그:#박성제,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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