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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건폭 1484명 검거’ 발표 뒤에 있는 진실은

  • 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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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6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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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한겨레, 구속영장발부율 주목… 보수·경제지는 받아쓰기

경향 “토끼몰이식 수사… 노동 홀대·탄압하는 단속 멈춰야”

KBS 수신료 분리징수 속도전에 “매듭, 자르기보다는 천천히 풀어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발표한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 결과를 두고 언론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동아일보·매일경제 등 보수·경제지들은 1484명이 검찰에 송치되고 132명이 구속됐다는 사실 자체를 중심으로 기사를 썼다. 하지만 경향·한겨레는 숫자 이면을 들여다봤다. 이들은 경찰의 영장 신청이 남발되고 있으며, 법원이 건설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구속영장의 절반가량을 기각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25일 지난해 12월8일부터 200일간 ‘건설현장 불법행위 특별 단속’을 실시해 1484명을 검거해 검찰에 넘겼다고 발표했다.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긴 피의자는 총 132명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양회동 열사 노동시민사회종교문화단체 공동행동’은 지난 6월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폭력경찰 규탄 및 불법행위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경찰 발표 받아쓴 보수·경제지… 경향·한겨레 발표 이면 주목

보수·경제지들은 26일 지면을 통해 이 소식을 보도했다. 이들은 입건된 피의자들을 ‘건폭’으로 규정하고 경찰이 발표한 소식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매일경제는 23면 <돈 뜯고 협박…경찰 ‘건폭’ 1484명 입건> 보도를 통해 “이른바 ‘건폭(건설현장 폭력)’과 전쟁을 벌여온 경찰이 1484명을 붙잡아 검찰에 송치하고 이 가운데 132명을 구속했다”며 “이번 특별단속에서 유령 환경단체나 사이비 언론인 등이 적발되는 등 건설현장을 이권 창출의 대상으로 삼는 폭력행위가 무더기로 드러났다”고 했다.

▲6월26일 매일경제 23면 기사 갈무리.

▲6월26일 동아일보 12면 기사 갈무리.

동아일보는 12면 <‘건폭’ 단속 200일새 1484명 붙잡아 132명 구속> 보도에서 “검거된 이들 중 933명(62.9%)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 소속이었다. 유형별로는 노조 전임비나 월례비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한 이들이 979명(66%)으로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외 서울신문(9면 <사이비 언론·유령 환경단체까지… ‘건폭’ 132명 구속>), 국민일보(12면 <‘건폭’ 200일 단속, 1484명 송치>) 등이 관련 보도를 냈다.

▲6월26일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경찰이 발표한 숫자는 사실이지만, 모든 맥락을 담고 있다곤 할 수 없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경찰 발표의 이면에 집중했다. 경향신문은 1면과 8면 <‘건폭’ 단속 200일, 1484명 검찰 송치…경찰 특진경쟁 수단이 된 ‘특별단속’> 보도를 통해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반년 넘게 진행된 특별단속은 그러나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안전한 작업환경과 고용안정을 위해 노조활동을 해왔던 건설노동자들에겐 ‘건폭’이라는 딱지가 붙여졌고, 노동자가 몸에 불을 지르고 세상을 등지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했다.

▲6월26일 경향신문 8면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은 이번 단속이 ‘매머드급’으로 진행된 점에 주목했다. 경향신문은 “특별단속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발표한 특진 배당 인원은 50명에 달했고, 지난달 90명으로 대폭 늘렸다.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 수사(52명)와 ‘마약류 범죄단속’ 수사(50명)에 할당된 특진 인원보다 훨씬 많은 수치”라고 했다. 건설노조 측은 경향신문에 조합원 대상 구속영장발부율이 낮다면서 “경찰이 특진과 실적 경쟁을 위해 ‘아무나 걸려라’ 식의 전형적인 투망식 수사를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6월26일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또 경향신문은 사설 <200일 건설현장 수사가 남긴 것, ‘건폭 혐오’다>에서 “경찰은 이번 단속 결과 전임비 등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한 불법 사례가 3분의 2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또 지난 3월 중간발표 때보다 송치 인원은 14배, 구속 인원은 4배 늘었다는 실적도 덧붙였다”며 “단속 종료를 앞두고 검거된 사람이 급증한 것은 경찰에서 대대적인 실적·특진 경쟁이 벌어졌음을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200일간의 ‘특별단속’에서, 경찰은 ‘건폭’으로 지칭한 대통령 말에 따라 건설현장의 구조적 불법행위를 폭력행위로 간주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며 “나아가 정당한 활동을 하는 노조마저 불법·폭력배·범죄 집단화하며 혐오를 키웠다.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토끼몰이식 수사로 혐의를 덧씌우고 꿰맞추기식 수사를 하는 것은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근절하는 일과 상관없다”며 “안전하고 상식적인 건설현장을 만드는 게 아니라 노동을 홀대·탄압하는 단속은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6월26일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한겨레 역시 1면 <‘건폭몰이’ 경찰 영장신청 남발… 법원, 절반 기각> 기사를 내고 “경찰이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4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무더기’ 신청했지만, 실제 2명 가운데 1명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건폭몰이’에 앞장서 구속영장 신청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건설노조가 25일 작성한 ‘강요 및 공갈 혐의 구속영장 청구 현황’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건설노조 조합원에게 신청한 구속영장은 총 47건이다. 이 중 52.3%에 해당하는 23명만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지난해 평균 구속영장 발부율은 81.3%다.

▲ TV수신료.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수신료 분리징수 속도전… “방통위, 대통령 친위대 행태”

정부가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분리징수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을 통상적인 기간(40일)보다 짧은 10일로 정했다. 현재 방통위 상임위원 5명 중 2명이 공석인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6월26일 한겨레 8면 기사 갈무리.

이에 대해 한겨레는 8면 <수신료 분리, 법제처 검토도 형식적 방통위의 입법예고 단축 주장 ‘복붙’> 기사에서 법제처가 방통위에 회신한 ‘입법예고 기간 단축 확인서’ 내용을 공개했다. 법제처는 방통위가 보낸 입법예고 기간 단축 협의 요청 사유와 유사한 내용의 확인서를 보냈다. 한겨레는 “법제처가 하루 만에 방통위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옮긴 한 문장짜리 ‘검토 의견’을 낸 것”이라고 했다.

▲6월26일 한겨레 사설 갈무리.

또한 한겨레는 <졸속으로 점철된 ‘수신료 분리’ 속도전, 무책임하다> 사설을 통해 “‘졸속 추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사회적 논의를 거쳐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할 일을 대통령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상명하달식으로 추진한 탓이 크다. 이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독립성이 보장된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대통령의 친위대’ 같은 행태를 보이는 것은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입법예고는) 대통령실이 방통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티브이 수신료 분리 징수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지 11일만”이라며 “시행령 개정안이 방통위 전체회의에 보고되고 단 이틀 뒤에 이뤄진 일이니 검토나 논의가 제대로 됐을 리가 만무하다”고 했다. 또 한겨레는 입법예고 기간이 10일로 단축된 것에 대해 “행정절차법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입법예고 기간을 40일 이상 두도록 하고 있다. 방통위는 ‘신속한 국민의 권리 보호를 고려한 조처’라고 설명하지만, 현행 수신료 제도가 30년 가까이 유지돼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6월26일 경향신문 칼럼 갈무리.

홍진수 경향신문 정책사회부장은 칼럼 <매듭은 풀어야 한다>를 내고 윤석열 대통령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정책에 대해 숙고 없는 일방적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부장은 이를 ‘고르디우스 매듭’에 비유했다. 마케도니아 왕 알렉산드로스는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는 예언이 있던 ‘고르디우스 매듭’을 칼로 잘라버렸고, 이후 정복전쟁을 벌였다.

홍진수 부장은 “수신료 분리징수를 무조건 비판할 일은 아니다. 방송 환경이 바뀌고 KBS를 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분리징수가 아니라 아예 폐지를 요구하는 여론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밀어붙일 일도 아니다. 수많은 논란 속에 수신료 ‘통합징수’가 30년이나 유지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 수신료 분리징수를 논의하는 과정에선 그 이유였던 공영방송 재정 안정의 중요성, 공익 콘텐츠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진수 부장은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알렉산드로스의 결단은 요즘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며 “‘복잡한 일을 간단하게 해결하면 결국에는 실패한다’는 의미다. 알렉산드로스가 건설한 대제국은 그의 사후 바로 해체됐다. 매듭을 풀지 않고 잘라버렸기에 예언이 실현되다가 말았다는 설명이 따라온다. 매듭은 자르기보다는 천천히 푸는 게 맞는다”고 강조했다.

▲인천광역시교육청 블로그 갈무리.

2800억 들인 ‘4세대 나이스’ 먹통 “교육당국 책임 물어야”

교육 행정정보시스템 ‘4세대 나이스’가 개통되자마자 접속 오류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기말고사를 앞둔 시점에서 일선 학교들은 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4세대 나이스는 28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다. 동아일보는 사설 <‘4세대 나이스’ 오류 속출… 공공 SW 대기업 참여 막은 예고된 참사>에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무리하게 시스템 교체를 진행한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을 방학이 아닌 학기 말에 급하게 개통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 개발업체에 대한 관리감독과 개통 전 사전 점검이 부실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6월26일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동아일보는 중소·중견 기업이 사업에 참여한 것이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근본적으론 지난 10년 동안 대형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막아 빚어진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며 “중견·중소기업들이 개발한 대형 공공 SW 시스템이 시작부터 먹통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온라인 개학 때 시스템 과부하로 접속 오류가 이어졌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대기업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6월28일 한국일보 8면 기사 갈무리.

한국일보는 8면 <4세대 나이스 ‘부적격 판정 전력’ 업체에 맡겨… 교육당국 책임론> 보도를 통해 교육당국이 제대로 된 업체를 선발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4세대 나이스 컨소시엄은 입찰 당시부터 적격 여부 논란이 일었다. 컨소시엄 내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A업체는 다른 정부 사업에서도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A사 컨소시엄이 4세대 나이스 개발 사업을 따낸 데에는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가 유리하게 작용했다”며 “민감한 내용을 다루는 시스템 구축을 대기업에 비해 개발 역량이 뒤처지는 중소기업에 맡긴 것이 이번 사태의 화근이 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고 밝혔다.

▲6월26일 세계일보 사설 갈무리.

세계일보는 사설 <‘4세대 나이스’ 졸속 개통, 교육 현장 혼란… 대체 왜 이러나>를 내고 “교사들이 학기 중간에 시스템을 바꿀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표시했는데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개편을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예견된 참사나 다름없다”며 “교육 당국은 시스템을 조속히 안정시켜 교육 현장의 불안과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오류 원인 규명과 함께 그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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