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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찍던 15세 팔레스타인 소녀 조준 사살한 이스라엘군

2023년 6월 19일 이스라엘군이 조준 사살한 15세 팔레스타인 소녀. ⓒ사진=미들이스트아이

편집자주

1967년 이스라엘이 침공해 합병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는 가자지구와 함께 팔레스타인의 영토이지만 아직도 이스라엘군이 불법 점령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가 불법이라고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대인을 이 곳에 이주시켜 이 땅을 완전히 차지하려 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초강경 우파 정부가 정착촌 확장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지난 18일 정착촌 건설 승인을 국내 일반적인 개발 허가와 동일시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작년부터  더 빈번해진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하루가 멀다하고 목숨을 잃고 있다. 미들이스트아이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Palestinian girl killed by Israeli sniper mourned by family who witnessed shooting

이스라엘군이 15살 사촌을 살해한 곳에서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제닌 난민 캠프의 집. 같은 나이의 말라크 나그니예는 거실에 앉아 사델 나그니예가 자기에게 얼마나 소중했는지 얘기하며 울먹였다. “사델은 내 여동생 같았다. 우리는 어디든 함께 다녔다. 사델은 마음이 곱고 인내심 있는 아이였다”.

사델은 말라크를 만나러 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이스라엘 저격수가 집 앞 진입로에 있는 사델의 머리에 총을 쐈다. 사델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동영상을 찍고 있었고, 군용 지프차 영상을 말라크에게 보낸 직후였다. 팔레스타인의 두 소녀는 19일 이스라엘군이 불법 점령지 서안지구의 제닌을 공격하는 동안 계속 메시지를 주고받았지만, 지프차 영상을 마지막으로 메시지가 끊겼다. 비명소리가 밖에서 들리자 말라크는 사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어머니가 전화를 받아 사델이 머리에 총을 맞았다고 소리쳤다.

말라크는 눈물을 삼키며 말을 이어갔다. “사델은 아이였다. 이건 너무 잘못된 일이다. 남을 돕고 싶다던 사델은 구급대원 교육을 앞두고 있었다”. 말라크 옆에 앉아 있는 사델의 9세 남동생 모하메드는 창 너머로 누나가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다. 모하메드는 이스라엘군이 바로 앞에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고 한다. 모하메드는 “그들이 누나를 쏠 때 내 눈으로 직접 봤다. 나는 그 장면을 봤다. 누나는 내 유일한 형제였는데 그들이 누나를 죽였다”고 했다. 모하메드의 목소리는 갈라졌고,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한 서안지구 북쪽에 위치한 도시 제닌은 팔레스타인 저항의 중심지가 돼버렸다. 그리하여 제닌은 이스라엘 군대와 보안군의 주요 표적이 됐고, 이스라엘은 정기적으로 제닌을 공격했다. 이스라엘 군대와 보안군에게 제닌 주민이 민간인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지난 19일도 마찬가지였다. 새벽 3시쯤에 침공을 시작한 이스라엘군은 10시간 동안 제닌을 공격했다. 수감 중인 하마스 지도자 자말 아부 알하이자의 36세 아들인 아셈 아부 알하이자를 체포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습격이 한창이던 오전 8시 경에 모하메드는 아버지를 부르며 누나가 쓰러졌다고 외쳤다. 달려 나간 아버지는 절망에 빠졌다. 이마에 총알이 박힌 채 사델이 양팔을 벌리고 쓰러져 있었다. 아버지는 즉각 알았다. 사델은 다시 돌아올 수 없었다. 그것은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사델은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뇌사 판정을 받았고, 이틀 후에 끝내 숨졌다.

아버지는 목소리 높여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사델을 쐈을 때 그 애는 기도복을 입고 있었고, 누가 봐도 어린 소녀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저격수가 사델을 조준했다. 사델은 학교를 졸업하고 더 나은 세상을 보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점령 때문에 이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델뿐만 아니라 모든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조차 없다”.

제닌의 모든 집에서 아이들에게 같은 말을 끊임없이 한다. ‘조심해, 조심해. 거리, 학교 심지어 집 안까지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 사델은 항상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기 때문에 자기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스라엘군이 어린 아이를 죽이는 것도 봤고, 친구도 잃었다. 이 모든 것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은 사델은 늘 핸드폰으로 뉴스를 체크했다. 제닌의 모든 아이들이 그랬다. 말레크는 말했다. “이스라엘이 우리 땅에 와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어른을 죽여도 그런데 이스라엘은 심지어 아이들까지 죽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우리에게 저항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19일의 공격에 투입된 이스라엘군은 약 200명이었다. 저격수가 옥상에 배치됐고, 군인들은 실탄과 수류탄, 최루탄을 쏘아댔다.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서안지구 공격에 아파치 헬리콥터도 동원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군이 죽인 제닌의 팔레스타인인은 7명이었다. 92명은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군은 8명이 부상을 당했다). 대부분의 희생자와 부상자는 머리, 목, 흉부와 배에 총을 맞았다. 이스라엘군은 사살을 목표로 총을 쏜 것이다.

파타 혁명위원회의 자말 후웨일(52세) 위원은 말했다. “이것은 학살이다. 세계 다른 어떤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도 사람들이 비난을 퍼붓고 항의했을 것이다. 이스라엘군이 쳐들어오면 의사도, 아이들도, 언론인도 안전하지 않다. 옥상에 서 있으면 총 맞고 유리창으로 내다봐도 총 맞는다. 자기 집 안에 앉아 있어도 총 맞을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군은 테러리스트이자 잔인한 살인자다”

아이, 청년, 여성이 공격당하고 살해당하는 것을 보는 것은 비참한 일이다. 그들은 누군가의 이웃이자 자매, 형제다. 사델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던 아버지는 국제사회에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전 세계가 사람들이 점령에 저항할 권리가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에게는 그 권리를 인정해주지 않는가?”  

 

“ 정혜연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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