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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음은 MBC…한편은 TV조선 다음에 조선일보, 또 조선일보

  •  기자명송창한 기자
  •  
  • 입력 2023.07.12 06:56
  •  
  • 수정 2023.07.12 07:24

재승인 의혹, 정부광고단가 소동, 포털 알고리즘 조사

'수난사' 쓰고 있는 공영 언론 …돈줄 옥죄고 감사 압박에 사영화까지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열독률 조작, 방통위의 심사 점수 조작과 판박이다. 한상혁 방통위의 ‘TV조선 점수 조작사건’을 상기시키는 심각한 범죄적 언론 농단이다"-7월 5일 국민의힘 공정미디어위원회 성명 중

정부·여당이 방송, 신문, 포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론 지형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언론계 공세에 전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미디어그룹이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 이슈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조선 재승인 고의감점 의혹, 한국언론진흥재단 정부광고단가 소동, 포털 뉴스 알고리즘 실태 점검 등은 모두 조선일보·TV조선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또한 조선일보·TV조선이 보도를 통해 자사 관련 이슈를 띄우면 여권이 행동에 나서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언론 압박 최대수혜자는

TV조선은 6월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민의힘 간사 박성중 의원실 자료를 바탕으로 <네이버, '뉴스 검색 인기도' 입맛대로 바꿨다…野 압박에 MBC가 방송사 1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TV조선은 "언론사를 계열사 별로 분리하고 기사가 인용되는 지수도 반영했는데, 그 결과 통신사 3곳이 상위권이 됐고, 일반 언론사 중에선 MBC가 가장 높이 올라갔다"며 "반면 조선일보는 2위에서 6위로 내려갔다"고 했다. 박성중 의원은 TV조선에 "인위적으로 언론사의 순위를 조정했다. 네이버에 외압을 통해서 보수 언론의 순위를 낮춰서 죽이기에 나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2021년 11월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TV조선 글로벌리더스포럼에서 국가 미래 비전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TV조선 보도 다음날(6월 30일) 박성중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서 이른바 진보 매체로 분류되는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의 순위도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이 문제삼은 2021년 3월·8월 '네이버 언론사 인기도 순위' 상위 20개 언론사를 보면, 순위권 밖이던 TV조선은 11위를 기록했으며 ▲한겨레 3위→12위 ▲경향신문 10위→공동18위 ▲오마이뉴스 공동14위→순위권 밖 ▲중앙일보 공동16위→공동9위 등 정치성향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순위 변동이 있었다. TV조선 보도는 박 의원 자료 중 상위 10개 언론사만 한정적으로 떼어 내 MBC, 조선일보 등 특정 언론 순위만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계열사를 많이 가지고 있는 언론사가 뉴스 검색 순위에서 이득을 보고 있는 상황을 전문가 검토 의견에 따라 개선했다는 입장이다. '뉴스 검색 인기도'란 뉴스 검색 알고리즘 요소 20여 개 중 하나일 뿐으로 검색 결과를 크게 뒤바꿀 만큼 영향을 주지 않고, 동일한 사이트(URL)를 사용하는 언론사와 그 계열사를 분리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TV조선은 6월 30일 <방통위, 네이버 '뉴스 검색 알고리즘 변경' 긴급조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방통위가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법 위반 소지가 있으면 사실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방통위는 일요일인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어 네이버의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 위반 여부에 대한 실태점검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실태점검 착수 배경으로 박 의원 주장을 사실상 그대로 인용했다.

방통위가 포털 뉴스 알고리즘을 조사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논란이다. 방통위가 밝힌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조항은 전기통신사업자 간 발생하는 금지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것으로, 언론사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아니다. 미디어스는 지난 4일 방통위에 언론사를 전기통신사업법상 무엇으로 규정해 포털 뉴스 알고리즘 실태점검에 나선 것인지 문의하고 답변을 요청했으나 11일 오후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관련기사▶'포털 뉴스 알고리즘 실태점검' 근거 따져보니)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 6월 30일 유튜브 콘텐츠 썸네일 갈무리

TV조선 재승인 고의감점 의혹은 지난해 9월 TV조선과 조선일보가 '감사원이 방통위 감사 중 수사참고자료를 검찰에 이첩했다'는 소식을 보도하면서 본격화됐다. 감사원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가 조작된 정황을 확보했다며 '수사참고자료'를 검찰에 이첩했다. 감사원이 확인했다는 '정황'은 수정 전 점수가 병기돼 있는 심사위원들의 채점표로 추정된다. 점수 수정은 심사위원 재량이다. TV조선은 653.39점을 받았지만 중점심사사항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항목에서 과락 평가를 받았다. TV조선은 청문절차를 거친 뒤 방통위로부터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검찰은 이 사건으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과 일부 공무원·심사위원을 재판에 넘겼다. 윤 대통령은 검찰 기소 사실 만으로 한 전 위원장을 면직처분했다.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중 한 전 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점수에 대해 조작·수정 지시를 했다는 내용은 없다. 검찰이 청구한 한 전 위원장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재판부는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현 단계에서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정도,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의 자기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TV조선은 지난 3월 방통위로부터 4년의 재승인을 받았다. 1000점 만점에 689.42점이라는 역대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TV조선은 조건을 위반하면 승인취소 대상에 오르는 '조건부 재승인'을 받지 않아 조건·권고사항 이행 부담을 덜었다. 검찰이 TV조선 재승인 고의감점 의혹을 수사하던 무렵이다.

TV조선 '뉴스9' 2022년 9월 7일 보도화면

국민의힘은 최근 언론재단의 '엉터리 열독률·사회적 책무 조사 조사'로 정부광고 집행에 있어 조선일보가 손해를 보고, 한겨레가 이득을 봤다는 공세를 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언론재단이 정부광고단가를 의도적으로 뒤바꿨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한 보수단체가 운영하는 언론의 보도에 근거해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청년보수단체 '신전국대학생대표협의회'(신전대협)는 이를 근거로 고발에 나섰고,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정부광고단가'라는 개념은 없다. 정부광고집행은 광고주(정부)와 매체 간 협상을 통해 정해진다. 언론재단의 열독률 조사 결과는 정부광고 집행의 '참고자료'일 뿐이다. 정부·지자체·공공기관·공기업 등은 정부광고예산을 집행하는 데 있어 각기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고, 언론사는 정부광고를 수주해야 하는 입장으로 '협상'으로 정부광고 집행액이 정해진다.

또한 정부광고는 주요 보수언론에 많이 집행되고 있다. 2016년~2022년 정부광고집행현황에서 1위 동아일보, 2위 중앙일보, 3위 조선일보 순위는 변한 적 없다. 이들 언론은 소위 진보언론으로 분류되는 한겨레, 경향신문보다 매년 약 40억 원가량의 정부광고를 더 받아왔다.

언론재단과 함께 열독률 조사 등을 운영·추진해 온 문화체육관광부는 돌연 "최근 불거지고 있는 정부광고지표 논란과 관련해 언론재단에 관련 경위를 조사해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정부광고 집행의 과정을 어느 부처보다 잘 알고, 현행 시스템을 구축한 핵심 주체인 문체부는 "언론재단이 정부광고지표 운영에 필요한 자료를 조사하고 이를 활용하는 과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국민의힘과 보수단체 주장에 힘을 실었다.

7월 5일 국민의힘 공정미디어위원회 성명 갈무리

국민의힘이 기자회견을 열고 주장한 'KBS2TV 폐지론'도 TV조선 등 종편의 이익과 연관성이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3일 '수신료 분리징수는 KBS2TV 폐지를 위한 수순이었나'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수신료 분리징수로 인해 징수율이 하락하면, KBS1TV 광고가 부활하고, 그만큼 매체 광고시장은 쪼그라들게 된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의 홍보부 역할을 자임하는 언론사가 왜 그리 많은지 의아했다"며 "KBS2TV를 폐지한다니 어떻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을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 KBS2TV 폐지로 인한 공공성 후퇴는 안중에도 없이 자사의 잇속만을 챙기는 행태가 화를 치밀게 한다"고 비판했다.

안 건드린 공영 언론은 없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공적 성격의 언론을 압박하고 있다. 공적 재원을 옥죄거나, 민영화 하거나, 감사권으로 압박하는 식이다. KBS·EBS 재원과 직결되는 수신료 분리징수는 대통령실이 어뷰징(중복 전송)이 가능한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방통위가 시행령 통치로 처리하면서 약 3개월만에 사실상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 통상 '40일 이상'인 입법예고 기간을 10일로 단축하고, 공영방송 재원 축소의 문제를 비규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입법예고 기간 90%에 달하는 반대 의견 접수를 폄훼하고, 국민들에게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홍보하는 등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절차는 전반에 걸쳐 '졸속' 논란을 빚고 있다.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 시 KBS는 연간 약 5천 억원의 수신료 수입 감소를 예측하고 있다. EBS는 KBS로부터 수신료의 3%를 배분받아 연간 약 190억 원 정도의 수신료 수입을 올리고 있다. 방송법상 수신료를 EBS에 배분하는 것은 의무규정이 아니다.

수신료 수입이 6분의 1 이하로 토막날 경우 KBS가 EBS에 수신료를 아예 배분하지 않거나, 극히 적은 액수를 배분할 가능성이 높다. EBS는 지난해 256억 원 규모의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방송광고시장은 전년 대비 30~40% 정도가 감소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BS의 남은 자본 규모는 300억 원대로 알려져 있다. 종합하면 수신료 분리징수 직후 EBS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교육당국은 수능시험에서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고, EBS 체감 연계율을 높이겠다고 강조했지만 수신료 분리징수 국면에서 EBS 경영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공영방송 3사 사옥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대한 감사원 감사, 방통위 사무 검사·감독이 진행 중이다. 감사원은 지난 3월 13일부터 방문진에 대해 본감사 전 자료수집 명목의 사전조사를 벌여왔다. 감사원은 사전조사 기간을 4월 28일까지 한 차례 연장해 진행했고, 이후에도 방문진에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10일 본감사에 착수했다.

MBC는 국민감사제도와 근거 법률에 비춰 이번 국민감사가 '부당하고 위법한 감사'라는 입장이다. 감사원이 상법상 주식회사로서 공적재원이 투입되지 않는 MBC에 대외비를 포함한 경영·소송·감사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보수단체가 청구한 국민감사 항목 9건 중 6건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모두 MBC와 자회사·계열사의 경영적 판단에 관한 내용이다.

방통위는 방문진에 대한 검사·감독을 결정했다. 현재 자료수집 목적의 사전 예비조사를 벌이고 있다. 방통위는 ▲MBC 경영에 대한 방문진의 관리·감독 ▲방문진 내부 감사 결과 ▲2017년 방통위의 방문진 검사·감독 결과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또한 안형준 MBC 사장, 박성제 전 MBC 사장 선임 과정과 관련한 검사·감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다만 방통위는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김현 위원 합의로 감사원 본감사 진행 중에는 방문진에 실지 검사·감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대주주인 공기업 팔을 비트는 방식으로 YTN 사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준공영 방송'으로 분류되는 YTN은 한전 KDN 21.43%, 한국마사회 9.52% 등 공기업 지분이 30% 이상을 차지한다. 정부 압박으로 두 공기업은 YTN 지분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뒤바꿔 매각에 나섰다.

현재 YTN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한국경제, 동화그룹(한국일보 소유) 등이다. 소유제한 규제가 적용되는 대기업·신문사다. 이들 기업이 YTN 지분을 인수하게 되면 YTN DMB, YTN라디오의 지분을 자동으로 소유하게 돼 법 위반 상태가 된다. 방통위는 소유제한 시정명령을 받은 기업들의 방송법 위반 상태를 방치 중이다. '방송사업 소유규제 완화'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다. 소유제한 위반을 방치하고 있는 방통위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상파 소유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TBS는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의 폐지 조례 단독처리로 내년 1월부터 서울시로부터 출연금을 지원받을 수 없게된다. TBS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목표로 시사프로그램 잠정 중단 등의 방안을 '혁신'으로 내세웠으나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추경을 무기로 '인적 청산'과 민영화를 요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임명한 정태익 TBS 대표는 "뭘 더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며 차라리 자신을 자르라고 말했다. 결국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서울시가 올린 73억 원 규모의 TBS 추경을 부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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